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하게 소유(해야만)하는 땅, 공유지 (公有地)
정기황 (시시한연구소 소장)
한국은 전 국민의 절반이 생존의 기반인 집(약 45%)도 생산의 기반인 땅(약 40%)도 없다. 물론 집과 땅은 꼭 소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가치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이고, 지불가능한 적절한 임대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한국은 ‘조물주 위 건물주’로 표현할 만큼 부동산 소유권에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부동산 보유세가 매우 낮고, 시세차익과 개발이익 등의 환수가 되지 않는다. 즉 불로소득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고, 이는 한국의 대부분 자산이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사회가 부의 양극화가 심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국·공유지(國·公有地)가 존재한다. 집과 토지는 유한자원이고, 생산의 기반이기 때문에 공적관리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국가는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공동소유권을 가진 땅인 국·공유지를 비축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한다. 플레치너(Harvey L. Flechner)는 『도시개발의 제어를 위한 토지비축(1974)』에서 토지비축의 중요성과 목적을 주장하고 있고, 한국의 국공유지 논문과 연구에서도 인용되거나 유사한 내용으로 주장된다. 플레치너가 밝히는 토지비축의 목적은 “①지역 및 커뮤니티 성장 유도 ②도시의 난개발 방지 ③재정투자로 인해 발생하는 토지가치 상승분의 환수 ④토지투기 방지, 토지시장의 관리 및 통제 ⑤공공목적의 토지취득 ⑥특정 민간 이용을 위한 토지 확보 ⑦환경가치가 있는 토지 보호 ⑧공공시설 설치비용 절감 ⑨압축개발을 함으로써 공공서비스 비용절감 ⑩토지 소유자간 관계규제 ⑪토지가격 규제 ⑫저소득층 주택보조” 12가지이다. 이 12가지 목적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①도시성장 패턴 규제 ②토지가격 규제 ③개발이익 환수 ④토지이용 규제” 4가지 범주로 도시와 토지의 통합적인 관리를 위한 것이다*. 이는 한국의 국책연구소인 국토연구원이나 공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문가, 정치권에서도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일반적인 내용들이다.
「국유재산법」의 시기별 요약 ① 재원조달을 위한 처분위주의정책(1945~1976):일제의 적산인 행정재산을 매각해 재원조달, 5.16군사쿠데타 이후에는 경제개발계획의 재원조달을 위해 국유재산 매각 ② 유지·보존 위주의 정책(1977~1993):1977년 전면개정을 통해 국유재산관리계획을 도입·시행하였으나 소극적인 유지·보존에 그쳤고, 1985년, 1996년 두 차례에 걸쳐 국유재산실태조사 및 권리보전조치를 추진해 국유재산의 등기를 완료 ③ 확대활용촉진정책(1994~2008):1994년 국유재산관리특별회계를 신설하고 국유지개발신탁제도를 도입해 적극적 활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고, 단순 처분 및 매각방식을 지양하고 신탁개발, 위탁개발, 기금개발및 민간참여개발 등을 도입 ④ 민간 매각 및 개발 확대정책(2009~2016): 시장친화적인 매각ㆍ임대, 개발 방식의 다양화하는 제도를 도입 ⑤ 국민생활을 위한 활용 전환 정책(2017~2022):일부분이지만,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생활밀착형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을 지원 –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http://www.law.go.kr/) – 국유재산법의 47회 개정(제정) 중 타법개정과일부개정의용어변경을제외한 23회의 개정(제정)이유 비교함. |
한국 국·공유지 소유 비율 변화양상
하지만 한국은 이런 심각한 부동산 문제에도 불구하고, 해방 직후 약 60%였던 국·공유지를 현재 약 30%로 절반이 줄어들 정도로 모든 정권이 지속적으로 국·공유지를 매각하며 사유화해왔다. 윤석열 정권이 시작되자마자 5년간 16조원의 국유재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윤석열 정권에서 시작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국유재산과 매각 효율성과 정책과제 연구」 결과 발표에서는 국·공유지가 ‘민간 거래 가격보다 단위 면적당 약 18~23% 낮은 가격에 매각’, ‘수의계약 비중 2013년 75%, 2018년 92%, 2018~21년 평균 97%’로 저가에 수의계약으로 매각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동소유권을 가진 국·공유지의 매각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과 사회구성원 모두의 공익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금융자산으로 재원조달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국·공유지는 국가별 통치체제에 따라,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관리된다. 국·공유지의 운영관리 방식은 간단하게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적영역의 소유 비율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런 소유 비율에 따라 크게 일본, 미국, 프랑스의 3가지 정책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일본은 국공유지 약 35%를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관리했으나, 근래에 지방정부로 이양하고 있다. 미국은 국공유지 약 50%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약 절반씩 운영관리한다. 프랑스는 국공유지는 약 40%이고, 소유 비율은 중앙정부 5%, 지방정부 15%, 공적영역 20%로 공적영역과 지방정부 중심으로 운영관리되고 있다. 일본은 국공유지를 주택개량개발공사** 중심으로 도시재생 등 공적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 미국은 지역주민 중심의 지역사회개발법인(CDC: Community Development Corppration)으로 지역의 공적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 프랑스는 지방정부와 공적영역(지방정부토지공사(EPFL), 도시정비공사(EPA) 등)을 중심으로 선매권을 활용해 토지를 지속적으로 비축하고, 도시계획·지역주거·공공시설 등의 공익을 확보하는데 활용한다.
2014~2019년 국유지 지목별 면적/금액 변동추이
*출처: 통계청 2014-19년도 말 소관별 국유재산 관리대장
표준지 및 개별 공시지가 연도별 변동률
*비율 단위: %, 금액 단위: 억원 *출처: 국토교통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공유지의 비축과 사용은 주택 문제에서 도시, 국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필연적인 조건이다. 해방 후 지속적으로 매각되어 오던 국·공유지는 현재 어떻게 관리·운영되고 있을까. 2014~19년 국유지 지목별 면적과 금액 변동추이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면적과 금액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에 비교해 기술한다. 서울의 면적은 605.21㎢다. 서울은 25개구로 한 구당 면적은 약 24.2㎢이고, 인구는 40만명이다. 2014년을 기준으로 2019년까지 5년간 비도시화 지역을 대표하는 지목 ‘임야’는 445㎢(전체의 65.97%), 18.4개 구만큼 규모가 늘어났다. 이에 비해 도시화 지역을 대표하는 지목 ‘대지’는 3㎢(전체의 0.41%), 0.1개 구만큼 규모가 늘어났다. 대지는 면적은 늘었지만,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낮은 것으로 볼 때, 도시 중심을 사유화하고 외곽으로, 대도시를 사유화하고 소도시로 이동시키고 있다. 인구 대부분이 도시에 집중되어 사는 한국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국민 전체의 공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국유지와 정반대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유지는 약 23%다. 해방 이후 지속적으로 매각되어 오던 국유지는 2000년대 들어 20%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국·공유지의 비축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볼 때, 20% 내외의 국유지(공(公)유지 포함 30% 내외)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최소한의 면적으로 보인다. 2014~19년 현재 국유지의 면적과 금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총면적과 총액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통계의 착시다. 이런 식의 착시나 추측도 국공유지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2014~19년 국유지의 변동추이를 보면, 면적 증가는 최저금액의 임야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금액 증가는 최소면적의 대지의 증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임야와 대지는 ㎢당 금액은 임야 21억원/㎢이고, 대지 7,923억원/㎢로 377배 차이가 난다. 전체 평균 193억원/㎢에 비교하면, 대지는 최고가로 평균의 40.66배, 임야는 최저가로 평균의 0.11배다. 또한 면적의 감소와 금액의 감소는 일치하지 않는다. 공시지가 변동률과 비교해보면, 2014~19년 전체 금액은 수치상 늘어나는 것 같지만, 공시지가의 상승률보다 매우 낮다. 표준지 공시지가보다 평균 171,507억원 적고, 개별 공시지가보다 평균 174,409억원 적다. 국유지가 정확하게 얼마나 매각되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계산이 맞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매각은 비싼 자산, 도시 자산을 매각하고, 싼 자산, 농촌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확실하다. 대부분의 부동산 문제, 주택 문제가 도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면, 정반대의 방식으로 국유지가 매각되고, 매입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국유지의 매각과 활용 과정의 투명성이 매우 부족하고, 민주적 결정 과정과 공익성 확보가 매우 부족하다. 한국은 중앙정부 약 23%, 지방정부 약 7%로 중앙정부 중심으로 운영관리된다. 또한 한국은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지방정부와 주민 중심의 토지비축과 도시계획으로 공익을 확보하는 국공유지 운영관리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국공유지를 관리운영하는 한국의 국유재산법은 1950년 재정된 이후로 현재까지 재원조달을 위한 처분 위주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공유지를 금융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산하기관인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관료와 금융전문가 중심으로 운영관리되는 것에서 확인된다.
국가별 국·공유지 운영관리체계 비교
일본 | 영국 | 미국 | |
기관(총괄청) | 재무성국토교통성, 총무성 지원 | 국무조정실 산하, GPU(Government Property Unit) | 토지관리국PBS(Public Buildings Service) |
정책방향 | 국유재산 행정전략: 사회복지, 사회자본, 도시재생, 지역연계 등 | 정부자산전략: 정보공유를 통한 공공서비스의 질적향상 | 기관과 커뮤니티 발전을 위한 활용전략 |
정보시스템 | 국유재산 정보시스템(재무성)/국공유재산 정보공유 연계창구(국토교통성) | e-PIMs: 정부자산 찾기 시스템/분기별 관리 | IOLP(소유 및 임대 자산 목록)/지속적 업데이트 |
협업 정책 | 국유재산 분과회: 민간기구로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 | One Public Estate Program: 12개 지역정부와 협력/NPCS(국가자산 관리 스스템)부처간 협력 추진전략 | Good Neighbor Program: 지역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해 활용할 법적 책임 |
매각 및 활용 | 사회복지시설, 지역수요, 지역활성화를 위한 공헌 | 시민사회 측면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주거를 창출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관리 비용을 줄이며 좀 더 효율적으로 이용 | 공동체 지원공익양도, 협상에 의한 판매, 공매 |
지역단위 협의와 중앙단위 협의에 총괄부처가 직접참여 | 중앙정부 부동산 데이터(SFG/GPF)를 활용해 유휴공간을 스타트업, 사회적기업이 사용할 수 있게 관안된 프로그램 | 공익양도고용 및 교육 기회확대, 어메니티증진, 주거복지 등 특정목적을 위해 지방정부, 지역단체, 비영리기관 등에 무상 양도 |
미국 국·공유지 정보구축 예시
한·일간 국유재산 정책심의기구 비교
* 출처: 전준우, 이명훈, 「공익적 목적의 국유지 유효활용촉진을 위한 관리제도 개선방안」, 도시행정학보 제28집 제2호, 2015. 401쪽 표16.
국가 | 한국 | 일본 | ||
명칭 | 국유재산 심의위원회 | 국유재산 분과회 | ||
구성 | 위원장(1) | 기획재정부 장관 | 위원(5) | 교수, 기업인, 법조인, 엔지니어 |
정무위원(8) | 중앙 소관부서 차관 및 청장 | 임시위원(10) | 교수, 언론인, 기업인 | |
민간위원(10) | 부동산·증권분야 전문가 | 전문위원(1) | 기업인 | |
특징 | 민·관 합동 기구 | 민간기구 |
다른 국가들은 국·공유지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일본, 영국, 미국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시스템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국·공유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국·공유지의 사용은 사회복지, 커뮤니티, 도시재생, 공공서비스 등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 지역과 커뮤니티에 무상의 공익양도와 장기임대 등의 매각과 활용 정책을 펴고 있다. 또한 국·공유지 보유량과 운영·관리 면에서 한국과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에도 국유재산 정책심의기구 비교에서 보듯이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기획재정부 관료와 금융전문가 위주이고, 일본은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각국의 국·공유지 정책은 내용에서 차이가 있지만, 국민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국·공유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비축하며, 정책에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한국은 국·공유지에 어떤 고민을 담아야 할까? 현재 국·공유지 보유량만으로도 주택 문제, 부동산 투기, 양극화 등의 문제 해소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투기 방지, 개발이익과 시세차익(불로소득) 환수 등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Flechner, Harvey L, Land Banking in the Control of Urban Development, Praeger Publisher, 1974, p. 10/ 김정익, 조주현, 최민아, 해외 토지비축 제도 운영 및 시사점 연구, 부동산학연구 제15집 제1호, 2009.4. 7쪽 재인용.
**일본의 주택개량개발공사는 1955년 설립해 임대주택 공급과 연구, 지역사회 조사연구, 마을만들기 등 도시재생사업에 주력하는 곳이다. https://www.kairyoukousya.or.jp/
글 | 정기황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3년 10월 12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