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사례로

7월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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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사례로

백일순(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도시사회센터), 김주락(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

* 본 연구는 지난 2023년 4월 21일 개최된 <한국공간환경학회 춘계학술대회> 참여 발표를 위하여 ‘도시 구성체로서의 학군: 서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사례로(백일순, 김주락, 이승원, 공간과 사회 2023년 6월 86호, 132-183) 논문의 초고용 발표문입니다. 본 논문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도시 구성체(urban formation)’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웹진 공유도시 지난 14호(<강남화 논의의 재구성: 도시를 헤게모니 차원에서 바라보기> – ‘도시 구성체’의 시론적 개념화 ) 또는 위 학술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 서론 : 연구 배경과 이론적 검토

• 인사청문회의 단골 소재, 위장전입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시작된 김영삼 정부 이후, 장관급 후보자의 위장전입 이슈는 청문회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제

→ 위장전입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와 더불어 고위층의 교육 세습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

•유명 학군으로 불리는 강남 8학군은 SKY로 축약되는 대학입시에 대한 성공, 높은 환금성을 갖으며 끊임없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 한국 사회의 상류층을 차지하는 중산 계급의 밀집지로 압축되어 설명

[그림 1] 학군 관련 서울시 위장전입 적발건수 (자료 : 각 년도별 신문기사에 추출, 저자 재정리)

학군과 관련된 연구 동향

•국내 학군 관련 선행연구들은 첫째, 주택 가격 변동과 학군의 영향을 파악한 연구, 둘째, 학군에 따른 학업성취도의 차이, 셋째, 학군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호 혹은 특성으로 구분

•첫째, 강남, 목동, 노원 등 주요 명문 학군과 연동된 주택 가격 변동의 요인과 양상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다수(김경민 외, 2007; 이광현, 2010; 정인호 외, 2011; 김구회 외, 2016)

•둘째, 학군 효과에 따른 학업 성취도의 차이, 학생들의 학습 태도 등에 대한 연구(홍선호 외, 2011; 김형용, 2013; 박상은 외, 2018; 김지우 외, 2019) 는 명문 학군의 우수성을 검증

•학군 선호에 대한 학부모들의 선택 양상과 그들의 특성에 대한 연구가 세 번째 연구 흐름에 해당(장미혜, 2002; 김영화 외, 2003; 전은희, 2018)

•학군은 주거지 선택의 요인이자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인자로 다루어지면서, 명문 학군일수록 일정한 수요 발생으로 인하여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고, 높은 주택 가격을 유지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

→ 이러한 설명 방식은 학군이 가진 사회-문화적 가치를 경제적인 속성에 귀속시키며, 학군 그 자체에 대한 의미를 탐색하는데 한계

• 도시 구성체로서 학군

•학군은 일종의 도시 구성체(urban formation)로서, 자연발생적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사회현상이 우연적(하지만 매우 의도적인) 요인에 의해 누적, 중첩되면서 형성된 결과물

• 도시 구성체는 그람시의 사회 구성체에서 착안한 개념으로 지배적인 생산양식과 국가의 제도적 강압성 등이 하나의 헤게모니로 작동하면서 역사적 블록(historic block)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도시 스케일에서 접근한 것

•사회구조를 만들어내는 지배계급의 논리와 국가의 폭력성,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새로운 공간의 형성은 하나의 도시구성체로 작동하며, 계급과 체제 유지를 위해 국가나 사회라는 총체적인 규모뿐만 아니라 도시, 마을, 거리 등 미시적 규모에서도 특수한 형태로 구축되고 작동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명문 학군은  높은 주택 가격과 폐쇄적인 공동체 형성을 통해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며, 하위 계급의 진입을 저해하고, 사회, 경제, 정치 등의 분야에서 특권화된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음

2. 학군의 역사 : 1968년 학군제 도입에서부터 현재까지

•학군제의 시작,  중학교 무시험 전형 도입

•1959년 ‘의무교육완성 6개년 계획’에 의해 초등교육의 의무화가 실시되어 초등학교 졸업자가 급증

•중학교 진학이 사회적 성공의 지름길로 인식됨에 따라 일류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잠을 줄이며 공부를 하는 국민학생들의 일상은 신문기사의 단골 소재

부유층의 특권입학, 부정입학(일명 뒷문입학)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중등학교 입학시험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하였고, 1968년 중학교 무시험 전형에 따른 학군제의 도입

[그림 2] 1968.07.16 동아일보 기사
•학군제가 불러온 또 다른 경쟁

•사립학교와 일부 학부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학군제 실시는 중학 평준화 정책과 함께 문교부(당시 교육부)의 강한 추진력으로 시행

•중학입시에 대한 경쟁을 해소하고 도심부 인구 분산을 위해 도입된 학군제는 새로운 경쟁을 발생시킴

•학군제는 거주지 중심의 근거리 배정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각 학군 내 학생 수 불균형과 추첨에 의해 무작위로 결정되어 예상치 못한 장거리 등교자 발생 등으로 인하여 학생들의 통학 문제를 야기

→ 특정학군에 대한 선호 발생

•통학거리의 최소화와 더불어 명문 학교에 대한 배정에 있어 특정 지역으로의 이동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학부모들이 등장한 것과 더불어 ‘77년 ‘수도권인구재배치계획’이 기폭제가 됨

[그림 3] 1970.04.04 매일경제 기사

•학군병(學群病)과 부동산

•고교평준화 이후 생긴 강남지역 8학군의 신흥명문고 출현은 좋은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이동해온 인구(특히 중산층)의 집중으로 부동산 투기와 주택 가격의 상승을 발생시킴

•1989년 노태우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 사회균형발전확대회의에서 ‘경제, 사회의 공정 형평 및 지속발전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투기, 과열교육현상 등 갖가지 부작용을 빚고 있는 학군을 전면 재조정하기로 결정

→ 강남 8학군을 지키려는 학부모의 반대 극심

•‘부동산 기반의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학군 변경에 대한 저항이 심해졌고, 국가의 학군 조정 시도가 오히려 여론만 악화시킴

•학군은 부동산 판매 전략의 핵심적인 요인 → 아파트 판매 전략이자 가격 상승의 기제로서 학군은 교육 환경으로서의 정의를 뛰어넘는 좋은 주거지의 조건, 중산층으로 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화

•정부는 학군제를 개편하는 대신 목동, 상계 지역 등 서울시내 주택 공급 및 1기 신도시 개발 계획으로 학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

•신도시 개발의 1차적인 목표는 주택난 해소였지만, 실질적인 것은 학군을 비롯한 강남권 수준의 생활환경의 조성을 통해 투기 과열을 해소하고 인구 분산의 목적

•강남으로의 인구 이동을 위해 추진했던 이전 계획은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목표 수정을 통해 억제 계획으로 전환

• 부동산 광고 속 학군
[그림 4] 1982.05.22. 경향신문 기사
[그림 5] 1985.09.17조선일보 기사
• 광역학군제, 학군 프리미엄의 소멸?

•1989년 학군 조정 시도가 무산된 이후, 2005년 정부는 다시 한 번 학군 조정의 필요성을 제기

•학군을 11개에서 4-5개로 줄이는 광역학군제가 실시될 경우 한 학군 내에서도 다양한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 학군 간의 학력차가 완화되고, 강남으로 이전하는 세대가 줄어들면서 강남 지역의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

•학군 조정만으로는 지역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입장과 학교 선택권의 확대 등의 이유로 학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립하면서 논란이 가중

•지지부진했던 광역학군제(일명 고교 선택제)는 2010년에 이르러 확정, 시행

•정부는 학군 프리미엄이 사라져 강남으로의 이주 없이도, 좋은 고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하여 인구 분산이 원만히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효과 미미

→ 고교 선택제가 시행 3년 만에 유명무실해진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이지만, 근본적인 것은 입시전문 학원의 대형화, 인기 학원 강사의 등장과 같은 사교육의 시장의 성장과 밀접한 연관성

•현재 학군에 영향을 미친 학원에 대한 논의는 1976년에서 시작해야 함 : 많은 수강생을 확보하고 있는 대형 입시학원 등이 종로에서 강남으로 이전해 온 뒤,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됨으로써 다른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는 형태로 확대된 것에서 비롯

•89년 재학생 방학 중 학원 수강 허용 방침에 따라 강남 지역에 유명한 대형학원들은 그동안 재수생을 대상으로 해왔던 것을 재학생으로 타깃을 바꾸고, 학원가의 우수한 강사진을 모셔와 수강생 들을 끌어들임

• 대형입시학원의 성장
[그림 6] 1978.09.06 경향신문 기사

3. 사례연구 : 노원구 중계동 은행 사거리

• 택지개발과 새로운 소득계층의 대규모 유입

[그림 7] 중계2택지 제1종지구단위계획 결정도(총괄) 중 은행사거리 일대 (출처 : 노원구청 자료 저자 수정)

•1980년 12월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해 공공이 택지의 취득에서 개발, 공급, 관리까지 주택 공급의 모든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종합적으로 택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화 à 수만 명의 인구가 일시에 이주해오는 새로운 도시가 전국, 특히 서울과 수도권 각지에 생기는 것을 의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학원가를 포함한 인근 지역은 1986년 지구 지정된 서울특별시의 ‘중계2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조성된 서울 내 신도시로, 주변은 1990년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 건설된 아파트 단지

•1기 신도시와 거의 동일시기에 노원구 지역에 주택 공급 규모상 일산보다 크고, 분당보다 작은 규모의 신도시가 새로 건설되었음

• 특목고와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들의 등장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조성된 신도시인 노원구엔 개발 과정에서 학령인구 유입에 따른 각급 학교의 신설하고 명문고로 유명한 서라벌고등학교가 서울시의 고교 이전 정책으로 성북구 돈암동에 서 중계동으로 이전하는 등 ‘아파트 공화국’ 속 ‘학교 천국’으로 불림

•노원구에는 서울특별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많은 각급 학교(초등학교 42개교, 중학교 26개교, 고등학교 25개교 등 총 93개교)가  위치

[그림 8] 1994.04.24조선일보 기사

• 은행사거리 교육 경관의 등장 : 수요와 공급의 공간적 집중

•일반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은행사거리 학원가는 아파트 단지(제3종일반주거지역)로 둘러싸인 일대에서 유일하게 상가 건물이 연이어 늘어선 곳으로 자연스레 지역의 상업적 중심지 기능을 수행

•은행사거리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확장된 H 학원, T 학원 역시 은행사거리 상권이 조성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작은 규모의 보습학원으로 시작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은행사거리의 소규모 보습학원들은 1990년대 후반,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 입시에서 성과를 내면서 점차 규모 확장

강남 학군의 선호 하락 시기와 맞물려 은행사거리 학원가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특목고 입시반을 운영하며 진학 실적 쌓음

[그림 9] 중계동 학원 설립 광고(조선일보 1995.1.18.)

• ‘명문 학군’ 이미지 획득과 유지를 위한 관할 구청의 정책적 지원

•노원구는 명문학군의 이미지를 획득한 은행사거리 학원가를 통해 노원구를 ‘강북의 교육특구’로 브랜드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임

•구청은 학원 설립 허가를 최대한 신속하게 해 더 많은 학원을 유치하고, 학원가 주변의 가로등 조도를 높여 거리 안전을 확보하는 한편, 청소년 유해시설의 입점을 금지하고, ‘교육의 거리’를 조성하는 등 행정적 지원을 강화

•학원친화적 정책 : 학원 버스의 불법주차에 대해 적극적인 단속보다는 계도 위주의 정책을 펼치거나 학원 통학버스 주차 합법화를 추진

[그림 10] YTN [서울] 학원버스 불법주정차 몸살(2008년 2월 20일)
[그림 11] 노원구소식지 (살기좋은 노원 2008년 2월호)

4. 결론 : 도시구성체로 본 학군

• 진화하는 학군, 노원구 은행사거리의 변화

[그림 12] 연구결과: 학군의 형성 요인

•‘중계동 은행사거리’라는 학군은 단순히 좋은 학교가 있다거나 교육열이 높은 집단, 부동산 가격의 상승 유지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오히려 우연적 요소들의 결합이 공고화되고, 권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들만 수정, 잔존하며 합법-불법의 경계를 흐리는 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것.

•학군은  하나의 도시구성체로  형성, 확대되면서,  ‘좋은 거주지’가 가져야 할  필수조건이 됨 : 한국 사회에서의 교육-계급-거주지에 대한 특정한 선호가 지속되는 한, 학군 내에 담겨있는 위계적 질서들은  한국인이  쟁취하고자 하는  사회, 경제적 성공의 정동으로 작동

•도시 구성체의 요소로서 학군은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공간적 역동성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재부여받아 지역의 독특한 계급성을 만들어내고, 주거 선택의 가치 지표가 되었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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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청 지구단위계획(www.nowon.kr/www/info/dstrcUnitPlan/BD_selectDstrcUnitPlanList.do)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홍지수, 심여은, 이희라, 송지우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3년 7월 31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