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브리핑] 귀촌은 지방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I 백일순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3월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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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은 지방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백일순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연구원)


귀어, 귀농을 포함한 귀촌은 전형적인 이도향촌의 인구이동으로 귀촌, 귀농의 흐름이 발생한 당시만 하더라도, 이를 지방소멸이나 인구감소의 대안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 귀촌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고질적인 지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귀촌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서 비롯되었으나 경기회복 이후 생태, 전원, 환경 등의 이슈와 결합하며 새로운 삶의 양식이 되었다. 농업 인구의 감소를 해결하기 위하여 각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귀농인 모시기 프로그램을 실시하였으며, 중앙 정부 역시 국가사업의 일부로 귀농, 귀촌 정책을 도입하였다.

2014년 일본에서 등장한 ‘지방소멸’ 이슈가 비수도권 지역의 위기로 작동하면서, 귀농은 새로운 인구 정책의 일환으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이제 ‘인구 늘리기’ 전략으로서 귀농은 각 지자체의 인구정책 전담부서의 신설을 야기하였으며, 각종 언론에서도 농어업 생산이나 생태, 전원생활 측면보다는 인구 관점에서 귀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기사를 보도하였다.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 현상은 한국 사회의 성장에 따른 이촌향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인구 증가 대책이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어졌다. 출산 인색 개선 교육, 미혼 남녀 만남 행사, 임산부 지원 등과 같은 출산 장려를 중심으로 인구 문제에 대응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부족, 교육 및 의료 등의 인프라 열악 등으로 인한 농촌 지역의 청년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지속됨에 따라 가임 여성을 배우자로 둔 청년층 대상의 출산 장려책은 농촌 지역에는 유효하지 않았다.

미혼 혹은 만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고용 시장 악화, 실질 소득 감소와 같은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해 출산, 양육의 기피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출산을 중심으로 한 자연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화되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에 대한 위기는 지역의 생존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공포로 이어졌다. 미디어에서 언급되는 농촌의 인구 감소 현상을 은유하는 표현들은 ‘재앙’, ‘경고’, ‘비상’, ‘인구절벽’ 등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비도시 지역에서는 귀농, 귀촌을 통한 인구 증가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 되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의 쇠퇴를 막고, 인프라의 질 저하, 1인당 지방교부세 감소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성인 인구를 유치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귀농, 귀촌 정책을 통한 유인 인구는 베이비부머와 같은 장년층에서 청년층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청년층의 유입을 통해 인구의 자연적 증가와 사회적 증가를 동시에 누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귀농, 귀촌 정책은 취업난으로 고용 시장의 진입이 어려워진 젊은 인구를 유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돈 버는 농촌 청년 사업가’ 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고 농업에 대한 교육과 각종 정착 지원 등을 통해 청년세대를 농촌으로 끌어오고자 하였다. 일례로 농어촌공사가 실시한 ‘2030 젊은 세대 농지 지원 사업’은 농촌 고령화, 후계농 부족, 청년 취업난 등에 대처하고자 2012년부터 추진한 사업으로 대상자로 선정되면 농지은행사업을 통해 최대 5ha까지 농지를 지원하는 정책이었다. 첫해 시행에 약 200명이 신청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얻어 많은 젊은이들의 지원이 이어졌고, 관련 예산도 확대되었다. 청년층의 소득 창출 수단으로 농업이 주목받으면서, 성공한 청년 농부의 사례들이 미디어로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미디어를 통해 성공 사례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농촌지역에서 청년 인구의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귀농, 귀촌인구 통계에 따르면 <그림 1>에서와 같이 2019년 이후 절대적 인구가 다소 회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체 귀농 인구 대비 39세 이하 인구의 비율로 보았을 땐 그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2013년에 귀농한 청년 남녀 인구는 전체 귀농 인구의 약 27-28%를 차지하였지만 2021년에 이르러서는 20% 이하로 낮아졌다. 특히 귀농 청년 여성의 인구 비율이 더 낮게 나타나는데 2019년 이전에는 청년 남성과 유사했던 인구 비율이 2019년 이후를 지나서는 청년 남성보다 꾸준히 낮게 집계되면서, 젊은 여성의 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적 인구 증가로서 귀농의 효과는 다소 유효하나 젊은 세대의 출산을 통한 자연적 인구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료 : 귀농어, 귀촌인 통계
<그림 1> 귀농가구원수 추이(단위 : 명)
자료 : 귀농어, 귀촌인 통계
<그림 2> 전체 귀농가구원수 대비 39세 이하 인구 비율

이와 같이 지방 소멸과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농어촌 지역의 인구 대책으로 현재의 귀농, 귀촌 정책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인구 유인책으로 작동하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다양한 귀농 프로그램들에 대한 경험이 귀농 의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연구들이 다수 있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청년세대가 농촌 지역의 정착인구로 남을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점의 귀촌 정책없이, 한시적인 인구 증가를 위한 사업 남발은 농어업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농,어촌의 생활양식을 보존하고 즐기는 거주민들에게 의도치 않은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귀촌이 실질적인 인구 증대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젊은층을 포함한 세대별 유인 전략뿐만 아니라 이주자들의 귀촌 이후의 삶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글 I 백일순

그림 I Mark from pixabay


*본 원고는 2023년 3월에 게재된 지방소멸 관점으로 본 귀농귀촌 : 한국사회의 귀농에 대한 경향 분석과 도시민들의 세대별 이주의향을 중심으로(후가산업사회연구 제 3호, 87-122)에서 일부를 발췌한 내용임을 밝힌다.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홍지수, 심여은, 김석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3년 3월 31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