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과 이동권 강화를 위한 민자사업 반대와 통합공영화 확대의 필요성 |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0월 12, 2023
공유하기

기후위기 대응과 이동권 강화를 위한

민자사업 반대와 통합공영화 확대의 필요성

이영수(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석열 정부의 민자철도 활성화와 SR분리 등으로 교통의 시장화, 금융화, 경쟁체제 공고화

윤석열 정부는 긴축재정과 민간주도 방식의 경제성장이라는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는데 교통부문에서도 민자철도 활성화와 민간자본 이윤보장 정책을 관철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2022년 6월 28일, 기획재정부 발표 보도자료)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1) 수익성이 있는 노선과 광역철도는 민자사업으로 우선적으로 검토 추진 2) 노후 철도시설에 대한 개량·운영형 민자방식 신규 도입 3) 철도역과 역세권에 대한 민관합작 개발을 통한 민자사업자의 이익 보장 등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철도보다는 민자철도 사업을 우선시 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리고 기존에는 신규노선 건설만을 통해서 수행할 수 있었던 민자사업을 노후철도 인프라 등의 개량·증설에도 허용했다. 더 적은 금융차입비용으로도 더 손 쉽게 민간자본이 이윤을 누릴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 한 것이다. 공공자산인 철도역과 역세권에 대한 민간사업자의 참여도 마찬가지 논리이다.

결국 이러한 정책방향은 민자사업의 질적 양적 팽창을 의미한다는 측면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민자사업의 규제를 혁파하는 혁신이라고 했지만 국가가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인프라 개량 및 투자의 책임뿐만 아니라 공공자산의 소유권 또한 민간사업자에 넘기는 민영화 확대 정책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철도 SR(수서고속철도운영회사) 분리 정책도 공고히 하면서 고속철도 민영화 정책의 불씨를 계속 살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애초에 수서발 KTX 노선(수서~평택)을 코레일이 아닌 민간 사업자에게 운영권을 양여하는 철도 민영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대와 철도노조의 투쟁으로 정책시행은 유보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에 약속한대로 철도 민영화는 추진하지 않지만 철도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SRT 노선을 운영하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코레일과 경쟁을 시키는 철도경쟁체제를 추진했다.

민영화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수서에서 시작하는 SR노선이 2016년 12월에 개통했지만 SR에 대한 온갖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SR은 코레일로부터 운영차량도 빌려왔고 역 업무와 예·발매업무뿐만 아니라 열차정비를 비롯해서 고속구간의 선로 및 전기, 신호 등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업무도 코레일에게 위탁 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SR의 자본잠식 우려가 제기되게 되었다. SR 주주였던 사학연금·기업은행·산업은행 등이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면서 1,500억대 SR 투자금을 회수키로 하면서 부채비율*이 14,00%대로 솟구치게 돼 철도 사업자 면허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SR 출범 당시부터 우려되었던 내용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SR에 대한 3,590억 원 규모의 출자를 확정했고, 이후 국토교통부는 보유하고 있던 한국도로공사의 지분 중 일부를 SR에 출자하면서 지분 59%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됐다. 결과적으로 SR의 분할운영은 파행이 되었고 정책적으로 실패한 것이므로 코레일과 통합 하는 게 상식임에도 국토교통부는 민영화의 유산을 끝끝내 잃고 싶지 않은 건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민영제의 한계와 본질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택근무 확대와 이동제한 조치 등으로 공공교통이용 수요가 급감하면서 궤도운송기관의 매출손실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했다. 공공교통은 전체적으로 2019년 대비 2020년에 30% 이상 운송수요가 급감했고, 21년과 22년 또한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면서 철도와 지하철 운송기관은 3년 동안 모두 수조원에 이르는 운임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더욱이 공공교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철도와 지하철 공사 모두 운행서비스 수준을 코로나19 기간에도 최대한 유지해야 했음으로 운영비용 부담은 그대로 전가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궤도 운송기관은 경영상황이 최악이 되었지만 공공기관이고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런데 철도 민자사업의 대명사인 인천국제공항철도의 정부재정 지원액은 오히려 코로나19 기간에 대폭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에 2,991억 원이었는데 2020년 3,412억 원, 2021년에 3,946억 원 등으로 늘어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철도도 마찬가지로 운송수요가 급감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인가? 바로 민자사업 구조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해줘야 하는 운영비용은 협약에 따라 고정되어 있는데 코로나19로 운영수입이 급감하면서 그만큼 정부의 재정지원 부담이 증가한 것이다.

사실상 민자사업인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또한 마찬가지였다. 서울교통공사는 코로나19 3년 동안 2019년 대비 1조원이 넘는 매출손실을 입었음에도 서울시로부터 여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민자사업처럼 협약에 따라 운영되는 버스준공영제에서는 민간버스사업자에게 2020년에 서울시가 부담해야할 재정지원금이 기존 3천억 원 대에서 6천억 원 대까지 대폭 증가했다.

이는 운송수입이 예상보다 적더라도 정부가 일정정도의 이윤을 보장해주었던 민자철도의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inimum Revenue Guarantee: MRG)와 마찬가지로 버스도 운송수입과 상관없이 서울시가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인천국제공항철도처럼 운송수입이 줄어들면 그만큼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다.

심지어 이 기간에 버스회사들은 영업이익을 얻었고 주주들에게 배당까지 했다. 운영수입이 급감했음에도 민간버스 회사의 수익구조와 배당 구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지자체의 보장으로 위험은 없고 수입은 안정적으로 보장이 되기 때문에 급기야는 투기성 자본인 사모펀드까지 공격적으로 버스준공영제 업체를 인수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렇듯 민영화된 사업은 기본적으로 재정부담을 공공에 전가하고 민간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임을 코로나19 시기에 극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공영화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교통공공성의 강화는 민자사업 반대와 통합공영화로부터 시작

기후위기와 이동권 강화를 위해 어느 때보다 철도와 지하철 버스 등의 공공교통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공공교통 운송기관 또한 마찬가지이다. 코레일은 수도권 광역은 물론 전국의 고속일반열차의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적인 철도공공기관이다. 이러한 철도공공기관이 기후위기 대응과 이동권 강화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장려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19의 여파로부터 빨리 벗어나 제 기능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여전히 박근혜 정부의 SR 분할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민자철도 사업을 대폭적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 민자철도사업을 확대하고 철도 민영화의 불씨를 살리려고 하는 사이에 코레일의 공적 역량은 그만큼 훼손되는 것이며, 국가적으로도 기후위기 대응과 이동권 강화에도 악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의 버스교통은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방치되고 있으며, 도시에서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와 같은 폐해가 고스란히 야기되는 버스준공영제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급기야는 투기성 자본인 사모펀드까지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버스공영제를 통해서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버스교통을 공공적으로 활성화하여 자동차로부터의 수요 전환과 이동권 강화에 매진해야 함에도 민간사업자의 이윤 축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이동권 강화를 위해 KTX-SR 통합, 민자사업 반대, 버스공영화 등의 통합공영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 [단독] 부채위기 SR 구하기 나선 정부…‘지분 돌려막기’ 꼼수, 2023-05-19, 한겨레

글 | 이영수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3년 10월 12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