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의 다양한 실험들 2] 금융 커먼즈 집담회|국내 대안금융 생태계 지도 그리기

9월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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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17일, 합정역 알커먼즈에서 대안금융 공동체들과 함께하는 금융커먼즈 집담회가 열렸다. 대안금융 단체의 전략과 문제를 공유하는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하고자, 공동체은행 빈고, (사) 연구자의 집, 한살림연대기금, 사람과 공간, 해빗 투게더, 건맥 1897 협동조합, 다람쥐회, 도토리회, 희년은행, 주민협동연합회, 노동공제연합 풀빵, 터무늬제작소, 공유성북 원탁회의, 마포 경제공동체 모아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본 발표는 이들 대안금융 실험·공동체의 연합 혹은 배열을 하나의 생태계로써 간주하여, 대안금융 생태계 내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새로운 금융 지식·논리·관행·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포착하고 나아가 앞으로의 대안금융 생태계 조성 방향에 대해 탐색하고자 했다.


발표자 : 정진영(서울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홍다솜(옥스퍼스대 지리학과 박사과정)

‘비판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효용이 없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기존 자본주의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금융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일단 커먼즈를 위한 금융, 그리고 커먼즈로서의 금융을 실천하고 있는 단체들을 만나보고자 했습니다. ‘금융 생태계’의 지도를 그리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대안금융 실험 및 공동체는 어떻게 대안적인 금융 지식·논리·관행을 재생산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공공의 자원을 구축하기 위한 금융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 그리고 ‘금융 그 자체가 우리 모두의 공동의 자원이 될 수 없을까 혹은 자본의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목적의 금융을 우리가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라는 이 두 가지의 고민으로부터 이 연구 프로젝트가 출발했습니다. 커먼즈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커머너들의 금융 실천 즉 ‘커먼즈를 위한 금융’과, 금융 기관·자본·관행·지식 그 자체를 커먼즈로 만들어가는 금융 실험 즉 ‘커먼즈로서의 금융’을 실천하고 있는 단체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지금까지 11 팀 정도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커먼즈를 위한 금융’ 단체로 건맥 1897 협동조합, 공유성북 원탁회의, 사람과 공간, 해빗투게더 그리고 터무늬제작소와 인터뷰를 진행을 했습니다. 더불어, 커먼즈로서의 금융 즉 대안적인 금융 단체로 한살림 연대기금, 희년은행, 노동공제연합 풀빵, 도토리회, 다람쥐회, 마포 경제 공동체 모아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국내에서 어떻게 대안 금융에 대한 혹은 사회적 금융에 대한 지형이 형성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국내 대안금융 담론의 지형

한국에서는 사회적 금융을 중심으로 대안적인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많이 추구하냐, 기능적 가치를 많이 추구하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를 시장 친화적인 금융이나 공동체 친화적인 금융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기본적인 시각은 생각보다는 이것이 무 자르듯이 딱 잘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러 부분에서 자본주의적인 제도와 대안적인 가치를 전략적으로 넘나들면서 대안금융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이건 자본주의적이야’, ‘이건 대안적이야’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이분법적으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내 대안금융 생태계는 기존 금융체계 및 다른 금융 생태계와 다양한 형태의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고, 각 생태계는 서로 금융의 지식과 관행을 모방·전유하면서 ‘자본주의적-대안적’ 금융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가령, 때로는 과감하게 대부업체 형태로 사회적 금융을 만들어가고 가기도 하거든요. 즉, 기존에 자본주의적이라고 평가했었던 금융 제도들도 적극적으로, 유연하게,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생태계들이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대안금융 생태계 지도 그리기 | 대안금융 실험·공동체의 목적과 지향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대한금융 생태계의 지도를 한번 그려볼 텐데요.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은 대안금융 실험·공동체들이 다양한 목적과 지향을 가지고 있고, 많은 경우 시민사회 운동의 지형과 결합한 형태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공동체은행 빈고의 사례로 예를 들자면, 빈고는 빈집이라는 주거의 문제로부터 출발했지만 다른 지형의 시민운동과 여러 결합 지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컨대 청년의 주거 및 금융 문제를 다루는 희년은행, 지역화폐운동을 하는 도토리회,  지역자활조합인 주민협동연합회와 소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 외 많은 단체에서 다양한 지향점과 목적으로 대안금융의 구조·관행·지식·흐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확인 수가 있었습니다.

사실 금융이라는 것은 흔히 채무자라고 하는 자금의 수요자, 채권자라 불리는 자금의 공급자, 그리고 그사이에 금융기관 간의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 자금의 수요자, 공급자, 금융기관의 형태도 굉장히 다양하죠. 예를 들면 자금 수요자는 커먼즈를 형성하는 주체나 주거 공동체가 될 수도 있고, 노동자·청년·연구자·지역 경제 주체·농업 생산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금의 공급자도 협동조합의 조합원들부터 노동자·주거·종교 등의 각종 공동체, 지역 경제 주체 정부 등 다양합니다. 금융기관 역시 무이자은행, 신용협동조합, 공제회, 지역은행, 공동체 은행, 사회적 금융협동조합, 사회적 P2P 금융 등 굉장히 여러 형태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굉장히 다양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주체 혹은 금융기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적 목적의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금융의 대상자나 상품, 새로운 형태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출 포인트 제도 혹은 지역 화폐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다양한 형태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까지도 포착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통 우리가 은행 가면 내가 예금을 넣으면 이 돈이 어디에다 대출이 되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반면, 대안 금융을 실천하는 많은 공동체가 이 자금 수요자와 금융기관 그리고 자금 공급자와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이 모든 주체가 서로 상호 연계되고 관계 맺는 형태의 관계 금융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금융 주체 간의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것은 대부분의 단체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안금융의 생태계에서 서로 다른 주체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어간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이들은 공공기관과 협력을 하기도 하고, 기존에 있었던 금융기관과 협력을 하기도 하고, 사회적 금융기관과 협력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금융 제도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포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 및 공동체와 연대도 하고, 여러 가지 네트워크 형태의 협력을 추구하는 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커먼즈를 위한 금융 집단들과 함께 연계되어서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을 하기도 하고요. 혹은 실무적인 부분이나 운영에 관련된 부분 혹은 유동성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연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안금융 생태계 조성하기 | 대안금융 생태계의 고민들

그런데 이 대안 금융의 생태계가 운영되고 활성화되는 데 있어서 많은 고민 지점과 장애 요인이 존재하고 있었는데요. 크게 자금조달, 운영, 제도화 세 가지 정도의 분류를 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자금 조달입니다. 자금 조달이 그 자체가 굉장히 쉽지 않고, 대안적인 신용 평가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신용 평가를 하지 않는 경우 원금을 어떻게 상환할 것인가 혹은 유동성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공통으로 가지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운영 문제입니다. 무이자 은행의 방식으로 운영하다 보면 상근자를 구하는 것조차도 어려울 정도로 운영 수익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운영 비용 마련에서의 문제, 상근자 및 운영 인력 부족의 문제가 뒤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금융 전문가를 모시기에는 이분들의 연봉이 너무 높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전문 인력을 충원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세 번째, 제도화입니다. 제도화에 관련한 문제의식은 대부분의 단체가 공유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대안금융 단체는 계 등의 비인가 협동조합의 형태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 한국의 협동조합법을 통해 금융 기관을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제도가 부재하고, 기존 제도에서 재무 및 전문성 관련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들이 법적·제도적 지위를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기존 제도와 충돌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특히나 지역 화폐하시는 분들은 내가 지역 화폐를 만들었는데 갑자기 공공에서 지역 화폐를 해버리는 거예요. 이 경우, 기존에 있었던 제도와 어떻게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가의 문제 또는 제도에 부합하려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대안적 가치가 어느 정도 상쇄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화의 어려움은 그 자체로 규모화, 운영, 자금 조달의 문제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 대안금융 생태계들이 취하고 있는 제도적 조직들은 협동조합, 법인, 주식회사, 대부업체, 계(비인가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사실 협동조합은 금융을 다룰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과 관련된 부분은 법 테두리 바깥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의 경우,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격을 가지고 공제/금융 활동을 진행하지만, 이것 역시 근거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회사의 경우, 큰 규모의 자금에 대해서 합법적 여·수신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주식회사 설립의 어려움과 거버넌스의 민주성 문제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대부업체가 가장 쉽게 금융권에 제도화될 방법이니, 대부업체의 형태를 취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대안금융 공동체로서 대부업체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고 이야기 하셨던 분들도 계십니다. 한편, 최근 P2P 금융이 제도화되어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업(P2P)으로 전환되면서 이러한 형태의 업체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현재와 같은 조직 형태의 단점은 불안정하다는 것이지만, 제도 바깥에 있기 때문에 유연하다는 장점 또한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현재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혹은 앞으로 더 많은 대안금융 실험·단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 함께 논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홍지수, 송지우, 심여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2년 9월 30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