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아는 ‘부동산 연착륙’의 묘수
정기황 (시·시·한연구소 소장)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먼 주택 정책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정책을 주요 정책으로 발표한다. 하지만 주거가 안정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주거 안정을 위해 부동산 연착륙을 말하지만, 주거 안정이 아니라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이었다. 그 어떤 정부나 정치권을 막론하고 주장하는 ‘빚 내서 집 사라’는 말이 이를 반증한다. 한국의 주거는 정치판의 말이 되버린지 오래이고, 정부는 주택정책을 양적 공급과 규제 완화라는 경제 정책의 수단으로 펼칠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말하는 ‘부동산 연착륙’이란 무엇일까. 수십 년의 정부 정책으로도 부동산이 연착륙되지 않은 것으로 보면, ‘부동산 연착륙’은 다시 정의되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정부, 규제 완화 통해 집값 안정과 부동산 연착륙 기대: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 중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영역은 아마 부동산일 것이다. 반도체, 산업 혁신 등 미래전략도 중요하지만, 내 삶의 현재를 지켜주고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지표는 부동산 가격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민 삶의 질 그리고 주거 안정을 위해 부동산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역설했다. 그래서 나온 정부의 처방전이 바로 규제 완화다”
–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만능은 아니다, 시사저널, 2023.01.24.
“입법조사처는 연착륙 방안으로 실수요자를 위한 시세보다 저렴한 금리의 정책대출 상품과 주택 대출 이자 금액에 대한 소득 공제 범위 확대 방안 등을 제안했습니다. 또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규제와 함께 강남권, 목동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5년간 2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과잉 공급으로 주택시장 침체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며 적절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정부 대책으로만 부동산 연착륙 난망…국회 협조와 추가 대책 필수적, YTN, 2023.01.22.
이처럼 윤석열 정부도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은 주거 안정과는 거리가 먼 시장이 지배하는 경제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할 주거 정책의 근본은 헌법 제35조에 명시되어 있는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 헌법 조항이 ‘부동산 연착륙’의 의미에 근본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의 주택 현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부동산 연착륙’이 덮고 있는 주거 현실
통계적으로 현재, 한국 전 가구의 4.5% 약 100만 가구가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최저주거기준 미달의 공간에 살고 있다. 여전히 수십만 명 이상의 국민은 반지하·쪽방·고시원·판잣집·움막·비닐하우스 등에 살고 있다. 2021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서 내 집 보유 의지를 보이는 ‘주택 보유의식’은 88.9%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주거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구도 41.3%로 높게 나타났다.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은 주택 구입자금 대출 지원 36.0%, 전세 자금 대출 지원 23.9%,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10.9%, 월세보조금 지원 9.8%로 응답했다. 정부의 대표적인 주거지원 정책인 공공임대주택의 거주 만족도는 95.2%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만족하는 이유로 저렴한 임대료 50.2%, 자주 이사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 39.2% 순이었다.
현재 주택공급률은 100%를 넘은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주택 보유의식이 매우 높고, 무주택자 비율은 50% 내외에서 줄지를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주택정책은 대체로 금융 대출 관련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필요나 만족도는 높게 나타나지만, 공공임대주택 보급 비율은 제자리 수준이다. 최저주거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주거권보다 주택 개발과 주택 구매에 맞춰 온 정책의 결과다. 대한민국 정부의 주택 정책은 주거 안정이라는 헌법적 의무와 거리가 먼 시장 중심 양적 경제성장 정책의 한 조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넘치는 주택보급, 줄지 않는 무주택가구
현재 주택보급률은 102.2%이고, 무주택가구 비율은 43.8%다. 주택보급률이 110%를 넘는 광역 시도가 5곳이고, 서울과 수도권의 무주택가구 비율은 약 50%로 매우 높다. 정부는 매번 재개발과 신도시 개발 등으로 주택 수십만 호, 수백만 호 공급을 발표하고, 공급해 왔음에도 무주택자는 제자리에 있다. 이는 주택을 구입 할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이 소수이거나, 지불 가능한 조건의 주택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주택 소유자의 다수가 다주택자이고, 주택을 부의 축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주택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지만, 반대로 미분양주택 약 6만 채, 빈집이 약 150만 채로 한국 전체 주택의 7%를 넘고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 중심으로 지역(도시)이나 실수요에 대한 계획보다 주택 양적 공급에 맞춰진 정책과 주택의 사용 가치보다 사적 소유권 중심의 정책 방향이 만들어 낸 결과다. 한국의 주거 정책이 광역(도시)계획과 빈집세 등 공익가치, 사용 가치 중심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근래에 온전히 도시계획으로 조성된 ‘세종특별시’를 보면, 주택보급률이 107.5%로 매우 높지만, 무주택가구 비율도 46.6%로 매우 높다. 심지어 빈집 비율도 전체 주택의 9.21%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높게 나타난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10.61%로 비교적 높지만, 실질적으로 분양주택인 ‘분양 전환형 임대’가 약 50%를 차지한다. 실제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약 5%로 매우 낮은 셈이다. ‘세종특별시’ 또한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적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기업조차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주거를 획일화하고, 분양사업을 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이 중 사실상 분양주택인 분양 전환형 임대주택을 제외하면, 전체 주택의 5%로 남짓으로 매우 낮다. 주거가 안정된 국가들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0~30%로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매우 낮은 수치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이 수치를 변함없이 유지해 왔고, 심지어 공공임대주택을 건설을 민간개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주거와 관련한 최소한의 공적 역할을 포기한 셈이다.
외면받는 묘수: 미분양 주택과 빈집의 정부 매입을 통한 공공임대주택 보급
이런 일련의 결과와 통계수치를 들어다 보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주거가 안정되지는 않는다’, ‘주택정책은 주거권 보장보다 주택의 양적 공급에 맞춰져 있다’, ‘주택의 양적 공급이 주거 안정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연착륙’이 경기 부양에 앞서,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목표로 해야 한다면, 역대 정부는 물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규제 완화로 개발과 투기를 부추김으로 서울 등 특정 지역 부동산 소유자들의 부를 축적하며, 사회적 양극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부동산 연착륙’이 아니라 ‘부동산 경착륙’이다. ‘부동산 연착륙’은 누구나 다 알 듯이 부동산 소유가 아니라 쾌적한 주거생활에 있고, 정부의 역할은 지역(도시)와 최소수혜자를 위한 공익적 역할을 우선으로 하는 주거정책을 펴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매우 간단하다. 주택 통계에서 나타나듯 약 160만호의 빈집, 미분양 주택을 저렴하게 매입해 기존의 매입임대주택과 같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면 된다. 더 나아가 약 1,000호의 다주택자들의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가면 된다. 이 정책은 비단 공공임대주택 확보뿐만 아니라 빈집과 미분양 주택과 관련된 지역적,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해소하고, 투기 목적의 개발과 임대사업으로 발생되는 불로소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다. 사회가 주거를 더 이상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로 인식하고 헌법이 명시한 주거권이 점차 보장받게 되는 것도 당연히 얻게 될 결과다. 이런 쉽고도 좋은 묘수가 뻔히 보이는데도, 여전히 정부는 왜 이와는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일까?
글 I 정기황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홍지수, 심여은, 김석준, 이희라, 송지우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3년 1월 31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