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쫓겨났다.
그들은 우리의 오랜 가게가, 집이, 거리가, 세상이
자신들의 것이라 말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쫓겨난 가게에서는 새로운 간판이 오르고
망가진 집 위엔 낯선 아파트가 세워지고
파괴된 포장마차 위에는 화분이 들어섰다.
그렇게 흔적을 지워버리면 우리의 아픈 삶도
지워질 것이라 믿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은 착각했다.
우리는 우리를 지우려 하는
이 도시에 지워지지 않는 화인을 남길 것이다.
우리는 모이고 살아가고, 투쟁하며 웃을 것이다.
이 곳에 더 많은 시민들을 초대한다.
도처에 뿌리 뽑힌 이들은 이 곳으로 오라
우리는 웃으면서 분노할 것이고
우리의 삶을 걸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6번째 자치구는 그들이 포기한 자치와 연대,
그리고 희망을 말하는 진짜 자치구가 될 것이다.
오늘부터 명령하고 빼앗던 어제의 서울과 작별한다.
26번째 자치구 만세!
2016. 11. 27 경의선 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최희진, 송지우, 상덕, 홍지수, 홍다솜, 이혜원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1년 6월 25일
*2017년도 정부재원(교육부)으로 한국연구재단 한국사회과학연구사업(SSK)의 지원을 받음(NRF-2017S1A3A2066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