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와 공공성] 전체 토론

5월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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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를 강요하는 법적 사고를 벗어나기 | 이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먼저 이계수 선생님은 경의선 공유지 문제는 단지 민법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국유지 관련 소송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 배경에는 현재 국가는 가장 사악한 사유 재산권자처럼 있으며, 오랫동안 보존해온 가리왕산을 국가가 마음대로 개발하고 파괴한 사례만 보더라도, 국가가 국공유지에 대해 마음대로 처분해도 아무말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할 것입니다.
이계수 선생님은 정준영 선생님의 발표와 관련해서는 그 내용이 영미식 자유주의 법해석이며, 자본주의적 소유의 논리를 깨야할 주체, 권력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이 경우, 어떤 법적인 질서와 체계를 수립해서 판단하기 보다는 입법권한이 있는 국회의원, 법해석의 권한이 있는 헌법재판관, 판사 개개인에게 뭔가를 기대하고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경우, 독일어 recht가 권리와 함께 법을 의미하기도 하기 때문에, 독일에서 소유권은 사회화
조항과 연결되어 있으나, 미국법에는 이런 부분이 없다는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이런 연장선에서,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는 법적 사고를 벗어나, 대중들로부터 이해를 얻어가면서 스쾃을 포함해서 여러 커먼즈 운동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더했습니다.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 커먼즈 운동을 위한 거점의 필요성 |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김윤철 선생님은 먼저 오늘날 정치학에 국가론이나 정치경제학 논의가 사라졌으며, 경제학은 여전히 자유주의 경제학이 주류인 점을 강조했습니다. 문명사적 관점
에서 볼 때, 문명이란 시민의 자치 공동체이며, 정치란 면명 건설과 파괴의 실천이자 결국 자원 배분에서의 인민의 자기 결정권의 보유와 행사이지만, 우리의 정치학과 민주주의 교육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치지 않고, 공유, 커먼즈, 공공성 문제가 민주주의의 문제임을 말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난 민주화 이후 30년 동안 이 문제를 삭제해 온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을 더했습니다. 특히 유럽은 자본주의 부르주아 지배 체제가 커먼즈라는 문제의식을 몇 백년에 걸쳐 삭제해온 반면, 우리는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에서 30~40년 만에 지워버렸다는 것입니다. 김윤철 선생님은 사적 소유권의 private이라는 말 자체에 타인의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권한을 배제하고 빼앗는 약탈적 의미가 있음에도, 이런 내용을 누군가 지우려 하고 있다면서, 효율성에 대한 강조가 공화주의적 질서를 파괴하고 있고, 영국 차티스트 운동의 핵심이
자원 배분을 위한 결정권에 대한 요구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투표권과 선거 자체를 물신화하는 것처럼 이해하는 우리 정치가 점차 투표권 정치로 작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은 입법자임에도 불구하고 준법자가 되고, 민변도 국가 소송이나 위헌을 다루기 보다는 법적으로 불리하다는 의견만 내
면서 경의선 공유지 운동을 제약한 것이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윤철 선생님은 커먼즈 운동과 관련해서,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에, 우리가 이 커먼즈 운
동의 자원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자원을 어떻게 배치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 어떤 계기에서 언제 움직여야 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시민이 주도하는 운동의 집단적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가자 | 정선애 전 서울시 혁신기획관

정선애 선생님께서는 무엇보다 커먼즈를 이해하는 행정의 문법이 시민사회의 문법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행정은 커먼즈를 ‘공동체, 자치, 공공성’ 차
원에서 번역하는 정도이며, 이 수준에서 공동체를 언제나 사익을 추구하는 지도 감독의 대상으로 이해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행정은 본질적으로 행정적 질서
화를 추구하고, 단순하고 가독성이 높도록 일을 하는 반면, 모호하고 변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행정과 공동체가 같이 일하는 데에는 일정한 딜레마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정에 대해 시민사회도 행정을 설득할 수 있는 언어가 부족하다보니 양쪽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행정과 관련해서 모든 문제가 신자유주의적 상황에서 법률적 다툼의 대상이 되다보니, 정책 결정권자는 자기 재량과 권한을 행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공무원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피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정선애 선생님은 군산문화예술회관, 서울혁신파크, 플리마켓의 위생법 관련 규제 같은 사례를 설명하면서, 결국 국공유지와 관련된 커먼즈 운동은 누가 머무르고, 누구와 함께 사용하고, 얼마큼의 권한을 어디까지 어떻게 누릴 것인가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선애 선생님은 예전 미국 사회학회 회장이 “미국 사회학계가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공공과 행정에 대한 언어는 발전시켰지만, 반면 시민을 향하는 방법은 잊어버렸다”라고 한 발언을 상기하면서, 우리 시민사회와 학계가 시민운동, 공공성, 커먼즈, 공동체를 어떤 언어로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이 운동이 집단적 스토리텔링을 어떤 규모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커먼즈 주체로서의 시민의 재등장을 위해 감각을 커머닝 하자 | 한디디 런던 정경대 박사

한디디 선생님께서는 “배타적이고 전면적인 지배권”으로서의 소유권 차원에서 본다면, 국공유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권리는 전적으로 국가에게 있기때문에 경의선 공유지 운동에 대해 “어떤 자격으로 하는가?”라는 질문, 주변 환경을 포함한 아파트를 증식가능한 재산으로만 인식하는 것, 아현포차를 재산권 침해로 보는 것, 소유권이 없는 사람을 무자격자로 규정하는 것은 당연하게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독점적 소유권과 이에 기반한 국가의 역할과 공공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국가가 국공유지 사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비민주성과 가치 편향성, 비도덕성을 알리면서 시민이 주도해서 국유지를 커먼즈로 바꾸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공공성을 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것은 특히 감각을 바꾸는 싸움이며, 이 감각의 커머닝을 통해서 커먼즈의 주체, 즉 시민이 재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경의선 공유지 운동은 한국 사회의 소유권을 둘러싼 감수성을 실천적으로, 담론적으로 한단계 변화시킨 사건이었고, 한국 커먼즈 운동의 실천적, 개념적 지도를 만든 시공간이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디디 선생님은 정준영 선생님이 설명한 다발론이 대안적 소유권 개념을 제안하는데 유용하면서도 동시에 자유주의적인 관점을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모듈론이든 다발론이든 소유권에 대한 법이론이 노동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한편, 한디디 선생님은 신수임 선생님의 공-사-공 변증법을 통한 새로운 공공성 모색과 관련해서, 어쩌면 이 구상이 공과 사라는 두 항을 이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커먼즈의 장소가 모호할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것은 아렌트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여전히 근대적인 공과 사의 구분은 커먼즈의 가능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중 의견

청중으로 참여하신 최경호 선생님께서는 경의선 공유지 운동이 외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움직였다면, 사회주택 운동은 법과 제도의 승인절차에 따라가야하는 내
적인 운동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말하면서, 사회주택이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공공성과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 사회가 함께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특정 시행사나 주체가 이익을 독식하기 보다는 이 파트너십이 함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지분공유 방식, 금융방식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박배균 선생님께서는 경의선 공유지 운동의 공유지 퇴거가 2년이 지났음에도 정부가 이 국공유지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헌법 소송을 제기해 보는 것을 전략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마무리

새로운 사회적 실천으로 커먼즈 운동의 실현가능한 모델을 만들고, 법적 질서를 변화시켜 가면서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는 사회관계를 만들어 나가자 끝으로, 정준영 선생님은 소유권 문제는 재산권과 공공성 문제로 확장될 필요가 있으며, 민법이 변한다는 것은 사회 관계 자체가 변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시민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사회적 실천들이 규범적이고 법적인 관행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번들과 모듈은 결국 하나의 이념처럼 이상적인 형태로 제시된 것인만큼, 현실의 수많은 구체적 소유권들은 이 두 형태 사이 스펙트럼에 존재하며, 이것이 운동 과정에서 변증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설명을 더했습니다. 신수임 선생님께서는 현재 사회주택 운동은 현실 속에서 법적 근거를 찾아가면서 실현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가는 운동일 수 밖에 없음을 강조하면서, 무엇이든 전문분야에 속한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상철 선생님은 경의선 공유지 운동에 참여한 사람이 처음부터 커먼즈 개념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행정하고의 마찰력을 견디는 과정에서 사용한 것이었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운동의 상황이 아니었기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이 운동 자체가 쫓겨난 사람들의 절박한 운동이었기에 누구의 허가를 받거나 존중받아야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서지 않았지만, 그만큼 전기나 수도 사용, 청소, 공간분할 및 공유에 대해 스스로 해나가면서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논의해 나갔다고 설명했습니다.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홍지수, 홍다솜, 송지우, 심여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2년 5월 30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