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청년 도시커먼즈 공모전] 커먼즈필드 | 글 부문 우수상 이현우

3월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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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공지로 255 일대에는 ‘커먼즈필드 춘천(이하 커먼즈필드)’이 있다. 커먼즈필드는 춘천시 사회혁신센터에서 운영하고 관리한다. 춘천시 사회혁신센터는 지역사회 문제해결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다. 다시 말해, 커먼즈필드는 지역사회 문제해결의 기반이 되는 물리적 터다.


커먼즈필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커먼즈필드는 ‘모두의 공간’을 지향하며 크게 세 가지 용도로 공간이 활용된다. 1층은 카페로 운영되며, 1층과 2층 일부 공간은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할 수 있고, 2층은 지역단체들이 입주하여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1층에는 ‘카페WLCM’과 ‘아카이빙힐’이 있다. ‘카페WLCM’에서는 누구나 배우고 먹고 놀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하이퍼로컬, 친환경 등 가치를 담은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을 운영하며 지역 내에서 생산한 특산물을 활용한 차와 에이드 등을 마실 수 있다. 카페 내부에는 공유 서가가 마련되어 누구나 책을 열람할 수 있고, 춘천시민이 직접 수행한 연구와 리빙랩 활동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카이빙힐’에는 연구와 리빙랩 활동 기록들을 차곡차곡 모아놓았다.

종교, 정치, 영리 목적이 아닌 이상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대관할 수 있다. 컨퍼런스 홀과 강연이나 발표에 적합한 코워킹 그라운드, 회의와 미팅이 가능한 커뮤니티 룸과 미팅룸으로 구성되었다.

커먼즈필드에는 강원도를 기반으로 한 11개의 지역 단체가 입주해있다. 돌봄과 교육, 청년, 먹거리, 환경 등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들이다. 커먼즈필드는 입주 단체들이 카페, 주방, 서가를 공유하면서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특별한 교류 활동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고 느슨한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설계상 일반 공유 오피스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입주 단체들이 공통적으로 ‘지역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외에도 사회혁신센터는 지역문제를 해결할 지역 시민들을 직접 발굴하여 지원하기도 한다. 2020년에는 총 6개의 팀을 선발하여 ‘소소한 동네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소소한 동네 연구는 삶에 기반을 둔 지역문제를 조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춘천 소셜 리빙랩’은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2021년 춘천 소셜 리빙랩에는 6개의 팀이 참여했다.


커먼즈필드는 커먼즈가 될 수 있을까?

커먼즈는 자원, 공동체, 일련의 사회적 규약으로 이뤄진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커먼즈는 공동체가 어떤 자원을 공정한 접근성과 이용, 지속가능성에 특히 신경 써서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하면 서 생겨나는 것들이었다. 커먼즈 패러다임의 세 가지 요소 중 ‘자원’을 중심으로 공동체와 규약이 생겨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커먼즈필드는 지자체 자산이다. 1978년 지어져 강원지방조달청, 춘천도시공사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곳이 2019년 커먼즈필드로 탈바꿈된 것이다.

만약 커먼즈필드를 커먼즈의 요소 ‘자원’으로 본다면 기존의 전통적인 커먼즈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커먼즈필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가 공간 사용의 규약을 정하거나 관리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먼즈필드라는 공간을 ‘자원’으로 공유한다는 점과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라는 점에서 정부 혹은 지자체 자산의 새로운 커먼즈 모델로서 가능성이 보인다. 게다가 지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지식이라는 ‘무형의 자원’을 공유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모델의 커먼즈 탄생을 위해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물리적인 공간을 기초로 정보를 자원으로 하는 커먼즈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지만, 토지와 건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수적인 자원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가에서 토지 사유제가 운영되며 국내 토지는 소유주에 따라 국유지, 시유지, 개인, 법인 등으로 구분된다. 다시 말해 대부분 토지는 누군가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토지를 자원으로 하는 커먼즈가 탄생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커먼즈필드와 같이 국공유지, 시유지에서 커먼즈 가능성을 모색해보는 실험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나 지자체는 커먼즈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미국의 커먼즈 활동가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볼리어는 “국가가 커먼즈 감독을 위해 지나치게 관여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커먼즈를 스스로 관리하고자 하는 공유인의 의지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볼리어는 “정부가 이미 기업들이 창업하여 번창할 수 있도록 정교한 관료제도, 법적 특권, 보조금을 마련해왔기 때문에 커먼즈에게도 이에 비슷한 지원을 할 수 있지 않냐?”라고 묻는다.

볼리어의 의견에 동의한다. 지자체나 국가가 커먼즈필드 내의 활동에 대한 지나친 감독은 지양해야 하며 지역문제를 매개로 모인 공동체에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위한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커먼즈필드를 어떻게 사용할지 입주한 단체들과 이용하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함께 논의해 나가는 공론장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커먼즈필드는 춘천, 전주, 제주, 대전 등 지역에 만들어진 공간이다. 공간과 지역문제를 매개로 하여 모인 공동체가 커먼즈필드의 지속가능성과 이용 규약에 대해 새롭게 만들어갈 미래가 기대된다. 지역문제 해결로 똘똘 뭉친 지역단체와 시민들을 중심으로 지자체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지자체 자산이 커먼즈화되는 새로운 모델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

데이비드 볼리어.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갈무리. 2015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홍지수, 홍다솜, 송지우, 심여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2년 03월 30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