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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의 주거권 | 민달팽이 유니온 인터뷰

집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의 주거권 그동안 외면 받아온 세입자들의 주거권 문제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방치되어 온 사회적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깡통전세·전세사기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주거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연 정말로 모두가 각자도생하며 월세→전세→소유라는 주거 사다리에 안전하게 탑승하길 바라고 있는 것일까.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대책위를 조직하고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반면, 국가는 끝까지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현실은 한국 사회에서 주거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소유 자체도 절대 정답이 될 수 없는 그런 구조라면, 우리의 집과 땅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웹진 공유도시 팀은 2024년 8월호에서 주거의 사각지대 속 주거취약계층으로 대두된 청년 세입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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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위기 속 청소년과 함께 자라는 공간 | 가톨릭 청소년이동쉼터 서울아지트 인터뷰

돌봄의 위기 속 청소년과 함께 자라는 공간 학교라는 공적 돌봄 시스템, 혹은 가정 내 돌봄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은 종종 거리를 배회한다. ‘안락한 집’은 어쩌면 다수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제3의 공간에서 새로운 안전망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청소년’을 위해 24시간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 위기청소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재원을 토대로 자치적인 규약을 만들며 다양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지역사회에서 커먼즈적 돌봄 공간의 현장을 발견할 수 있을까. 웹진 공유도시 팀은 가톨릭 청소년이동쉼터 서울아지트 이우원 부장, 정해민 팀장을 만나보았다.  “위기청소년”이란「청소년복지 지원법」제2조제4호에 따른 가정 문제가 있거나 학업수행 또는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조화롭고 건강한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을 말한다. 가톨릭 청소년이동쉼터 서울아지트 소개 Q.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두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서울아지트에서 활동하게 되셨나요?  부: 저는 교육자입니다. 중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런 청소년 기관이 있는지 몰랐던 사람이에요. 개인적인 배경을 말씀드리면, 학창 시절 어머니가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나도 교사가 돼야겠다.”라는 다짐으로, 학부도 ‘응용 언어학’과 ‘영어 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1년 조금 넘게 미국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나서 한국에 돌아왔죠. 이후에 석사는 영어 교육을 전공했고, 박사는 영어 교육보다 확장된 무언가 없을까 고민한 끝에 ‘교육학’을 택했습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면서 ‘커뮤니티 컬리지’, 우리나라로 하면 2년제 대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를 했어요. 쉽게 말하면 어학당이죠. ESL 클래스에서 이민자를 대상으로 1년간 영어를 가르쳤는데, 그 기간이 저한테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교육은 약한 이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게 제 교육 철학입니다. 교육은 계층적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만, 미국에 오는 이민자들은 영어를 할 줄 모르거든요.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죠. 그들을 위해서 그 어느 강의보다 성심성의껏 했었던 것 같아요. 언어라는 게 여러 나라의 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해당 나라의 문화도 배우게 되고, 수강생들과의 감정 교류를 통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가 아니라 “교육자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하겠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사기업, 파고다 R&D 센터의 연구원으로 있었고, YBM은 본원의 부원장까지 했었어요.  근데 가만 보면 우리나라에서의 영어 교육은 제가 생각했었던 미국에서의 영어 교육이 아니라, ‘부의 세습을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더라고요. 이 지점에 대해 많은 고민과 슬럼프를 겪는 과정에서 알게 된 곳이 ‘청소년 쉼터’였고, 업계에서 8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처음에 왔을 때는 ‘아이들한테 제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도 영어를 좀 하니까,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꿈을 안고 왔는데요. 와서 보니까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할 단계가 아니더라고요. 당장 하루를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거여서. 여기 와서 많이 느낀 게 교육 이전에 복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거예요. 당장 밥을 못 먹거나, 입을 옷이 없거나, 거주할 공간이 없으면, 즉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교육이 의미를 발휘하기 어렵다. 복지적인 접근이 선행되고 난 이후에 교육적인 접근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또 욕구만 해결해 주는 단순한 복지는 연속성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교육적 콘텐츠를 가미하면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이곳에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금 대표적으로 하는 활동이 ‘인문 교양 교육’이라고 해서, 복지와 교육적인 접근이 동시에 이루어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팀: 저는 어떻게 보면 되게 간단한데요. 고등학교 때 인근 청소년 수련관(현재의 청소년 센터)과 연합해서 하는 동아리 활동이 있었어요. 그 활동을 담당하는 지도사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을 보며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정말 많구나!’라는 거를 깨닫게 된 거죠. “나도 선생님처럼 청소년 지도사를 해야지”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해서, 대학에서도 청소년 지도학을 전공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청소년 지도’라는 좁은 시야에서 시작했다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아이들의 시야가 넓어지겠구나. 당장의 삶이 위태롭다면 어떻게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겠나 싶어서, 청소년 복지 분야인 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청소년 쉼터’와 ‘서울아지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 청소년 쉼터는 거점에 따라 고정형 쉼터와 이동형 쉼터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고정형 쉼터는 ‘공간’을 기점으로 아이들을 맞이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형 쉼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고정형 쉼터는 일시 쉼터, 단기 쉼터, 중장기 쉼터 세 가지로 구분되고,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기간으로 나뉘어져요. 일시 쉼터는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최대 1주라고는 하지만 1주까지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짧게 받으면 3일 정도 아이들을 보호한 이후 단기 쉼터로 이관합니다. 청소년의 가정 내 복귀가 힘들겠다는 판단하에 단기 쉼터로 보내게 되면, 그곳에서 3개월부터 최장 9개월까지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합니다. 최장기간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정 복귀가 힘들겠다고 판단 되면, 중장기 쉼터로 아이들을 보내게 돼요. 그곳에서는 최대 2년에서 3년 정도 거주할 수 있고요. 중장기 센터를 퇴소한 이후에는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자립 지원관과 협업을 통해 아이들의 자립을 돕습니다. 청소년 쉼터를 총괄하는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이며, 현재 서울시 관내 쉼터 중 95% 이상이 서울시 보조금과 여성가족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게 고정형 쉼터의 시스템이고, 아지트는 이동형 쉼터에 속해 있습니다. 이동형 쉼터는 버스라는 큰 매개체를 가지고 위기 청소년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갑니다. 예를 들어, 버스가 수유역에 정차한다면 그곳을 거점으로 아이들이 잘 가는 으슥한 골목 등을 찾아다녀요.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또래끼리 모여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가서 청소년인지 물어보고 “우리는 이런 곳에서 왔는데, 간식 먹고 싶으면 올 수도 있고, 상담하고 싶으면 올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놀고 싶으면 올 수 있는 곳이 수유역에 있으니까 6번 출구 앞에 버스 보고 오면 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버스에 있는 팀은 아이들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내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의 쉼터입니다. 수유역 외에도 서울시 관내의 위기 청소년들이 많이 밀집하는 지역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서 버스를 정차하고,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요일에 방문합니다. 이동형 쉼터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서울시 기준으로 이동형 쉼터는 아지트를 포함해서 총 다섯 군데가 있어요. 서울시에 속해 보조금을 받는 이동형 쉼터는 서북/서남/동북/동남 지역에 총 네 곳입니다. 반면 서울 아지트는 민간단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이동형 쉼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는 보조금으로 구비∙시비도 받지 않고, 국비도 받지 않습니다. 100%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모 법인이 명동성당인, 대주교님 직영 기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KBS 추적 60분 – 학교 밖 르포, 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에서는 주로 사무실에서의 활동을 조명했습니다. 아지트 사무실이 강북구 수유역 근처에 위치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 고정형 공간(사무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휴게방을 따로 만들어놓은 이유는 아이들의 요구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동형 쉼터라는 특성상 활동을 주로 외부에서 하므로, 심층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선 고정형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무실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선생님들이 근무하는 공간이에요. 기존에 명동 성당에 있던 사무실이 너무 협소해져서 이쪽(수유역)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의 위치를 선정할 때 ‘강북 지역 내에서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했고, 지역 조사를 통해 수유동으로 공간을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위기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Q.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부: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만나는 아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 아니라 ‘위기 청소년’입니다. 둘의 차이점을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위기 청소년이 학교 밖 청소년보다 상위 개념입니다. ‘위기’는 학교에 다니는 여부에 국한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가정에서 돌봄을 잘 받으면서 학교에 다녀도, 내부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잖아요. 그럼 그 아이는 위기 청소년인 거예요. 집에서 보살핌을 못 받고, 학교에서도 받지 못해서 그곳을 떠난 아이도 위기 청소년이지만요.  <학교 밖 르포, 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제목에 관해서 담당 PD님과도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외부에 ‘위기 청소년’이라고 소개하면 일반 시청자들의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오히려 비행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선택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겠지만, 위기 청소년이라는 단어가 아직 통용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협의가 돼서 나갔던 게 해당 제목이었습니다. ‘위기 청소년’에 대한 이론화가 아직 잡혀 있지 않아서, 저희가 위기청소년 학술 포럼을 매년 개최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1단계가 일시적인 단계, 2단계가 중기적 단계, 3단계가 장기적 단계인데요. 주로 만나고, 학술 포럼에서 다루려고 했던 아이들은 중기적 단계에 속한 아이들입니다. 결국 최종 목표는 ‘아이들의 자립’이거든요. 버스를 매개로 발굴된 위기 청소년들을 잘 보살펴서, 이들이 경쟁력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팀: 센터 차원에서 ‘위기 청소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그냥 놀러 오는 친구들도 많아요. 언제 어디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리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저는 위기 상황이 없어요’, ‘저는 지금이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해요’라는 친구들도 와서 편하게 놀고, 먹고, 쉬다 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Q. 아이들을 그렇게 지칭할 때, 의도하지 않은 낙인이 발생하진 않을까요? 팀: 통칭을 하는 이유는, 이렇게 하나의 정립된 개념으로 불려야 아이들이 받는 복지 혜택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위기 청소년’이라고 하면 ‘위기 청소년이 도대체 뭔데’, ‘어느 범위의 위기라고 속할 수 있는데?’라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개념으로 묶어 놔야 이 친구들에게 갈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생기는 거죠. 물론 용어 자체에서의 낙인 효과도 있을 수 있으나,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학교 밖 청소년 혹은 자퇴생이라고 하면 ‘이 아이가 왜 학교를 나오게 되었을까’라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교를 나왔다’는 결과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의미에서 오히려 용어 자체보다는 학교를 나온 상황 자체에 낙인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위기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Q. 그렇다면 아이들이 ‘위기 청소년’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무자들은 어떻게 진단 하는지 궁금합니다.  팀: 저희는 ‘위기 청소년’의 개념화를 위해서 개인적 위기, 사회적 위기, 가정적 위기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 개인의 성격과 특성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환경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내 부모 혹은 보호자가 나를 돌보지 않는 상황들같이 가정적 위기가 있을 수 있고요. 아까 말했던 낙인 효과처럼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학교 수업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라고 생각해서 자퇴했는데, 오히려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에서는 ‘학생이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해야지’라며 낙인을 찍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연구 중인 주제이기는 하지만, 정말 위기에 처하게 되는 요인은 하나로 특정지을 수 없고, 복합적인 위기가 발생하기도 하므로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 저희가 구분한 세 가지 의제는 개인적∙사회적∙가정적 위기라고 보시면 돼요. 예를 들면 같은 상황에서도 개인적 성향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민감도가 다르잖아요. 그러다 보면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서 같은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위기에 빠지는 친구들이 있고, 아니면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Q. ‘위기 청소년’이라는 논의에서 당사자, 학계, 실무자들 사이에서 괴리되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위기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 혹은 인식하고 있나요? 팀: 아이들은 본인이 위기 상황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기는 합니다. 오히려 그 시기를 보내온 어른의 입장, 선생님의 입장으로 봤을 때, “지금이 적기다.”, “이 순간에서 아이를 다른 방향으로 틀지 않으면 순식간에 위기의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건, 실무자나 선생님 혹은 부모님, 보호자 등 어른들의 시선인 거죠. 사실 아이들은 위기 청소년이 무엇인지 모르고, 이 기관이 위기 청소년을 위한 기관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모든 시선이 당사자에 맞춰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자 혹은 그 상황에 개입하는 실무자, 전문가의 입장에서 ‘위기 청소년’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한 것뿐이라고 봅니다. 아이들 스스로는 “스쳐 지나가는 풍파 중 하나”, “내가 지금 배고픈 것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 거지, 본인이 위기 청소년이라고 인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 제가 이런 상황 때문에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제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 되게 능동적인 아이인 건데, 그런 아이들조차 “선생님 제가 지금 위기 상황인데요. 위기 청소년인데요.”라고 표현하지는 않으니까요. 부: 지금 말씀하신 대로 개념화와 범주화를 시도하는 건 행정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고, 우리나라 청소년 보호법을 보시면 법률상의 용어로도 ‘위기 청소년’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Q. 아지트가 특별히 ‘위기 청소년’이라는 아젠다를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팀: 위기 청소년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위기 청소년이 무엇인지’가 제공자 입장에서 파악이 되어야 이 아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그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자와 실무자들에게 “위기 청소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하면, 다 다르게 이야기할 거란 말이에요. 한 아이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상이한 정의를 토대로 달라지면, 그 아이는 필요가 시급한 서비스 자체에서 벗어나서, 결국 상황 자체가 지연될 수 있는 거거든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한 곳에 모으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서울 아지트만의 위기 청소년을 정립해야 이 안에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 그것과 더불어 우리는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던지려고 해요. “위기 청소년이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하고 난 뒤, 그 정의를 바탕으로 이 아이들이 놓인 다양한 위기 상황이 있을 거 아니에요. 특정 단계에 놓여 있는 아이들이 시설을 방문 한다면, “이 아이는 A 단계에 속해있으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B의 조치가 필요하다”라는 이론을 정립하려는 게 첫 번째 목표이고요. 최종 목표는 위기 청소년 이론을 바탕으로 위기 청소년 진단 도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단이 이렇게 나왔으니 여기서 무슨 개입이 필요할 것 같고, 이 개입이 있어야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가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개별적인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세부 내용은 변경될 수 있겠지만, 진단을 기반으로 미세 조정의 단계만 있으면 되니 대상자를 파악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개입의 타이밍 자체를 신속화할 수 있습니다.  Q. 서비스 제공의 타이밍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조하셨는데,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팀: 사실 “최대한 빠르게 들어가자”의 개념은 또 아니에요. 왜냐하면 정말 즉시 개입이 필요한 상황들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본인 스스로가 느껴야만 하는 상황들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선생님들도 한 발짝 물러나서 이 아이가 스스로 인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말하는 그 시간의 중요성이 “정말 무조건 빨리 이 상황에 즉시”라는 차원보다는, 그 아이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타이밍들을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 있자” 혹은 “이 상황에 우리 들어가자” 같이 알맞게 개입하는 의미가 더 클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아이들의 사정 Q. 쉼터 아지트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팀: 아이들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가 저희가 생각하는 집의 의미와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커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집을 ‘내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 혹은 ‘업무를 끝내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첫째,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고요. 두 번째는 ‘부모님 혹은 내 보호자가 사는 공간’을 집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고. 물론 저처럼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대다수의 아이가 집을 안락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숙박의 공간’으로 생각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집 이외에 머무르는 공간 중에서 가장 편하게 느끼는 공간을 아지트라고 느끼는 친구들도 있어요. 단골손님처럼 매일 와서, 닫을 때까지 있다가 가고, 주말에도 선생님들 보고 싶어서 연락하고 하는 친구들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어른이 없는 공간’을 가장 편하게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가출한 친구들 같은 경우 숙박이 되는 쉼터로 연계하려고 해도, 거기에는 나를 묶어놓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편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차라리 더운 날, 추운 날, 비 오는 날 밖에서 비상계단에 쭈그려 있더라도, 그 공간이 자기한테 가장 편한 공간이라고 느끼는 친구들도 많아요. 외부에서 머무르고 싶어 하는 까닭도 되게 많은데, 단순하게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서 나오는 친구들, 반대로 가정폭력에 노출된 친구들도 있고요. 그래서 본인이 정말 다치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서 나오는 친구들도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있어요. 낭만적으로 그런 케이스는 없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오는 친구들도 있고요. 부: 방송에서도 보시지만 아이들이 집을 나와서 있는 공간 자체가 정말 보호에 취약하죠. 나와서 진짜 대단한 곳을 가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팀장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비상계단에 머무르는 아이들도 있고, 공원을 배회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리고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가니까 오전 5시까지는 외부에서 혼자 서성이다가 시간이 됐을 때 찜질방에 가서 씻고 나오는 아이들도 있고,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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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자립을 위한 징검다리 | 김참솔 은평자립준비청년청 사회복지사 인터뷰

건강한 자립을 위한 징검다리 김참솔 (은평 자립준비청년청 사회복지사) 서울 은평구 끝자락인 구파발역 근처에 위치한 은평자립준비청년청에서 일하는 김참솔 선생님은 신설 2년차인 2023년 봄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고 새로운 기관이라 매 순간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기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약 1시간의 인터뷰에서도 자립준비청년들의 관점에서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이해하려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전부터 사회복지사로서 청소년과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을 나누고 어려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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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귀촌 부부 이야기: 주거의 전환, 삶의 회복 | 서선교 홍성군 장곡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어느 귀촌 부부 이야기: 주거의 전환, 삶의 회복 서선교 (충청남도 홍성군 장곡면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홍성군 장곡면 주민자치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계시는 서선교 선생님은 지난 2023년 2월에 친구의 소개로 이곳에 이주하게 되었고, 한동안 원래 살던 서울을 오가며, 이 지역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1년 정도 지난 후 서선교 선생님은 아내와 함께 서울 생활을 접고 장곡에 정착하셨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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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자온길 프로젝트 | 박경아 (주)세간 대표 인터뷰

부여 자온길 프로젝트 웹진 공유도시 팀은 이번 2024년 1월호에서 지역의 문화유산과 도시재생이 연결된 현장이 주는 힘에 다시 주목하고자 한다. 충청남도 부여에 위치한 규암마을은 자온길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의 장면과 현재의 숨결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들어내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이에 웹진 공유도시 팀은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와 함께 직접 부여로 찾아가보았고, 현장에서 마주한 자온길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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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극장을 기다리며 | 이두찬 문화연대 활동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극장을 기다리며 이두찬(문화연대 활동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극장을 기다리며 1960년대 지어진 극장이 있었다. 새마을대회도 열리고, 신용협동조합의 총회도 열리고,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진행된 공간.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지금의 극장의 역할을 넘어서 지역에 시민들이 모이고, 또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었던 공간. 그리고 과거의 명성과 역할을 다시금 회복하기 위한 운동이 진행되었었다. 원주아카데미극장의 이야기이다. 한국전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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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브리핑] 지방소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 백일순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지방소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백일순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전임연구원) *이 글은 ‘최민정, 백일순. (2023). 영토적 덫에 걸린 지방소멸: 행정구역 중심의 인구정책에 대한 비판적 검토. 국토지리학회지, 57(2), 141-163’의 일부 내용을 웹진의 정책 브리핑에 맞게 재구성한 글입니다. 인구 감소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위에 제시된 지도가 매우 낯익을 것이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이 경과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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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기고] 베니스의 배다리 | 신영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연수생

베니스의 배다리 신영수 (아시아연구소 연구연수생 18기, 서울대 동양사학과) ABOUT 민운기/스페이스 빔 겉으로는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애정이 넘치는 실천가. 소박함과 진솔함이 매력이다.    민운기 선생님과 스페이스 빔에 대한 일화를 하나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공유회에 대한 PPT에 진행 장소가 ‘스페이스 빔’이 아니라, ‘인천 문화 양조장’이라 적혀 있었다. 민운기 선생님께 왜 스페이스 빔이라 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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