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청년 도시커먼즈 공모전] 커먼즈(Commons)로서의 음식을 꿈꾸다: 집 밖에 있는 “우리”집 냉장고, 그린냉장고 | 글 부문 우수상 박민준

5월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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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우리의 어원은 울타리의 ‘울’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현대 도시에서 그 울타리는 숨이 막혀 올만큼 점점 좁아지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고, 이제 ‘혼밥’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식사를 함께 하고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의 개념을 강화하는 의식이었다. 과거에 음식은 매우 소중한 자원이었고, 음식이 남는 경우가 있다면 주변과 나눔으로써 음식이 부족할 때를 대비하였으며, 이는 생존의 확률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2022년 대한민국에서 음식은 더 이상 귀하지 않은 듯하다. 매일 만들어지는 음식의 3분의 1이 버려지는데, 그 양은 하루에 무려 1만 5903톤에 달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 연간 약 885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그 처리 비용은 약 8,000억원으로 아까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점점 축소되는 ‘우리’와 점점 증대되는 ‘음식물 쓰레기’. 서울시 관악구 내에서 음식의 ‘커먼즈’(Commons)화를 통해 ‘우리’의 개념을 확장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절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린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는 소셜벤처 다인테이블의 이야기이다. 

다인테이블은 2020년 8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유통기한 임박, 인쇄 불량 등의 이유로 활용 가치는 충분하지만 버려지는 식품들을 취약계층에게 시중가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온라인몰을 운영했었다. 현재는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공유냉장고, “그린냉장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인테이블 전유환 매니저가 그린냉장고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출처 : 다인테이블 제공)

 

그린냉장고 1호점 책N꿈도서관점 운영진
(왼쪽부터) 다인테이블 전유환 프로젝트 매니저, 책N꿈도서관 운영자 김인배 목사, 다인테이블 정다혜 매니저 


Q. 그린냉장고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루에만 약 1만 6천톤의 음식물이 버려지는데, 그 중 70%가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배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멀쩡한 음식들이 냉장고 속에 방치되어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는 음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필요한 음식일 수 있어요. 여유 식품 자원을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못 먹을 것 같은 우리 집 그 음식, 더 쉽게 나눌 수는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으로 그린냉장고가 탄생한 것이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다양한 모델을 찾아보았고, 공유냉장고라는 모델을 발견했습니다. 공유냉장고는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음식을 나누는 냉장고로, 독일에서 시작된 푸드쉐어링 캠페인이에요. 이후 전 세계로 확장된 공유냉장고는, 국내에도 도입되었어요. 서울, 수원 등 전국 각지의 공유냉장고 운영자 분들을 만나면서 공유냉장고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확인하면서도 몇 가지 문제점들을 발견했고, 공유냉장고를 더 잘 발전시켜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그린냉장고만의 차별점이 있을까요? 

저희는 기존 국내의 공유냉장고를 방문하면서 두 가지의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먼저, 취약계층 분들을 주 사용자로 한정짓고 있어서 다른 지역 주민분들이 냉장고 문 열기를 꺼리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공급이 선의에 따른 ‘기부’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서, 정말로 남는 먹거리들이 공유냉장고에 지속적으로 나눔될 수 있도록 ‘그린냉장고’를 만들었어요.

 첫째, 저희는 기존 공유냉장고에 비해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보다 강조하여 환경 이슈에 관심 있는 누구나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자를 재정의했습니다. 냉장고 이름을 ‘그린냉장고’로 지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둘째, 지속적 나눔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해야 했고, 현금 인출, 친환경 제품 구매, 지역 가게 쿠폰으로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린냉장고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용자가 나눔 내역을 냉장고 안 저울에 올려 사진 찍어 보내면, 무게에 비례해서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어요.


Q. 커먼즈로서의 그린냉장고를 설명해주세요. 

다인테이블은 그린냉장고를 뒤에서 지원하는 주체일 뿐이에요. 기본적인 운영의 틀을 제시하였을 뿐, 그린냉장고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지역 주민들입니다. 처음엔 음식 나눔만을 생각했는데, 마스크, 마스크팩 등 다양한 물품이 냉장고에 입고되고 있어요. (웃음)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규칙과 가치가 살아있는 그린냉장고인 것이죠.

집 밖에 있는 ‘우리’집 냉장고가 그린냉장고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굉장히 확장된 공동체의 개념으로, 가족, 친구, 이웃, 지역사회까지 확장되는 개념이에요. 오픈채팅방을 통해 지역사회의 많은 ‘우리’들과 소통하고 있는데, 매일 음식을 넣어주시는 분들부터 냉장고 현황을 찍어보내주시는 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소중한 ‘우리’가 되어주고 계십니다.

저희는 ‘우리’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주기적으로 냉장고를 관리하고, CCTV를 통해 안전 문제의 발생을 막는 정도로 뒤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Q. 그린냉장고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그린냉장고의 지속가능성입니다. 복지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예요. 공유냉장고 운영에는 설치비용부터 전기 요금까지 비용이 들어갑니다. 저희는 포인트까지 지급하고 있기에 비용이 더 들죠. (웃음) 하지만, 기존 공유냉장고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따라서 더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길거리에 설치되는 공유냉장고의 특성 상 버스정류장 광고처럼, 냉장고 옆면을 지역 소상공인 분들의 광고판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냉장고 양면에 LED 판넬을 부착하여 소상공인의 새로운 광고 창구로서 그린냉장고를 새롭게 재탄생시켰어요. 현재는 광고 테스트 단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광고의 수익금은 100% 그린냉장고의 운영과 확대를 위해서만 사용될 예정입니다. 

지속가능한 공유냉장고를 운영하게 된다면 환경보호와 나눔의 가치가 관악구를 넘어 서울, 더 나아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긍정적인 음식 나눔 문화가 자리잡는 게 저희의 최종 목표입니다.


그린냉장고 옆면 LED 광고 사진 (출처 : 다인테이블 제공)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홍지수, 홍다솜, 송지우, 심여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2년 05월 30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