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원의 충분조건에 관한 물음 |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는 잘 만들어진 문화공원인가?

7월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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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원의 충분조건에 관한 물음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는 잘 만들어진 문화공원인가?

이지현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전문위원)


도시공원의 복합적 기능과 민간부문의 사업 참여

공원은 유원지나 관광지와는 구별되는 공공시설이다.1)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도시공원의 기능은 ‘도시자연경관 보호, 시민의 건강조·휴양 및 정서생활의 향상’에 있다.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도시공원은 오락과 관광 기능도 함께 수행한다. 놀이공원인 서울랜드(1988년도 개장)는 근린공원인 서울대공원 안에 있고, 통영의 루지와 가평의 레일바이크는 근린공원 내에 설치된 대표적인 관광시설이다. 대규모 유희시설은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공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는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고자 하는데, 이 경우 정책의 주안점은 시민들의 여가생활 증진이라는 본래의 기능에서 지역의 관광 활성화로 옮겨가게 된다.

시흥시 공유지에 민간사업자가 건설하고 운영하는 인공서핑장 ‘웨이브파크’

웨이브파크는 경기도 시흥시의 거북섬 내에 자리한 인공서핑장이다. ‘공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에 따른 ‘문화공원’으로 결정되어 있다. 땅은 시흥시 소유이고, 시설도 시흥시 소유로 되어 있다. 시흥시는 민간사업자에게 공원용지를 제공하였고, 민간사업자는 인공서핑장을 지어서 시흥시에 기부채납한 후 20년간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용요금은 자유서핑 기본 8만원, 서핑 레슨 기본 10만원이고, 물놀이장만 이용할 경우 4만원(소인 3만 2천원)이다. 민간사업자는 이용요금을 받아서 20년간 운영함으로써 투자비(시흥시의회 회의록에 제시된 바에 의하면 1,812억원)를 회수하게 된다.

이곳은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면 갈 수 있고, 서핑장 외에도 야외 물놀이장, 수상 레저 체험장, 카라반 등의 시설들도 갖추어져 있어서 ‘아이와 가기 좋은 워터파크’로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7월 하순의 토요일 오후, 완공된 상가 건물들은 상당 부분 비어 있었지만 웨이브파크 안에는 꽤 많은 이용객이 서핑과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인근 카페에서 비치코코넛프라페라는 이름이 붙은 음료를 마시며 파도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장마철의 우중충한 날씨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주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온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다른 워터파크와 외견상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웨이브파크는 어떠한 경위와 이유로 ‘문화공원’이 된 것일까? 그리고 웨이브파크가 공공시설인 ‘문화공원’에 해당한다는 것을 방문객들과 인근 주민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그림1] 인근 상가 2층 카페에서 바라본 웨이브파크 전경

웨이브파크는 어떻게 문화공원이 되었나

웨이브파크 부지는 당초에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의 공공시설(수변공원) 용지였다. 국가산업단지인 시화 멀티테크노벨리(이하 ‘시화 MTV’)를 조성하는 사업시행자는 한국수자원공사이지만, 거북섬 일원의 32만 5,300㎡ 상당의 부지는 해양레저 복합단지로 개발하기 위해 경기도, 시흥시, 한국수자원공사 간에 협약을 체결하고, 2018년 2월에는 시흥시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공동으로 민간사업자를 공모하였다.2) 공모지침서에서는 해양레저시설, 마리나시설, 관광숙박시설을 필수적으로 도입하도록 하였고, 해양레저시설은 공공시설 용지(166,613㎡)에 설치하도록 하였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수변공원을 조성하여 시흥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계획을 변경하여 민간사업자가 공공시설(수변공원) 용지에 해양레저시설을 건설하도록 한 것이다. 2018년 5월에는 단독 제안자였던 ㈜대원플러스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였고, 2018년 11월에는 실시협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시흥시가 공공시설 용지(166,613㎡)를 ㈜대원플러스건설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대원플러스건설이 공공시설 용지에 해양레저시설을 조성한 후 시흥시에 기부채납하면, 시흥시는 ㈜대원플러스에게 해당 시설을 20년간 사용·수익할 권한을 부여하기로 하였다.

[그림 2] <위> 웨이브파크 사업구조, <아래> 공모지침서에 제시된 사업대상지 도면

웨이브파크는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공원 조성계획은 시화 MTV조성사업의 실시계획에 포함되었고, 2019년 6월에는 시화 MTV 조성사업 실시계획 변경 승인을 통해 기존의 수변공원이 폐지되고 문화공원이 신설되었다. 2020년 8월에는 웨이브파크 준공 후 운영을 개시하였다.

[그림 3] 반월특수지역개발구역 중 시화멀티테크노멜리(MTV) 조성사업 6차 실시계획 변경 승인(서울지방국토관리청고시 제2019-153호

문화공원으로의 성격이 불분명한 웨이브파크

웨이브파크 조성과정에서 제기된 의혹 중 하나는 시흥시가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기존의 수변공원을 문화공원으로 변경했다는 것이었다.3) 공원녹지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수변공원은 공원면적의 40% 이내에서, 체육공원은 50% 이내에서 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지만, 문화공원은 100%까지 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시흥시의회 시정 질의에서 노용수 시의원은 수변공원을 문화공원으로 변경한 것이 특혜가 아닌지 질의하였고, 이에 관하여 임병택 시장은 저수지 형태의 수변공원 대신에 다양한 해양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시설을 도입하고자 문화공원으로 변경한 것이므로 특혜가 아니라고 설명하였다.

그런데 공원녹지법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웨이브파크가 문화공원으로 지정된 것이 적절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공원녹지법은 문화공원을 ‘도시의 각종 문화적 특징을 활용하여 도시민의 휴식·교육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공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공원녹지법의 하위규정인 「도시공원 녹지의 유형별 세부기준 등에 의한 지침」에서는 문화공원의 설치기준을 구체화하면서 ‘역사공원과 유사한 소재를 활용할 수도 있으며, 그 밖에 지역의 문화산업, 문화와 관련된 인물, 환경적 특성이 생활문화에 반영된 경우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 조성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공원에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은  문화자원의 보호ㆍ관람ㆍ이용ㆍ안내를 위한 시설로서 조경시설, 휴양시설(경로당 및 노인복지관 제외), 운동시설, 교양시설 및 편익시설이며, 도로ㆍ광장 및 공원관리시설은 필수시설이다. 유희시설(유원시설, 발물놀이터, 낚시터 등)은 문화공원에는 설치할 수 없다.

문화공원은 지역의 문화산업을 주제로 조성하는 것이 허용되므로, 넓게 해석한다면 시흥시의 주력 산업인 해양레저산업을 테마로 한 문화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인공서핑 시설을 주된 시설로 하는 웨이브파크는 주제공원의 분류상 문화공원보다는 체육공원에 가까워 보인다. 서핑이 올림픽경기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웨이브파크 홍보 기사에서 강조했듯이, 인공서핑장은 스포츠시설이다. 웨이브파크에 포함된 물놀이장은 서핑장과는 시설의 성격이 다르며, 유희시설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관련 규정상 문화공원에는 발물놀이터4) 등의 유희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그림 4] 웨이브파크 미오코스타존(물놀이장) 전경(출처: 대한경제신문)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 v. 유료 이용객들만을 위한 상업시설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통해 공원을 보다 특색있는 장소로 가꿀 수 있다면, 그것은 시민들의 여가생활을 풍성하게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도시공원은 시민들의 편익 향상을 위한 공동의 공간이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웨이브파크 사업을 위한 공모지침서는 이러한 점을 의식하여 ‘해양레저시설은 공공용지에 도입하는 시설임을 감안하여 시민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일정 부분 확보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임병택 시장은 일부의 유료 공간 외에는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므로 웨이브파크는 ‘시흥시민의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2021. 6. 28. 시정질문 답변). 그러나 공모지침서의 평가항목 중 ‘시민 친화 공간 조성계획’은 평가 총점(1,000점) 중 30점에 불과하였다. 웨이브파크에 방문해 보니, 무료 이용객은 잔치에 초대장을 받지 못한 손님과 같았다. 유료 공간 바깥에 드문드문 벤치가 있기는 하였으나, 대부분 보도블럭이 깔린 공터 내지는 통로로 쓰일 뿐이었다. 무료 공간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없고, 펜스 너머로 안을 바라보는 시민들만 몇 명 있었다. 푸른 물빛과 서퍼들의 경쾌한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긴 했지만, 그것은 석촌호수를 거닐며 담장 밖에서 롯데월드의 놀이기구를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석촌호수와 차이가 있다면, 웨이브파크에는 잘 가꾸어진 산책로와 물가의 오리 가족, 나무 그늘이 없었다.

[그림 5] 웨이브파크 유료 공간 바깥의 개방된 공간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 잡기

민간사업자가 공원 조성에 참여하는 경우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공급하기 어려운 특색 있는 여가시설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접근성이 양호한 도시 내의 공적 부지를 활용하면서도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추진할 위험도 크게 있다. 이에 대하여는 많은 이들을 지역으로 찾아오게 하고,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공익적 역할이 충분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거북섬에는 웨이브파크에 이어 해양생태과학관, 아쿠아펫랜드(관상어 집적단지), 복합쇼핑몰 등이 들어설 예정이고, 시흥시는 2022년도에 해양수산부의 공모 사업에서 해양레저거점도시의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거북섬이 수도권의 해양레저 거점으로 나아가는 데에 웨이브파크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러한 점은 ‘웨이브파크가 잘 만들어진 문화공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충분한 대답은 될 수 없다. 웨이브파크는 거북섬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성공적인 상업시설인지는 모르지만, 시민 편의적인 공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빈약하다. 공원의 유형을 문화공원으로 변경하여 시설 비율을 높인 것에 상응하는 공적 기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불명확해 보인다. 웨이브파크는 2020년부터 20년간 민간사업자가 사용·수익할 것이 예정되어 있다. 이미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사업자에게 계약 의무를 부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으나,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추진한 사업인 만큼 웨이브파크가 지역사회의 문화적 기능 향상을 담당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라는 정체성 하에서 미진한 공공성의 균형을 맞추어 파도를 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앞으로 추진할 공원 조성 민간투자사업에서 사전적으로 공공성의 요소들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민간사업자의 선정을 위한 평가, 계약 조건의 확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 이 글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2023년 봄학기 현대도시설계론(김세훈 교수님)의 수강 과정에서 교수님과 학우님들로부터 얻은 아이디어와 시사점을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1) 공원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기반시설이자 공공시설이다. 유원지는 기반시설이지만 공공시설에는 해당되지 않고, 「관광진흥법」에서 규율하는 관광지는 기반시설과 공공시설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2) 시화멀티테크노밸리(MTV) 거북섬 해양레저 복합단지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 지침서(시흥시·한국수자원공사, 2018. 2.)
3) 제289회 시흥시 본회의(20921. 6. 18.) 시정질문 회의록 중 노용수 의원 질의에 관한 답변 부분, “[기획] 시흥시 웨이브파크 사업, 기부인가 투자인가 ‘오락가락’…특혜 의혹①”, 쿠키뉴스 2021.5.18.자 기사 등
4) 국어사전이나 법률에서 정의하고 있는 용어는 아니나, 용례 상 수심이 깊지 않아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물놀이시설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홍지수, 심여은, 이희라, 송지우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3년 7월 31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