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위기 속 청소년과 함께 자라는 공간 | 가톨릭 청소년이동쉼터 서울아지트 인터뷰

8월 29, 2024
공유하기

돌봄의 위기 속 청소년과 함께 자라는 공간

학교라는 공적 돌봄 시스템, 혹은 가정 내 돌봄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은 종종 거리를 배회한다. ‘안락한 집’은 어쩌면 다수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제3의 공간에서 새로운 안전망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에는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청소년’을 위해 24시간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 위기청소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 재원을 토대로 자치적인 규약을 만들며 다양한 실험을 하는 중이다. 지역사회에서 커먼즈적 돌봄 공간의 현장을 발견할 수 있을까. 웹진 공유도시 팀은 가톨릭 청소년이동쉼터 서울아지트 이우원 부장, 정해민 팀장을 만나보았다. 

“위기청소년”이란「청소년복지 지원법」제2조제4호에 따른 가정 문제가 있거나 학업수행 또는 사회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조화롭고 건강한 성장과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청소년을 말한다.


가톨릭 청소년이동쉼터 서울아지트 소개

Q.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두 선생님은 어떤 계기로 서울아지트에서 활동하게 되셨나요? 

그림 1 서울아지트 로고

부: 저는 교육자입니다. 중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런 청소년 기관이 있는지 몰랐던 사람이에요. 개인적인 배경을 말씀드리면, 학창 시절 어머니가 선생님이셨어요. 그래서 “나도 교사가 돼야겠다.”라는 다짐으로, 학부도 ‘응용 언어학’과 ‘영어 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1년 조금 넘게 미국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나서 한국에 돌아왔죠. 이후에 석사는 영어 교육을 전공했고, 박사는 영어 교육보다 확장된 무언가 없을까 고민한 끝에 ‘교육학’을 택했습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하면서 ‘커뮤니티 컬리지’, 우리나라로 하면 2년제 대학교에서 방과 후 강사를 했어요. 쉽게 말하면 어학당이죠. ESL 클래스에서 이민자를 대상으로 1년간 영어를 가르쳤는데, 그 기간이 저한테는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교육은 약한 이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게 제 교육 철학입니다. 교육은 계층적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지만, 미국에 오는 이민자들은 영어를 할 줄 모르거든요.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죠. 그들을 위해서 그 어느 강의보다 성심성의껏 했었던 것 같아요. 언어라는 게 여러 나라의 문화를 함축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해당 나라의 문화도 배우게 되고, 수강생들과의 감정 교류를 통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가 아니라 “교육자는 이런 역할을 해야 하겠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사기업, 파고다 R&D 센터의 연구원으로 있었고, YBM은 본원의 부원장까지 했었어요. 

근데 가만 보면 우리나라에서의 영어 교육은 제가 생각했었던 미국에서의 영어 교육이 아니라, ‘부의 세습을 위한 도구’로서 활용되고 있더라고요. 이 지점에 대해 많은 고민과 슬럼프를 겪는 과정에서 알게 된 곳이 ‘청소년 쉼터’였고, 업계에서 8년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처음에 왔을 때는 ‘아이들한테 제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래도 영어를 좀 하니까,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꿈을 안고 왔는데요. 와서 보니까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할 단계가 아니더라고요. 당장 하루를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한 거여서. 여기 와서 많이 느낀 게 교육 이전에 복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거예요. 당장 밥을 못 먹거나, 입을 옷이 없거나, 거주할 공간이 없으면, 즉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교육이 의미를 발휘하기 어렵다. 복지적인 접근이 선행되고 난 이후에 교육적인 접근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또 욕구만 해결해 주는 단순한 복지는 연속성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가 교육적 콘텐츠를 가미하면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이곳에 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금 대표적으로 하는 활동이 ‘인문 교양 교육’이라고 해서, 복지와 교육적인 접근이 동시에 이루어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팀: 저는 어떻게 보면 되게 간단한데요. 고등학교 때 인근 청소년 수련관(현재의 청소년 센터)과 연합해서 하는 동아리 활동이 있었어요. 그 활동을 담당하는 지도사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분을 보며 ‘청소년들이 누릴 수 있는 게 생각보다 정말 많구나!’라는 거를 깨닫게 된 거죠. “나도 선생님처럼 청소년 지도사를 해야지”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해서, 대학에서도 청소년 지도학을 전공하고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청소년 지도’라는 좁은 시야에서 시작했다가,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아이들의 시야가 넓어지겠구나. 당장의 삶이 위태롭다면 어떻게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겠나 싶어서, 청소년 복지 분야인 쉼터로 오게 되었습니다. 

Q. ‘청소년 쉼터’와 ‘서울아지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림 2 서울아지트의 인문교양교육

부: 청소년 쉼터는 거점에 따라 고정형 쉼터와 이동형 쉼터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고정형 쉼터는 ‘공간’을 기점으로 아이들을 맞이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생활형 쉼터’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고정형 쉼터는 일시 쉼터, 단기 쉼터, 중장기 쉼터 세 가지로 구분되고, 아이들이 머무를 수 있는 기간으로 나뉘어져요.

일시 쉼터는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최대 1주라고는 하지만 1주까지 받는 경우는 거의 없고, 짧게 받으면 3일 정도 아이들을 보호한 이후 단기 쉼터로 이관합니다. 청소년의 가정 내 복귀가 힘들겠다는 판단하에 단기 쉼터로 보내게 되면, 그곳에서 3개월부터 최장 9개월까지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합니다. 최장기간 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정 복귀가 힘들겠다고 판단 되면, 중장기 쉼터로 아이들을 보내게 돼요. 그곳에서는 최대 2년에서 3년 정도 거주할 수 있고요. 중장기 센터를 퇴소한 이후에는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자립 지원관과 협업을 통해 아이들의 자립을 돕습니다. 청소년 쉼터를 총괄하는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이며, 현재 서울시 관내 쉼터 중 95% 이상이 서울시 보조금과 여성가족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게 고정형 쉼터의 시스템이고, 아지트는 이동형 쉼터에 속해 있습니다. 이동형 쉼터는 버스라는 큰 매개체를 가지고 위기 청소년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갑니다. 예를 들어, 버스가 수유역에 정차한다면 그곳을 거점으로 아이들이 잘 가는 으슥한 골목 등을 찾아다녀요.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또래끼리 모여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가서 청소년인지 물어보고 “우리는 이런 곳에서 왔는데, 간식 먹고 싶으면 올 수도 있고, 상담하고 싶으면 올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놀고 싶으면 올 수 있는 곳이 수유역에 있으니까 6번 출구 앞에 버스 보고 오면 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버스에 있는 팀은 아이들이 오면 반갑게 맞이하고, 내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의 쉼터입니다.

수유역 외에도 서울시 관내의 위기 청소년들이 많이 밀집하는 지역 지자체의 협조를 받아서 버스를 정차하고,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요일에 방문합니다. 이동형 쉼터에 대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서울시 기준으로 이동형 쉼터는 아지트를 포함해서 총 다섯 군데가 있어요. 서울시에 속해 보조금을 받는 이동형 쉼터는 서북/서남/동북/동남 지역에 총 네 곳입니다. 반면 서울 아지트는 민간단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이동형 쉼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는 보조금으로 구비∙시비도 받지 않고, 국비도 받지 않습니다. 100%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모 법인이 명동성당인, 대주교님 직영 기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KBS 추적 60분 – 학교 밖 르포, 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에서는 주로 사무실에서의 활동을 조명했습니다. 아지트 사무실이 강북구 수유역 근처에 위치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 고정형 공간(사무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휴게방을 따로 만들어놓은 이유는 아이들의 요구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동형 쉼터라는 특성상 활동을 주로 외부에서 하므로, 심층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선 고정형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무실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선생님들이 근무하는 공간이에요. 기존에 명동 성당에 있던 사무실이 너무 협소해져서 이쪽(수유역)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의 위치를 선정할 때 ‘강북 지역 내에서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했고, 지역 조사를 통해 수유동으로 공간을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위기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Q.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림 3 독도 탐방 사진

부: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만나는 아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 아니라 ‘위기 청소년’입니다. 둘의 차이점을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위기 청소년이 학교 밖 청소년보다 상위 개념입니다. ‘위기’는 학교에 다니는 여부에 국한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가정에서 돌봄을 잘 받으면서 학교에 다녀도, 내부에서 따돌림을 당할 수 있잖아요. 그럼 그 아이는 위기 청소년인 거예요. 집에서 보살핌을 못 받고, 학교에서도 받지 못해서 그곳을 떠난 아이도 위기 청소년이지만요. 

<학교 밖 르포, 소년은 혼자 자라지 않는다> 제목에 관해서 담당 PD님과도 이야기를 나눴었는데요. 외부에 ‘위기 청소년’이라고 소개하면 일반 시청자들의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오히려 비행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선택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겠지만, 위기 청소년이라는 단어가 아직 통용되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협의가 돼서 나갔던 게 해당 제목이었습니다.

‘위기 청소년’에 대한 이론화가 아직 잡혀 있지 않아서, 저희가 위기청소년 학술 포럼을 매년 개최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1단계가 일시적인 단계, 2단계가 중기적 단계, 3단계가 장기적 단계인데요. 주로 만나고, 학술 포럼에서 다루려고 했던 아이들은 중기적 단계에 속한 아이들입니다. 결국 최종 목표는 ‘아이들의 자립’이거든요. 버스를 매개로 발굴된 위기 청소년들을 잘 보살펴, 이들이 경쟁력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팀: 센터 차원에서 ‘위기 청소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긴 하지만, 그냥 놀러 오는 친구들도 많아요. 언제 어디서 위기 상황이 발생하리라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저는 위기 상황이 없어요’, ‘저는 지금이 가장 만족스럽고 행복해요’라는 친구들도 와서 편하게 놀고, 먹고, 쉬다 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Q. 아이들을 그렇게 지칭할 때, 의도하지 않은 낙인이 발생하진 않을까요?

팀: 통칭을 하는 이유는, 이렇게 하나의 정립된 개념으로 불려야 아이들이 받는 복지 혜택의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위기 청소년’이라고 하면 ‘위기 청소년이 도대체 뭔데’, ‘어느 범위의 위기라고 속할 수 있는데?’라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개념으로 묶어 놔야 이 친구들에게 갈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생기는 거죠. 물론 용어 자체에서의 낙인 효과도 있을 수 있으나,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학교 밖 청소년 혹은 자퇴생이라고 하면 ‘이 아이가 왜 학교를 나오게 되었을까’라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교를 나왔다’는 결과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의미에서 오히려 용어 자체보다는 학교를 나온 상황 자체에 낙인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위기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

Q. 그렇다면 아이들이 ‘위기 청소년’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실무자들은 어떻게 진단 하는지 궁금합니다. 

팀: 저희는 ‘위기 청소년’의 개념화를 위해서 개인적 위기, 사회적 위기, 가정적 위기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 개인의 성격과 특성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환경적인 요인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혹은 내 부모 혹은 보호자가 나를 돌보지 않는 상황들같이 가정적 위기가 있을 수 있고요. 아까 말했던 낙인 효과처럼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학교 수업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아’라고 생각해서 자퇴했는데, 오히려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에서는 ‘학생이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해야지’라며 낙인을 찍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연구 중인 주제이기는 하지만, 정말 위기에 처하게 되는 요인은 하나로 특정지을 수 없고, 복합적인 위기가 발생하기도 하므로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 저희가 구분한 세 가지 의제는 개인적∙사회적∙가정적 위기라고 보시면 돼요. 예를 들면 같은 상황에서도 개인적 성향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민감도가 다르잖아요. 그러다 보면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서 같은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위기에 빠지는 친구들이 있고, 아니면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Q. ‘위기 청소년’이라는 논의에서 당사자, 학계, 실무자들 사이에서 괴리되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위기 청소년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 혹은 인식하고 있나요?

팀: 아이들은 본인이 위기 상황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 같기는 합니다. 오히려 그 시기를 보내온 어른의 입장, 선생님의 입장으로 봤을 때, “지금이 적기다.”, “이 순간에서 아이를 다른 방향으로 틀지 않으면 순식간에 위기의 상황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건, 실무자나 선생님 혹은 부모님, 보호자 등 어른들의 시선인 거죠. 사실 아이들은 위기 청소년이 무엇인지 모르고, 이 기관이 위기 청소년을 위한 기관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모든 시선이 당사자에 맞춰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자 혹은 그 상황에 개입하는 실무자, 전문가의 입장에서 ‘위기 청소년’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한 것뿐이라고 봅니다. 아이들 스스로는 “스쳐 지나가는 풍파 중 하나”, “내가 지금 배고픈 것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 거지, 본인이 위기 청소년이라고 인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 제가 이런 상황 때문에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제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 되게 능동적인 아이인 건데, 그런 아이들조차 “선생님 제가 지금 위기 상황인데요. 위기 청소년인데요.”라고 표현하지는 않으니까요.

부: 지금 말씀하신 대로 개념화와 범주화를 시도하는 건 행정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고, 우리나라 청소년 보호법을 보시면 법률상의 용어로도 ‘위기 청소년’이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Q. 아지트가 특별히 ‘위기 청소년’이라는 아젠다를 설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팀: 위기 청소년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위기 청소년이 무엇인지’가 제공자 입장에서 파악이 되어야 이 아이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그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자와 실무자들에게 “위기 청소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세요”라고 하면, 다 다르게 이야기할 거란 말이에요. 한 아이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가 상이한 정의를 토대로 달라지면, 그 아이는 필요가 시급한 서비스 자체에서 벗어나서, 결국 상황 자체가 지연될 수 있는 거거든요. 모든 사람의 마음을 한 곳에 모으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서울 아지트만의 위기 청소년을 정립해야 이 안에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 그것과 더불어 우리는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던지려고 해요. “위기 청소년이 무엇이다”라는 정의를 하고 난 뒤, 그 정의를 바탕으로 이 아이들이 놓인 다양한 위기 상황이 있을 거 아니에요. 특정 단계에 놓여 있는 아이들이 시설을 방문 한다면, “이 아이는 A 단계에 속해있으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B의 조치가 필요하다”라는 이론을 정립하려는 게 첫 번째 목표이고요. 최종 목표는 위기 청소년 이론을 바탕으로 위기 청소년 진단 도구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단이 이렇게 나왔으니 여기서 무슨 개입이 필요할 것 같고, 이 개입이 있어야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가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개별적인 상담이 이루어진다면 세부 내용은 변경될 수 있겠지만, 진단을 기반으로 미세 조정의 단계만 있으면 되니 대상자를 파악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고, 개입의 타이밍 자체를 신속화할 수 있습니다. 

Q. 서비스 제공의 타이밍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조하셨는데,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팀: 사실 “최대한 빠르게 들어가자”의 개념은 또 아니에요. 왜냐하면 정말 즉시 개입이 필요한 상황들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본인 스스로가 느껴야만 하는 상황들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선생님들도 한 발짝 물러나서 이 아이가 스스로 인지할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말하는 그 시간의 중요성이 “정말 무조건 빨리 이 상황에 즉시”라는 차원보다는, 그 아이의 상황에 맞게 적절한 타이밍들을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 있자” 혹은 “이 상황에 우리 들어가자” 같이 알맞게 개입하는 의미가 더 클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아이들의 사정

Q. 쉼터 아지트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집’은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그림 4 법원 방문

팀: 아이들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가 저희가 생각하는 집의 의미와는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커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집을 ‘내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 혹은 ‘업무를 끝내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첫째, ‘들어가야 하는 공간’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고요. 두 번째는 ‘부모님 혹은 내 보호자가 사는 공간’을 집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고. 물론 저처럼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대다수의 아이가 집을 안락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숙박의 공간’으로 생각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집 이외에 머무르는 공간 중에서 가장 편하게 느끼는 공간을 아지트라고 느끼는 친구들도 있어요. 단골손님처럼 매일 와서, 닫을 때까지 있다가 가고, 주말에도 선생님들 보고 싶어서 연락하고 하는 친구들도 있고. 어떤 아이들은 ‘어른이 없는 공간’을 가장 편하게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가출한 친구들 같은 경우 숙박이 되는 쉼터로 연계하려고 해도, 거기에는 나를 묶어놓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편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차라리 더운 날, 추운 날, 비 오는 날 밖에서 비상계단에 쭈그려 있더라도, 그 공간이 자기한테 가장 편한 공간이라고 느끼는 친구들도 많아요. 외부에서 머무르고 싶어 하는 까닭도 되게 많은데, 단순하게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서 나오는 친구들, 반대로 가정폭력에 노출된 친구들도 있고요. 그래서 본인이 정말 다치지 않기 위해, 살기 위해서 나오는 친구들도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있어요. 낭만적으로 그런 케이스는 없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오는 친구들도 있고요.

부: 방송에서도 보시지만 아이들이 집을 나와서 있는 공간 자체가 정말 보호에 취약하죠. 나와서 진짜 대단한 곳을 가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팀장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비상계단에 머무르는 아이들도 있고, 공원을 배회하는 아이들도 있고. 그리고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가니까 오전 5시까지는 외부에서 혼자 서성이다가 시간이 됐을 때 찜질방에 가서 씻고 나오는 아이들도 있고, 다양한 사례가 있습니다.

Q. 그러면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하기를 바라시나요?

팀: “집에서 안전하게 잤으면 좋겠다”보다는, 일단 밖에서라도 큰일이 안 났으면 좋겠고, 집이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보호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욕심이죠. 권유를 해서 한 번에 들어갈 친구들이었으면 처음부터 들어갔겠지만. 저희 입장에서 매우 큰 딜레마예요. 왜냐하면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선 집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쉽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 또한 숙박이 되는 시설이 아니다 보니, 여기서 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실무자들이 24시간 내내 이들을 보호하면서 “어쩔 수 없다. 우리 전부 당직 서서 24시간 아지트 돌리자”고 할 수 있는 상황도 실질적으로 안 되기 때문에… 배회하는 아이들을 보면 밥을 먼저 먹이고, 돌아다니더라도 긴급 상황이 생기면 바로 연락할 수 있게끔 연락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부: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드리면,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 보호법 자체가 가정 내에서 어떠한 상황이 있을지언정 가정 내 복귀가 원칙입니다. 가족이 흉기를 들고 위협을 하든, 친족 성폭행이 있을지언정 법원에 가면 판사는 가정 내 복귀를 명합니다. 물론 범죄 정황이 명확히 드러났을 경우에는 분리를 하지만, 현실적으로 피∙가해자 분리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 놓여 있지만 드러나지 않는 아이들도 현장에 정말 많아요. 복잡한 사정을 다 앎에도 불구하고 마냥 집에 들어가라고 할 수는 없는 실정이죠.

반대로, 선생님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집에서 나와라, 가출해라”라고도 할 수 없는게 정말 딜레마거든요. 저희가 24시간 불을 켜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고. 물론 퇴근하면서 집에 데려가서 재우면 좋죠. 하지만 그것 또한 불법이에요. 현실적으로 실무자들도 난관에 봉착하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아이가 굶지 않게 많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혹은, 예를 들어서 지금 한 여름이잖아요. 근데도 작년 여름에 입었을 만한 옷을 입고 오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 아이들 같은 경우는 피복 지원도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많은 청소년 기관과 복지기관들이 있고, 그들 나름의 잘할 수 있는 역할이 있거든요. 서울시비와 국가 지원을 받다 보니까 보편적 복지를 제공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선별적 복지를 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고요. 보편적 복지를 지원받음에도 더 많은 지원이 시급한 아이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아지트는 민간 기관이니까, 자체 회의를 통해 선별해 추가 자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지트만의 특별한 운영방식

Q. 아지트는 어떤 규칙을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나요? 청소년 간의 규칙, 선생님과의 규칙, 운영자 사이의 규칙 등 다양한 규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림 5 센터 식사 시간

팀: 우선 저희는 규칙을 많이 안 만들어요. 첫 번째는 간혹 음주하고 오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 상태에서는 못 들어오게 하고요. 그래서 저희 음주 측정기도 있어요. 두 번째는 식사는 자유롭게 하되, 설거지와 뒷정리는 철저하게 할 것. 말씀드렸지만, 식사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배고픈 시간이 다르고, 오는 시간도 다 다르기 때문에 딱 정해서 먹이지 않거든요. 공동체 내에서 역할 분담(설거지 등)은 무조건 가위바위보로 정합니다. 선생님들 아이들 밥을 다 같이 먹어도 마찬가지예요. 같이 먹었을 때 “우리 선생님이니까 우리가 할게” 혹은 “(학생인) 너희가 해”가 아니라, 무조건 진 사람이 설거지해요. 마지막으로는 “다 먹어도 되는데 저기 방(휴식 공간) 안에 먹을 거 들고 들어가지 말자” 저희는 규칙을 이렇게만 정해 놨어요. 아이들이 편하게 쉴 수 있으려면 세세하게 규칙을 설정하는 게 아니라, “딱 기억해. 너희 세 가지만 지키면 되는 거야”, “나머지는 너희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자유롭게 있어도 돼”를 지향합니다. 이 점은 자원봉사 선생님들과 모든 실무진을 포함한 인원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개입하지는 않아요. 나름의 신경전이나 기싸움이 있을 때, 어른이 거기서 “우리 모두 사이좋게 지내야지” 한다고 해서 그러는 게 또 아니기 때문에. 그 나름의 서열과 성향, 서로를 파악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 알아도 모르는 척 개입하지 않아요. 정말 주변 아이들한테 피해가 되고, 큰 몸싸움으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면 거기에 있어서는 저희도 규칙을 따로 정하지 않고요.

물론 운영에 관해 여러 가지 규칙들을 정해놓는 건 있으나, 상황에 맞게 실무자와 자원봉사자가 모여 매일 회의를 해요. 그래서 가끔은 정말 해 뜰 때 퇴근을 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아이별로, 상황별로 규칙을 정하고 적용하는 편이어서 “저희 운영 규칙은 이렇습니다.”는 딱 정해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까닭으로는 기관의 특성을 살리고 싶었던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다른 기관도 많이 가보라고 아이들에게 권유하거든요. “너희가 최대한 많은 기관을 방문해 보고, 가서 다 받을 수 있는 거 받아.” 우리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걸 제공하기 위해 따로 규칙을 정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규칙을 정하는 순간, 정해진 형식에 맞추다 보면 될 것도 안 되고, 이런 상황들이 아이들한테는 좋을 게 없겠다 싶었어요. 저희는 오히려 무(無)규칙을 규칙으로 합니다. 실무자들이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는 거니까.

Q. 곁에서 면밀히 관찰하다 보면 다양한 사연을 접하게 되고, 아이들이 신체∙정신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도 마주하실 텐데요.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궁금합니다.

팀: 실무자가 판단하기에 병원 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직접 데려갑니다. 심야 시간대면 응급실로 같이 가요. 물론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 예를 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가야 하는 상황에는 미성년자가 혼자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위임장을 받습니다. 직접 권유도 하고, 아이와 시간을 조율해서 함께 통원을 합니다. 

부: 말씀하신 대로 아이들이 아파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귀찮아서 안 가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어떻게 보면 반강제성을 띠는 압박을 저희가 하죠. 그래서 “언제까지 어디로 와. 오면 같이 병원에 갈 거야.”라고 하고, 대신에 치료비도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선별적 복지 중에 하나죠. 

팀: 막상 갔는데 큰 일이 아니면 다행인 거죠. 아니면 이후에 또 치료도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는 일회성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선에 있어서는 횟수와 금액 제한 없이 (물론 금액이나 횟수 또한 저희가 말씀드렸던 운영 회의 내에서 결정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 왜냐하면 아이의 경제적 상황, 가정적 상황이나 개인적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획일화하기가 힘들거든요. 매뉴얼화하기가 힘들어서 필요할 때마다 운영 회의를 진행하고, 그 회의를 통해서 아이의 상황에 맞게 지원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더불어서 저희가 거의 24시간 대기를 하고 있어요. 위기 청소년의 특성상 정말 싸움이 발생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거든요. 그럴 때는 24시간 긴급 출동 합니다. 출근하지 않아도, 개인 시간이 거의 없는 셈이죠. 

언제 아이들이 필요로 할지 모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 긴급 출동으로 인해서 아이들과 라포(rapport) 형성이 더욱 깊게 되고, 근본적인 문제에 한 발 더 다가가서 문제 해결을 도울 수 있었던 상황들이 많았어요. 그게 중요합니다. 워라밸(삶과 노동의 균형)은 무너졌지만요.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하고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팀: 아이들에게서 전화가 오면 안 받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정말 10개 중의 9개는 넘길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가끔 정말 그 하나의 연락이 중요한 경우가 많거든요. 예를 들면 정말 자살 시도를 하다가, 혹은 약을 이미 먹은 채로 연락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긴급한 상황들의 그 한 건을 위해서, 그걸 안 받을 수가 없어서. 휴식 중에는 안 받으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요.

Q. 기관 운영에 있어 어려운 사안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부: 월급이요. 돈이 너무 적어가지고요. 정말로요. 봉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급여로 인한 유인은) 거의 없죠. 이 문제를 개선하려고 현재 노력하고 있고, 개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지트 직원뿐만 아니라 서울 교구에 계시는 분들이랑 같이 협의 중이고요. 근무 환경 개선이라고 좋게 이야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돈 많이 주세요.” 현재로서는 서울시 시설 종사자들의 월급에도 준하지 못하는 체계입니다.

Q. 제도 속에 편입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을까요?

부: 저희가 민간으로, 별도로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 청소년 쉼터 협의회에는 소속이 되어 있습니다. 단체 안에서 도울 수 있는 것들은 서로 협조하고 있고, 거기에서 아이들을 위해 지원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으면 참여하기도 합니다. 물론 전체적인 운영에서의 지원은 받지 않지만, 아이들 개별 사례에 맞춰서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저희 실무자 선생님들이 공모해서 지원받고 있습니다.

팀: 그런데도 사각지대에 있는 놓여 있는 아이들의 사례도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럴 때는 추경을 해서라도 개별적으로 지원하고 있고요.

어른이 된 위기 청소년

Q. 한편으로는 위기 청소년(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는 일정 수준 형성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완전히 자립하지 못한 상태로 자란 위기 청소년의 삶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부: 언론에서 조명하지 않을 뿐, 그렇게 자라는 아이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아요. 생계는 유지해야 하니까 일용직으로 근근이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그런 유의 청년들이 일반 커뮤니티 내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해서 ‘고립 청년’이라는 용어도 많이 씁니다. 소사이어티에서 아예 배제돼서 히키코모리처럼 나오지 않는 아이들은 ‘은둔 청년’이라는 말도 많이 써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17년도에 TF가 구성돼서 청년청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서울시 청년청 산하에 각 25개 자치구마다 청년 센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 15개 정도 만들어졌고요. 저희도 청소년 기관이다 보니까, 20세가 초중반 청년들(초기 청년)이 센터에서 상주를 하다 보면 실질적으로 이곳을 더 이용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부담스러워하거든요. 이렇게 초기 청년과 후기 청소년 사이의 교집합들이 있기 때문에, 지역 내 청년 센터와 협의 및 연계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큐 방영 이후, 아지트에 생긴 변화

Q. 매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아지트라는 기관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데 있어 어떠한 고민이 있으셨나요?

그림 6 안전 센터 방문

팀: 방송 이후에 문의가 정말 많이 왔었습니다. 자원봉사자 관련해서 혹은 어떤 한 친구를 후원하고 싶다. 이런 식의 또 감사한 연락들도 많았어요. 이렇게 감사한 연락도 많았지만, “이 공간이 도대체 뭐냐”같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공격적인 시선으로 연락을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선생님들의 인터뷰 요청에 도 그렇고, 업무에 큰 차질이 없는 한 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위기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나 인식을 개선하려고 하는 의도가 큽니다. 목적에 부합한다면 실무진들이 최대한 참여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저희만의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많은 곳에 이런 이야기들이 퍼져 나가야 다양한 경로로 접하는 분들이 생기기 때문에… 이야기가 잘 전달이 되어서 아이들에 대한 시선이 너그러워 지길 바라는 마음이죠.

Q. 언론 노출에 대한 아이들 내부적인 시선은 어떤가요?

팀: 사실 본인들 나왔다고 신기해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요. 

부: 맨 처음에 KBS 촬영을 하면서도 우려하고 걱정했던 부분이 매우 많았어요. 그래서 아이들의 동의서 뿐만 아니라 보호자 동의서,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모자이크 및 음성 변조까지 협의가 된 상태에서 진행한 부분이에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 또래의 특성상 “난 남보다 더 알려지고 싶어요.”, “내가 하는 일을 알리고 싶어요” 하지만 이후의 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저희도 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제도적 장치를 많이 걸어놨습니다.

대표적으로는 KBS측 에서 편집이 끝난 뒤 저희 측에 허가가 떨어져야 방송이 되는 형태까지도 이야기가 된 거여서, 수정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방송에 나갔습니다. 저희 쪽의 요구사항이 많았기 때문에 방송 자체가 자극적이거나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았다고 자평해요. 방송의 재미와 기관이 알려지고 안 알려지고는 두 번째였고요. 가장 첫 번째는 아이들이 인생에서 방송과 언론이라는 무서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댓글 창도 닫았던 거고, 오히려 파급력은 줄어들더라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임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돌봄의 위기에 대응하는 청소년 쉼터

Q.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돌봄의 위기>와 그 속에서 아지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부: 돌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두 가지라고 생각하는데요. 첫 번째는 관심이라고 보여요. 한 발 더 다가가서 아이가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 그 아이가 하는 행동이나 행위만을 놓고 바라보면 그냥 ‘문제아’거든요. 이렇게 낙인찍어버리고 “원래 저런 애들이지”라고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보여요. 가령 폭력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아이라면, 이 아이가 왜 그러한 성향을 띨 수밖에 없었는지 들어주고 공감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다면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돌봄이 수행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지트가 해야 하는 역할은, 위기에 놓인 아이들이 있는 자리에 직접 찾아가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정말 진정으로 원하는 바와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 주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성장함으로써 아지트도 성장하는 것이죠. 

팀: ‘인내’가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허기져서 음식을 제공하고 당장의 욕구가 해소되는 부분도 있지만, 돌봄이나 지원에 있어서는 장기간 이 아이의 삶에 녹아 들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사회에서는 위기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서 지원도 늘어났는데 “왜 문제아들은 없어지지 않았어?”라는 단편적인 시선들도 많단 말이에요. 사실, 사람을 한 명 바꾸는 데에는 정말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인식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돌봄의 관점에서 중요한 건 일시적인 돌봄이 아니라, “이 아이를 정말 귀하게 돌본다”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은 “왜 아이는 내 마음을 몰라줄까?” 생각도 하지만, 이 아이의 입장에서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저희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여유 있게 바라보는 것이 아지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위기 청소년에 대한 돌봄과 관련해, 어떤 정책적 지원 혹은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팀: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은 저희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분이 계시거든요. 꼭 청소년 지도사, 사회복지사, 상담사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이 관심을 가져주세요. 한편으로는 돌보는 사람들(케어러)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져야 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돌봄 받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 모두에 대한 이해가 같이 올라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모두의 행복을 위하여.

부: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쉽게 얘기해서 아이들을 가장 최전방에서 돌보는 선생님들, 즉 직원들이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풍족하지 못하다면 과연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만남에 있어서 얼마나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했을 때 쉽게 답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저는 그 기간을 버텨보려고 노력했고, 금전적인 상황도 괜찮아서 이겨낼 수 있었는데 제 상황만을 대입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현실적으로 사회 초년생인 우리 직원들을 놓고 봤을 땐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업무 환경을 개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지트에 바라는 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지트라는 기관에 있어 선생님들의 바람이 궁금합니다. 어쩌면 아지트의 존립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림 7 도시락 만들기

팀: 사실 저희가 떠난다고 해서 아이들과의 연이 끊기지는 않습니다. 아이들한테 지금 마주한 상황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아지트라는 공간에서, 이곳의 선생님이라는 위치를 벗어나도 아이들과의 연은 유지가 될 거예요. 하지만 아이들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익숙한 공간에서 구성원이 달라지면 상실감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실무자 개개인의 역량에 맞춰지기보다는, 내부 공간의 구성원이 변화되어도 기관 자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죠. 저희가 연구를 시도하는 이유도, 가령 개념을 정립하고, 진단 도구를 만들고, 매뉴얼화를 하는 까닭은 운영진들이 바뀌어도 아이들이 이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부: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네요. 아까 말씀드린 직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에 있어서 많이 고민할 때, 팀장님이 제게 그러더라고요. “본인은 다른 곳에 갈 수 있지만,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이 일이 너무 즐겁다.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면 지금은 다른 일을 하겠지만 죽기 직전에는 아이들을 보고 있을 것 같아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말이 저한테는 대단히 큰 힘이 됐어요. 더 분발해야겠다는 자극으로 다가와서, 의지를 불태우게 됐고요. 

현재는 아지트가 세워진 지 6년차 입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디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민간 쉼터였으니까요. 명동 성당이라고 하면 거대 자본력을 바탕으로 무언가가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을 하실 수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어요. 정말 최소 자본으로만 이루어진 상태고, 현재까지도 그렇게 운영 해오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겪고 개선하며 지금은 안정기로 접어들기 전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도기가 잘 안착이 돼서 안정기로 넘어간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까지는 직원 개개인의 역량으로 돌봄을 제공했다고 한다면, 이후에는 더 나아가서 개인의 역량이 아닌 기관 자체의 매뉴얼화를 통해서 이루어지길 목표합니다. 가령 안 좋은 직원 한 명이 들어와서 공간을 망치지 않을 수 있게끔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그게 앞으로 아지트가 가야 하는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자 | 2024.07.30. (화) 오후 3시
장소 | 가톨릭 청소년 이동쉼터 서울아지트 사무실
인터뷰 | 이우원 부장, 정해민 팀장
진행 | 웹진 공유도시 팀 윤수진, 문지석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송민석, 윤수진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4년 8월 31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