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살 (수 있을) 것인가’, ‘누구와 살 것인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두 가지 화두다. ‘주거’와 ‘공동체’에 대한 이러한 고민들을 아우르는 대안 중 하나로 ‘사회주택’이 떠오르고 있다. 사회주택은 시민이 부담가능한 임대료로 오랫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택으로, 사회적경제주체가 공급하고 운영하는 임대주택이다. 운영주체는 입주자들이 주도적으로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지원한다.
사단법인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이러한 사회주택의 보급 및 활성화를 위해 일하는 운영주체들의 연합체다. 사회주택 보급 및 활성화 사업, 사회주택 인프라(제도, 기금) 구축 사업, 정책연구 및 제안 사업, 사회주택 관련 교육 사업, 사회주택 홍보 사업 등의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지난 6년 간 제도 및 정책적 모델을 안착시켜왔다. 공급 규모는 어느덧 5,000호를 바라보고 있고 국회와 정부에서도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법안과 정책이 준비 중이다.
주거 문제를 고민하던 대학생에서 사회주택이라는 솔루션을 실험하는 사회주택협회의 이한솔 이사를 만나보았다.
Q. 주거문제, 특히나 청년주거 문제를 고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주거 관련 활동은 주거문제의 당사자 조직인 민달팽이 유니온이 창립될 당시에 우연한 계기로 참여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주거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하는 것인데, 대학생이자 세입자 당사자로서 대학교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했던 것입니다. 민달팽이 유니온에 있을 때 조직해보고자 한 방식은 ‘세입자협회’였습니다. 유럽에서는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세입자의 조직이 중요하고 활발하게 조직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노조역할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에서 대학생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청년’ 정책이라는 맥락이 중간에 끼게 되었습니다. 청년정책은 당사자성을 강조하는 정책적 목표가 보다 뚜렷했고, 이행기 과정에서 주거문제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던 청년들이 세입자 조직으로써 조금 더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주거 정책 관련 활동을 계속 하던 중, 한국에서도 사회주택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회주택이 시도되기 시작하던 2014년부터 고민을 해왔는데, 민달팽이 유니온은 비영리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수익 사업을 실질적으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쌍둥이 조직으로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주택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사회주택 공급자 및 운영자로서의 사업을 추가하였습니다. 이어서 2015년 즈음에는 사회주택협회가 만들어지고, 서울시 조례가 만들어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민달팽이 유니온으로 활동을 꽤 오래했고, 2019년도부터는 주택협동조합 팀을 운영할 임원진이 없다보니 계속해서 사회주택 관련 활동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임원진이 바뀌는 상황에서 사회주택협회의 이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2010년부터 활동을 했으니, 약 11년 동안 활동을 해왔네요.
Q. 11년 간 사회주택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성과가 있었나요?
서울시 조례 제정이 가장 큰 분기점이된 것 같습니다. 당시 민달팽이 유니온과 다양한 단체들이 조례 전에 여러 사회주택 모델을 시도하였지만, 기존의 민간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 협동조합이라는 틀에 기초한 법 체계에서 사회주택의 모델과 시스템은 불안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계가 존재하더라도 일단 서울시 조례가 사회주택의 근거가 마련해준 것이었고, 사회주택이 확산 되는 데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초기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사회주택이 보급되었고, 지방에는 전주나 부산 등 일부 지역에만 존재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시 시장이 교체되면서 사회주택 공급예산이 아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최근 국토부에서는 사회주택의 전국적 확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테마형 임대주택을 컨셉으로 수요자 그룹이 직접 어떤 내용의 사회주택을 공급할 것인지를 제시하고, LH가 토지매입비와 건축비를 지원하는 형태입니다. 이 정책을 통해 앞으로는 더욱 다채로운 형태의 사회주택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동시에 서울시에 잘 만들어놓은 모델을 어떤 지역에서 살릴지에 관한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커먼즈란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이용, 관리하고 나아가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결정한 규범과 규칙에 따라 운영되는 공동의 자원이다. 그렇지만 사회주택은 민간 영역에서 공급 및 운영되며, 사회주택 자체를 커먼즈라고 바로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모호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커먼즈로서 사회주택을 상상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이한솔 이사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Q. 커먼즈로서 사회주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
현재의 사회주택을 커먼즈라고 해석하는 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사회주택이 시작된 서유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사회주택은 공공주택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한국의 공사에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그러다보니 민간의 비영리 단체들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이 소유하는 것을 커먼즈로 볼 것인지, 아니면 민간과 공공을 구분하지 않고 시민이 주인인 상황에 커먼즈의 가치를 둘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사회주택은 공공주택과 마찬가지로 공공의 재원으로 지어지고, 관리와 감독이 이루어집니다. 그저 소유주체가 민간일 뿐, 실제로는 건물이든 토지든 소유권을 나누어 부담합니다. 독점적 투기로 활용할 수 없도록 세금과 민간의 재원이 나누어 부담하게 만들어 놓았고, 이익이 발생했을 때 개인이 가져갈 수 없는 구조입니다. 토지 공공성을 바탕으로 사업 구조가 갖추어져 있고, 이렇게 보았을 때 결국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관해서는 한편으로는 무의미한 논의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 사회주택은 사회적 관계의 형성과 마을 및 지역 정체성에 특화되어 공급되기 때문에 사회주택 안에 공유 공간을 둡니다.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서 계속 시도하던 관계와 돌봄의 영역을 주택에 접목시킨 형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마주할 공간이 필요했고, 사회주택에는 커뮤니티실이 필수로 들어간거죠. 주거 문제 해결에 있어서 단순한 주택의 제공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였는데, 이는 다른 한편으로 흔히 말하는 ‘가성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방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내 집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 공간에는 청년 1인가구가 마련하기 어려운 건조기, 프로젝터 등을 놓고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주택은 주거 기본권의 가치에서 출발한 주택입니다. 그렇기에 거버넌스의 측면에서 소유권자 중심의 논리에서 배제된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운영의 영역에서 필수적으로 입주민 협의체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공간에서 정치적 권리를 동등하게 얻기 위해서는 광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커뮤니티실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택에 관한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민적 차원에서 공간자체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세입자들에게 박탈된 권리를 돌려준다는 의미를 갖지 않을까요?
Q. 사회주택에 커먼즈적 요소를 확장할 수 있는 방안 혹은 이에 대한 제약이 있다면?
일단 사회주택에 관련된 법률이 없는 것이 매우 큰 제약점이고, 부동산이라는 특성상 커먼즈로서의 상상 그 자체를 구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비싼 가격으로 인해 재무구조가 취약하여 사업을 확장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앞으로 더욱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지로 시작했더라도 체계를 갖추고, 입주민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들에 관한 대처 등은 전문적 영역에 가깝습니다. 실질적으로는 2015년부터 시작되어 건축하는 시간이 걸렸고, 실제 운영이 돌입한지는 이제 3~4년 밖에 안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직 평가 받기에도 이른 시기이고, 역량을 쌓아가는 충분한 기다림의 시간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사회주택의 확장이 소유권자 중심의 전반적 생태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도 역시나 매우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보통은 사회주택 한 채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이를 마을이나 지역 단위로 확장 하기에는 재원을 포함하여 현실적 한계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렇듯 노력은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홍지수, 홍다솜, 송지우, 심여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1년 11월 30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