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라는 이름으로 공덕역 철도부지를 점유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무슨 자격으로 그 땅에서 활동을 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국가가 소유하고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빈 땅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자격'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것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이다. 2020년 5월 코로나19의 비상상황에서 결국은 국가소송에 의해 쫒겨날 때까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에게 던져졌던 질문을 하나씩 꺼내 보면서 우리가 마주했던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서론 : 이야기할 주제에 대해
제가 준비한 내용은 앞선 내용들보다는 약간 붕 뜬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저희(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가 이 공간(경의선공유지)을 실질적으로 점유하면서 자진 퇴거를 한 지 이제 2년이 됐는데요. 이미 그런 사이트들은 존재하거든요. 용산의 정비창 부지 혹은 용산 공원과 관련해서 여러 시민들이 나서서 ‘해당 공간을 이런 방식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라는 취지의 운동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 다시 이런 공유지 운동을 한다고 했을 때 저희가 경험했던 방식으로는 해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나 맥락들이 존재하는 거죠. 앞서서 사회주택 사례든, 아니면 소유권이나 재산권과 관련된 법리적 측면에서든 어쨌든 저희가 운동으로서는 해명을 할 수 없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내용들을 한 10가지 정도 질문으로 잡아봤습니다. 각 내용들은 일종의 에피소드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현장에서 저런 질문 혹은 저런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하실 수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공유지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할까에 대해 제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서, 저희가 퇴거하기 직전에 나왔던 영상*입니다. 굉장히 새삼스럽지만 영상 다음으로 더 놀라운 거는 그때 이후로 2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공간(경의선공유지)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① 정당한 사유없이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
첫 번째는 구청과의 관계가 상당히 좀 까다로웠습니다. 왜냐하면 부지는 국공유지이고 철도시설공단이 사업의 주체인데도 불구하고 철도시설공단이 직접 나선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민자 개발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민간 사업자인 이랜드 공덕도 정말 옷깃도 스쳐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현장에서 대면할 수 있었던 건 마포구청이었습니다. 구청이 되게 재밌는 것들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가장 놀라웠던 것은 ‘행정지도’*였습니다. 저는 살면서 행정지도라는 걸 처음 받아봤습니다. 도대체 저게 어떤 개념인지 행정절차법을 찾아보고 내용들을 쭉 살펴봤는데도 과연 이 사안이 행정지도의 사안인가에 대해서 판단을 하지 못했습니다.
중요한 건 저 행위가 일어남으로써 공권력이 작동하게 되니 실제로 공간에서 있었던 다른 분들은 긴장을 하시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법률상 이에 대한 의견제출을 할 수 있는데, 그 의견에 대한 답은 저희가 못 들었습니다. 행정 지도의 목적이 무엇이고,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답변을 못 들은 것입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생각 했던 부분입니다.
*현행 <행정절차법>제2조에 따르면 행정지도는 “행정기관이 그 소관 사무의 범위에서 일정한 행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특정인에게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지도, 권고, 조언 등을 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소관 사무의 범위여야 하고 행정지도는 대상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고(제48조)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경의선공유지 부지에 대한 권한은 마포구청의 권한이 아닐뿐더러 법에서 보장한 의견제출(제50조)에 대한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② 음식전과로 장사를 접게 하겠다
그리고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괴롭힘도 있었습니다. 사실 공간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다른 상업시설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임시적으로 공간을 점용하시는 분들이었는데요. 흥미롭게도 구청에서 그분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을 합니다. 가장 황당했던 사례 중에 하나인데요. 푸드트럭을 하는 영업자에게 ‘이곳에서 계속 장사를 하면 음식전과를 만들겠다. 그래서 영업을 못하게 하겠다’라고 협박을 한 것입니다. 사실 푸드트럭이라고 하는 업종 자체가 공공 부지를 점유하면서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한강공원이랄지 아니면 도로 상에 부분적인 점용이랄지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저것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떠나서) 그분들한테는 정말 즉효가 됐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음식전과’ 발언이 나오고 나서부터 푸드트럭을 운영하시던 분들은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거죠.
근데 저 시기는 오히려 서울시나 이런 데에서는 청년 일자리나 창업 문제로 인해서 푸드트럭을 한창 양성화하고 활성화됐던 시기입니다. 소위 명물 거리도 만들고 푸드트럭을 쭉 활용하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저렇게 한 것입니다. 근데 재미있는 건 저희가 이에 대해 항의를 했을 때는 “공원을 관리하는 부서가 한 게 아니라, 식품 안전관리를 하는 부서에서 한 거여서 본인들과는 상관이 없다”라고 부인을 하는 것입니다. 이 사례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서 아현 포차 상인분들이 장사하는 부분에 대해서 과태료를 부과한다든지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아울러 위 두 가지 건은 권한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행정이 행정권을 행사를 할 때 거기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뭐가 있는지에 대해 제가 운동권인데도 불구하고 못 찾겠더라고요. 효과적으로 행정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 수 없었던 것이 가장 곤란했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③ 우리는 몰아내야 할 대상이었나?
세 번째는 앞서서 보도에서도 나왔지만 “공간을 좀 깔끔하게 썼으면 좋겠다”, “좀 꾸몄으면 좋겠다” 라는 시민의 요구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저희가 이제 한시적으로 점유를 하고 있는 상태여서 그러기엔 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으로 지속적인 갈등이 있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이미지는 한국에서 가장 큰 부동산 카페의 홈페이지입니다. 거의 한국 사회를 움직인다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카페라고 할 수 있는데요. 거기서 이제 공공연하게 저런 안내가 이루어지고, 실제로 엄청난 숫자의 민원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면 저 민원이 곧 행정력이 됩니다. 그래서 저희가 알고 인식하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인근에 있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자 회의를 통한 집단 민원 방식도 있었고,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개별적인 민원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제 마포 구청으로 하여금 끊임없는 이제 단속이나 혹은 압력의 근거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제 얘기를 할 때 “아니 민원이 온다고 다 다니세요?” 라고 여쭤보니, “저거는 다닐 수밖에 없는 민원이다” 라고 답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비대칭성이 발생하면서 활동가들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게 됩니다. 가시적인 내용이 저 정도이지 사실 우리가 모르는 내용들이 훨씬 더 많을 겁니다.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지역의 소위 정치적 대표자인 국회의원이나 이런 분들은 이 사안을 의식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이분들은 절대 안 움직이겠다’ 라는 직감이 들면서, 엄청난 압력에 놓여있다는 것을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④ 한국의 경제 수준에 비춰 맞는 풍경인가?
그리고 이 에피소드는 제가 개인적으로 경험한 에피소드입니다. 경의선공유지 부근에 있는 아파트 단지 입주자 대표자 한 분을 만나서 이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좀 나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되게 재미있는 게 대만인이십니다. 그러니까 외국인이 이제 입주자 대표자회의 대표를 하시는 건데, 그분이 저에게 했던 말이 다음과 같은 뉘앙스였습니다.
“처음에 경의선 숲길을 보고 한국의 경제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원래 대만이 한국보다 더 잘 살았는데, 한국이 추월해서 대만인들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나라는 마음이 있다……한국출장이 잦은 편인데 올 때마다 서울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있다……(경의선공유지는) 이런 한국의 모습에 맞지 않는 공간이다. 가끔 대만 사람들이 와서 저기는 뭐하는 곳이냐는 질문을 할 때 마다 부끄럽다.”
내가 왜 외국인한테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느 도시든 간에 이런 차이들이 있기 마련일 텐데, 특히 외국인의 문화에서 보여지는 도시 경관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 혹은 평가라고 하는 것들도 계속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들어왔습니다.
괜찮은 풍경이라는 생각, 그리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본래의 필요 외에도 공간을 지속적으로 점유하기 위한 조건으로 ‘꾸며야 한다’는 생각은 공간 점유의 자격에 대한 고민을 하게 했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⑤ 도대체 이랜드 공덕 주식회사는 존재하는가?
우리는 이랜드 공덕이라고 하는 민간 사업자를 찾기 위해서 정말 엄청난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등록지인 사무소 주소를 찾아봐도 사무실이 없습니다. 이랜드 쪽에 얘기를 해도 만날 수가 없습니다. 마포구나 철도시설공단이나 서울시를 경유해도 사업자를 만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흥미롭게도 가장 최종적인 사용권을 획득하고 있는 이랜드 공덕 주식회사는 실체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게 저희에게는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이후에도 보겠지만 이랜드 공덕 주식회사랑 해결해야만 다른 문제가 다 풀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국공유지를 사용할 권한을 획득한 이랜드 공덕이라고 하는 저 법인, 저 법적 주체가 사실은 없더라, 보이지 않더라 라고 하는 것이 저희에게는 굉장히 괴로운 부분이었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⑥ 공기업이 민간회사가 되나?
그리고 출자자 현황을 보시면 공단이 5%를 출자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공단이 5% 출자를 하면 그 민간 법인의 공공성이 갖춰진다는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협약서의 내용을 보면 핵심적인 이사들을 제외하고는 실제 이사 추천권은 철도시설공단이 갖고 있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은 이사, 감사 등의 추천권을 갖고 있는데, 이랜드 공덕 주식회사와 전혀 다른 것처럼 행위를 한다는 겁니다. 만약에 출자를 한 출자자라고 하면 사실은 이랜드 공덕 주식회사나 철도시설공단은 사실 하나의 이익을 공유하는 것으로 봐야 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시설공단은 끊임없이 자기는 제3자다 라고 하는 포지셔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구조는 대응하기가 되게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그런데 저게 공덕역세권 개발 사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위 민간 투자 사업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사업에서도 동일한 공공기관의 출자 방식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진짜 공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건지, 아니면 사업 추진의 원활함을 보장받는 일종의 라이센스가 되는 건지 의혹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때도 SH공사가 출자함으로써 민간 TF가 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세빛둥둥섬 사업도 SH공사가 출자를 함으로써 또 민간 사업자가 금융을 발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서울에서 벌어지는 민간 투자 사업에서 공공의 출자라고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보면 PF를 발생시키기 위한 요건이지, 그 사업의 공공성을 담보해 주는 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공덕역세권 개발 사업에서 철도시설공단의 출자 역시도 그런 것이 아니냐 라는 의혹이 발생하는데, 이 부분은 성격을 파악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서 말씀드린 대로 이랜드 공덕 주식회사가 등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는 철도시설공단이라도 끌어당겨야 되는데 그 연관성이 증명이 안 되니까 철도시설공단한테 사업을 할 겁니까 말 겁니까라고 물을 수도 없게 되는 그런 일들이 좀 있었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⑦ 민자사업의 협력은 무엇일까?
그리고 마포구하고 서울시가 각각 한국철도시설공단하고 업무 협약식*을 맺습니다. 근데 보시는 바와 같이 협약서는 5조에 불과하는 굉장히 간단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핵심적인 내용은 철도시설공단이 가지고 있는 철도 부지를 무상으로 이용하게 해주는 대신에 역세권 개발 사업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깁니다. 마포구와 서울시가 과연 포괄적으로 특정한 개발 사업의 협력을 약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인허가권 이전에 그 영향을 받게 되는 시민들 과의 공론화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토론, 의견 수렴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전원 협약서라고 하는 것이 도시계획 절차 이전에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경의선철도의 지하화는 정치적 요구에 의해 관철된 사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철도시설공단은 역세권 개발사업을, 지방정부는 지상부 공원을 획득하는 것이었습니다. 2007년 마포구청과 2010년 서울시와 협약을 통해서 철도부지의 무상사용과 역세권 개발의 적극지원이라는 자원 간의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단 5조에 불과한 협약으로 지속적이고 사실상 준영구적인 자원의 교환이 발생했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⑧ 그래도 불법이잖아요?
협력이 불가능하다면 압력이 필요합니다. 시민행동에서는 국회를 매개로 해서 관련 역세권 개발사업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첫번째 질문이 ‘그래도 공공부지를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맞지 않나?’라는 것이었고 두번째 질문은 ‘철도시설공단도 내부적으로 참 어렵더라’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보통 쫓겨난 사람들의 절박함으로는 도저히 설득이 되지 않는 것이 불법성과 관련된 외침이더라고요. 특히 국회에서 한번 판단한 불법성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양해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부분이어서 굉장히 곤란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제 이 운동을 하면서 한 번도 국회 토론회를 한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예요. 불법적인 상황에 대한 토론회를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게 굉장히 곤란했던 부분입니다.
던져진 질문들 ⑨ 우리는 누구의 권리를 침해했던 걸까?
그리고 아홉 번째는 저희가 이제 소송을 받아서 이제 쫓겨나게 된 내용입니다. 방해 배제 청구권이 국가에게 있기 때문에 ‘당신들(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이 그런 행동을 하니 이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 당신들은 이 점유를 해제를 해야 된다’라는 취지의 소송장이 날라왔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률가 단체와 시민단체를 지원해 주고 있는 변호사분들까지 쭉 다녔는데 열이면 열 “무조건 진다. 그리고 되게 빨리 판결이 나올 거야. 그런데 판결이 되면 당신들은 돈을 물어내야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판결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것이 손배(손해배상청구)일 거기 때문에 이 소송에서는 이길 가능성이 없고 이 소송이 판결되기 전에 해결해라”라고 하는 것이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저희가 퇴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소송 가액이 30억이 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이것을 운동으로 풀 수 있다고 당당하게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소송이 최종적으로 나오는데 한 2개월이면 끝난다고 하고, 저희가 선임한 변호사도 첫 번째 재판에 출석해서 하는 말이 “다음에 기일이 잡히면 판결이 나올 수도 있겠는데요” 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굉장히 급해졌습니다. 어떻게서든 결론이 나오기 전에 타협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이제 마지막으로 택했던 것이 마포구청장과의 면담을 통해서 자진 퇴거 조건으로 소를 취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합의 조정으로 끝내는 방식으로 약 한 달 정도 만에 진행되었습니다. 거의 읍소 방식으로 한 거죠. 근데 사실 이 경험이 4년 동안 이 공간을 점유했던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우울감을 안기는 경험되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끝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래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접근을 해야 되는 것인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숙제입니다. 아마 누군가가 어디서든지 공공 부지를 점유를 하게 된다면 분명히 같은 방식의 소송이나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될 텐데 과연 이걸 버텨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던져진 질문들 ⑩ 도대체 대안은 어디에 제안을 해야 했을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인데, 그럼 대안은 좀 만들었냐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네,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대안을 어디로 갖고 가야 될지 전혀 모르겠다 라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앞서서 말씀드린 대로 이것은 민간 개발 사업이기 때문에 사용권 자체는 이랜드 공덕 주식회사라고 하는 민간 법인에 있었지만, 토지 소유주는 철도시설공단과 국토부였고, 이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은 서울시와 마포구가 나뉘고 있는 형태였습니다.
저는 이것을 도시재생 사업의 맥락에서 구조 조정을 좀 해서 시민 참여형 재생 사업으로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했던 대안은 이랜드 공덕과 이야기가 된다면 저희가 전체 사업비의 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공동 사업자로 들어가서 다양한 옵션들을 가지고 제안을 해보자고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제안서를 받을 데가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로 줘야 될지 모르겠는 겁니다. 그러니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랜드 공덕 주식회사라고 하는 데는 이메일이나 팩스가 안 되는 기관이고, 도대체 어디에서 이 내용을 전달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상황이었습니다.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의 존재’를 이야기했고 청와대에서는 ‘서울시의 주도적 역할’을 말했습니다. 마포구는 당연히 그렇고 철도시설공단은 아예 거절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만약에 이후에 비슷한 사건이 생겨서 특히 국공유지에 대한 대안적 사용과 관련된 어떤 입장이 나올 때, 과연 제안할 수 있는 통로라고 하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 질문이 생깁니다. 근데 저게 생기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그냥 불법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이런 방식의 내용밖에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론 : 한국사회에서 공유지운동은 가능한가?
10가지의 질문으로 5년간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의 활동 과정에서 나온 질문들을 정리했습니다. 사실 하나의 질문은 더 구체적인 세부적인 질문으로 갈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질문에 대한 답에 앞서 과연 이런 질문이 ‘필요한가’라는 것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서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의 활동은 하나의 우발적인 사례로 가던지 아니면 어떤 경향의 시작 사례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혹은 같이 상의를 하고 싶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말 공유지 운동이 가능한가? 제가 말씀드리는 공유지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사회 운동적 맥락에서의 공유지 운동은 불법이 됐든 뭐가 됐든 감수하면서 하는 거지만, 그보다 실제 사회적 실현이 가능한 방식의 공유지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남습니다. 근데 거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불법성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누군가의 소유권, 특히 국가가 가지고 있는 소유권을 침해하고 있다 라는 것이 우리가 이 의제를 공적 논의로 갖고 가는 데 너무 힘이 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포럼을 통해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홍지수, 홍다솜, 송지우, 심여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2년 05월 30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