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택, 주거문제 대응부터 지역사회 상생까지 | 사회적 기업 어울리 김수정 대표 인터뷰

1월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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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급격하게 상승한 집값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누군가는 이들에게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교외 지역으로 이주하면 되지 않나’라는 말을 건넬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도시는 사회적 경쟁력을 기르는데 더 많고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은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도시에서의 삶을 선택하지만, 빈곤한 주거 선택지 속에서 단절과 고립을 경험하는 청년들 또한 적지 않다.

사회주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주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하였고, 그 저변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자산으로서의 수익성보다는 주거라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이 주택 형태는 주거 다양성과 안정성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커먼즈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웹진 공유도시 취재팀은 ‘사회주택 사업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사회주택에서는 어떠한 커먼즈 실험이 가능할 지’ 알아보기 위해, 관악구에서 사회주택 ‘에어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어울리’의 김수정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사회적 기업 ‘어울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어울리 대표 김수정입니다. 어울리는 2018년 10월 31일에 설립이 된 사회적 기업으로서 지금까지 관악구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주택을 공급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거 약자들의 주거문제 해결과 지역사회의 상생발전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사회주택 사업을 통해 우리 삶에 합당한 주거 공간, 서로 연결되어 어울릴 수 있는 소통공간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Q. 어떤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계신가요?

저희는 관악구에서 신림 1, 2, 3, 4호점 총 4개의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어스페이스 신림 1, 2호점은 서울시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으로 각 호당 6명이 같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입니다. 모두 청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1인실 셰어하우스이고, 공실 없이 12세대 모두 입주하여 생활하고 계십니다. 에어스페이스 신림 3, 4호점은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입니다. 신림 3호점에도 12세대 전부 입주해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신림 4호점은 투룸 7세대와 원룸 6세대로 구성된 신혼부부에 특화된 사회주택입니다. 모두 시세 80% 이하로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어요. 

현재는 새롭게 LH 테마형 매입 임대주택 사업에 공모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LH 테마형 매입 임대주택은 ‘민간 운영사가 운영 테마를 미리 정해서 입주자의 특성에 맞는 주거 및 공유 공간을 갖춘 주택을 공공매입약정 방식으로 건설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공임대주택’입니다. 사회적 경제주체가 운영을 담당하고, 공공인 LH가 소유권자로서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약 선정이 된다면 시세 50% 이하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 에어스페이스에 담긴 철학

사회주택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누구에게 공급할 것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했습니다. 저희는 39세 이하의 청년들, 특히 주거비 부담을 많이 느끼는 청년들에게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자는 마음으로 신림 1, 2호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1호점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정도, 2호점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사회주택이 살만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주택 시설의 품질에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가령 에어스페이스 신림 1, 2호점은 고시원을 개조해 만든 사회주택입니다. 원래는 20개가 넘던 방을 6개로 줄여 개인 공간 면적을 넓혀 쓰고 방마다 창문도 만들었습니다. 임대료는 시세의 80% 수준으로 유지하고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주택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입주자분들이 주택 품질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해 주실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신림 3호점은 동네 인근 원룸의 두세배 정도 큰 사이즈 원룸입니다. 10~15평 정도로 혼자 살기에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모든 방에 창이 최소 두 방향 이상 나도록 설계를 했고 4, 5층에는 테라스를 만들었습니다. 내부에 20평 정도의 커뮤니티 공간도 별도로 마련하여 입주자 총회, 주민 독서 모임, 영화제, 음악회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차근차근 시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Q. 사회주택 속에서 커먼즈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 사회주택에서 ‘커먼즈’ 실험

민간임대주택이라면 편의점이나 카페같은 상가가 들어올 법한 공간에, 저희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수익시설 대신 입주자들이나 지역 주민들이 모임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통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이때 커뮤니티 공간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 사용 방식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사용자들 간 협의, 공공과의 협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요즘 동네 주민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골목에는 빌라들이 빈틈없이 들어서 있죠. 어떤 모임을 하려고 해도, 공간을 마련하기가 어려워 누군가의 주거 공간에서 해야하죠. 만일 사회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이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지역 주민들에게도 개방한다면 지역 사회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점을 고려하여 공공이 커뮤니티 공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에어스페이스의 커뮤니티 공간

신림 4호점은 커뮤니티 공간을 시민사회단체인 ‘관악 사회복지’와 함께 운영할 계획입니다. 또 비주택 1인 가구 지원 사업인 ‘대학동 프로젝트’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하실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고시원에 거주하는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대학동 프로젝트’처럼 주거 관련 단체들이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사회주택 내 커뮤니티 공간에서 지역사회 주거 문제, 지역의 커뮤니티 활동 등과 관련된 행사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 공모 신청을 한 LH 테마형 매입 임대주택 사업에 선정될 경우, 지역 사회와 연계하여 공간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지식 공유형 임대주택 사업이 선정된다면 연구자분들과 커뮤니티 공간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커뮤니티 공간에서 인문사회학 강좌 혹은 시민교양 강좌를 열거나, 취업 및 창업 관련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신혼부부 테마형 임대주택이 선정되면 커뮤니티 공간에서 음악 교실, 미술 교실과 같은 돌봄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테마형 임대주택의 장점 중 하나가 커뮤니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를 이렇게 미리 계획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간혹 임대주택 내에 커뮤니티 공간이 잘 활용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있고, 공용 공간의 이용권에 대한 논쟁이 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가급적이면 커뮤니티 공간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주택 소통공간이 더욱 활성화되어 지역공동체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의 상생 발전에 이바지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사회주택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 사회주택 확산 위한 제도적, 정책적 개선 필요

일단 공공임대주택과 사회주택의 양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경제적약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저렴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절대적인 공급량이 적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주택의 위치가 본인의 생활 영역과 맞지 않지 않아 입주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급이 늘면 청년 맞춤형, 신혼부부 맞춤형, 3인 가구 맞춤형 등 다양한 수요자 맞춤형 주거 시설이 보급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렴한 임대주택의 공급량을 늘려서 입주 희망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동시에 주변 임대료 시세까지 낮추는 효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공 지원을 확대하여 사회주택의 공공성을 고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사업 지원금이 늘어난다면 임대료를 시세 대비 80%에서 70% 정도까지 낮출 수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나아가 커뮤니티 공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늘어난다면 공동체 공간 규모를 키우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많이 공급하고 잘 운영하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회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잘 운영하는 것이 사회적 기업 ‘어울리’의 목표입니다. 지금 목표는 5년 내에 관악구에 25개 이상의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운영하는 것입니다. 관악구에 25개 동이 있는데요, 각 동마다 사회주택을 최소 하나씩 공급하자는 계획입니다. 지역에서 충분한 또는 의미있는 수준으로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현재 서울시가 사회주택 신규 공급을 멈추고 사업 재구조화와 감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사회주택을 부실하고 부정한 곳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있지만, 저희는 입주자들이 에어스페이스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입주민들과 주민들의 다양한 삶을 존중하며 사회주택 사업을 지속하고 있고, 실제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거의 다양성과 안정성을 위해 앞으로 사회주택이 더욱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주택이 거주민들 사이 상호작용을 넘어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어울리의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동시에 사회주택의 공급이 아직 턱없이 적고, 이에 대한 공공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알 수 있었다. 사회주택의 확대는 저렴 주택 공급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 혹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기도 하다. 사회주택이 열어놓은 커먼즈의 기회가 오늘날 동네를 바꾸는 동력으로 자라나길 상상해본다.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홍지수, 홍다솜, 송지우, 심여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1년 11월 30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