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와 연대의 가능성을 꿈꾸는 공간이 커먼즈 네트워크” | 김지혜·최희진 연구자 겸 활동가 인터뷰 

5월 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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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연대의 가능성을 꿈꾸는 공간이 커먼즈 네트워크”

김지혜 카이스트 인류세 센터 박사후연구원과 최희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박사과정 수료생과 함께 커먼즈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부터 커먼즈 네트워크와 함께한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관한 생각들을 나눠 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2월 6일 오후 4시부터 약 100분간 구글 미팅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Q. 먼저 두 선생님의 성함과 소속, 그리고 커먼즈 네트워크에서 활동한 기간을 알려주세요.

최희진:저는 최희진이고요. 지금 공식적인 소속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의 박사과정 박사 수료생이고요. 개인적으로는 ‘방풍연구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작업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커먼즈 네트워크를 만나게 된 계기는, 19년도 5월에 인천 배다리 마을에서 열린 네트워크 행사에 참여를 했어요. 그때 당시에 저는 석사 졸업하고 서울대 아시아 도시사회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고, 이승원 선생님과 아시아도시사회센터 공유도시 팀에서 같이 일하면서 ‘커먼즈 운동’과 ‘공유 도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서울 공덕역 인근에 경의선 공유지를 오가면서 커먼즈 네트워크 활동을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김지혜:저는 김지혜라고 하고요. 소속은 카이스트 인류세 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습니다. 커먼즈 네트워크는 저도 희진이랑 비슷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인천 이후에 ‘사회혁신 포럼’이라는 것이 있었고, 그때 참여를 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최희진: 2019년 가을에 ‘미래 혁신 포럼’이라는 서울시 행사가 있었어요. 이승원 선생님께서 그 행사를 기획하시면서, 저희한테 한 세션을 운영하는 것을 제안해 주셨거든요. ‘도시 자연 세션’ 세션을 꾸리면서 그때 당시에 김지혜 선생님과 다른 동료들을 같이 만나고, 또 ‘솔방울 커먼즈’라는 활동을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솔방울커먼즈 활동으로 더 넓어진 커먼즈에 대한 관심 

Q. 그렇군요. 선생님 두 분의 개인적인 연구 주제와 커먼즈가 밀접히 맞닿아 있는지, 아니면 커먼즈 활동과 전문 분야는 별개인 건지 간단히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김지혜: 커먼즈가 제 연구에서 되게 중요한 파트이기는 했고요. 저는 커먼즈 네트워크 이전에 커먼즈에 대해 공부하는 그룹들이 있었어요. 그 그룹을 통해 ‘빈고’라는 조직을 알게 되고. 커먼즈를 오히려 학술적으로 접근하다가 ‘솔방울 커먼즈’를 만들면서 활동도 같이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커먼즈 네트워크도 오게 된 케이스여서, 연구와 활동 그 어딘가에 커먼즈가 있어 왔습니다. 사실 커먼즈를 어느 분과에서 처음 마주하게 됐는가도 되게 중요한 것 같은데, 저는 환경사회학의 측면에서 커먼즈 연구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최희진: 저는 사실 도시 계획을 전공하면서 재개발 문제나 투기적 도시화 같은 쟁투 과정에 관심이 있어서, 여성주의 관점에서 그런 문제를 다루는 연구를 석사 때 했었어요. 그러다가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 센터를 만나고 나서 도시 커먼즈 ‘운동’, 자치 공동체 활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커먼즈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제가 학부 때는 경제학을 전공해서 ‘공유지의 비극’ 수준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까 김지혜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솔방울커먼즈 활동을 하면서 더 실천적인 접근에서 커먼즈를 가까이 접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연구에 있어서는 지역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 지역 공동체 중에서도 여성의 목소리를 특히 다루고 있습니다. 


커먼즈네트워크의 핵심 가치는 ‘커먼즈의 확산’

Q. 커먼즈네트워크가 어떤 단체고, 이 단체의 핵심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김지혜: 사람마다 이 단체를 어떻게 볼지는 사실 다를 것 같긴 한데, 저는 커먼즈에 대해서 뭔가 말하고 싶고, 관심이 있고, 행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인 ‘느슨한 연대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핵심 가치는 아무래도 커먼즈의 확산 같아요.

최희진: 커먼즈네트워크 처음 만났을 때도 사실 연구자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고. 직접 지역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마주했을 때 앞장섰던 활동가분들도 많이 계셨던 것 같아요, 연구자이면서 활동을 하는 연구활동가 분들도 계셨던 것 같고. 시민단체 운동 하시는 분들이라든지, 대체로 민간과 공공이라는 영역 사이에 계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던 것 같아요.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같이 연대할 수 있는 장을 찾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모였었던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저도 약간 사람 따라서 오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또, 이승원 선생님과 같이 연결됐었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센터 선생님들도 만나게 되고, 그렇게 사람을 알게 되다 보니까 느슨하게 연대하게 된 체제가 아닐지 싶습니다.


때로는 끈끈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Q. 커먼즈네트워크 구성원이 모인 텔레그램방도 있잖아요. 인원수를 보면 약간 형식적인 채팅방 안에는 70분 정도 계시는 거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어떤 계기를 통해서 채팅방 안에 속하고는 있지만 “나는 커먼즈 네트워크 사람이야”라고 자기를 정체화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느슨한 연대가 주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커먼즈를 더 알리고 싶고, 사회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공동체에서 강한 추진력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커먼즈 네트워크라는 단체가 현재 운영되는 방식은 느슨하고, ‘누가 와도 괜찮고 우리는 모두 환대하고’ 이런 형식이잖아요.

최희진: 저도 수진 선생님 말에 공감하는 편이에요. 느슨한 연대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게 어떤 사회운동의 메시지를 강하게 표방 혹은 주장하는지, (그 메시지가) 드러나는지 안 드러나는지 잘 모를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항상 진행되는 방식도 보면 매년 한 두 회 정도 워크숍이라든지 큰 행사 포럼을 진행하는 데에서 만나는 학회 같기도 하고.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참여하시는 모든 분이 각자의 일상에서 치열하게 사시다가, 어떤 이야기를 같이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준비라는 게 행사 기획부터 해서 예산이랑 장소 섭외처럼 품이 많이 드는 일이 있잖아요. 그런 일에서는 소규모 그룹이 따로 있는 것 같은데요.

김지혜: 매우 중요한 질문인 것 같은데, 저는 “모든 조직이 다 같이 으쌰으쌰 할 필요는 없다”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이 네트워크에는 있는 둥 없는 둥 하는 사람들의 느슨한 연대 자체가 네트워크의 존재 이유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사실 “커먼즈 네트워크가 내 소속이야, 내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커먼즈네트워크에서 찾겠어” 이런 사람은 제 생각에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기에 한 발 걸쳐 있다. 이런 감각을 다들 갖고 있으니까, 뭔가 일이 있을 때는 공유도 할 수 있고, 행사할 때는 같이 하면서 피곤한 일이기는 하지만 재미있는 것도 만들고. 약간 이런 정도로서 커먼즈 네트워크를 가늘고 길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도 되게 좋은 지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희진: 맞아요. 또 모였다가 또 없어질 수도 있는 거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막 단단한 연대체로 가져가는 걸 기대하는 순간,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희도 서로 안에서 생각의 차이라든지 세대의 차이도 있잖아요. 다양한 문화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그거를 공통의 감각으로 뭔가 자꾸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이질감이 더 생겨나는 게 있으니까. 아무튼 네트워크에 대해서 항상 저도 고민이 되기는 해요.

Q. 그럼 조직 안에 앞으로의 행방을 결정하는 운영위원회와 실무팀이 동일시되는 건가요?

김지혜: 제가 아는 선에서 운영위원회라는 거는 없지 않나요?

최희진: 있던 것 같아요. 이사회라든지 이런 건 없으니까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네트워크의 큰 주축이었던 건 사실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와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임은 분명한 것 같아요. 크던 작든 간에 예산을 가져오고 사람을 가져올 수 있는 곳이니까. 큰 주축이 있으면서도 또 그동안 계속 연대했었던 지역들 있잖아요. 인천 배다리 마을의 스페이스빔 민운기 선생님 쪽이라든지, 이번엔 또 춘천이 될 수도 있고. 그렇게 조금씩 가져가는 것 같아요.


커먼즈네트워크 활동을 하면서 제일 보람된 순간은?

Q. 선생님들이 생각하시기에 커먼즈 네트워크의 역사 혹은 본인이 거쳐왔던 행적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있었다면 무엇이고, 왜 그렇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지혜: 제 개인적인 역사에서는 2022년도에 북한산 밑에 우이동에서 ‘커먼즈와 권력’에 대해서 발표와 토론을 했던 게 너무 재미있고 즐거운 행사였어요. 동시에 거기서 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커먼즈라는 개념 자체를 선생님들과 다르게 사용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 같은 게 든 시점이기도 하거든요.

저만 느꼈던 게 아니라 그 동료 친구들도 느꼈던 거예요. 그걸 계기로 해서 “우리가 도대체 같은 거를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라는 문제의식을 계속 가지고 가는 일종의 커먼즈 네트워크에서 파생된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커먼센스 인 커먼즈’라는 모임을 만들게 됐고, 이 모임을 통해서 불화나 차이의 감각에 대해서 더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공유하게 됐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그 시기가 되게 중요한 시점이었다라고 생각이 듭니다.

최희진: 좋은 말씀입니다. 저도 김지혜 선생님 말씀에 공감하는 편이고요. 저도 4번 질문에 있어서 약간 역사의 중요한 사건이라기보다는 그냥 기억에 남는 일을 말하고 싶은데요. 저는 커먼즈 네트워크 활동을 계기로 여러 지역을 다녀봤던 게 재밌었어요.

처음에는 서울혁신파크라는 곳을 간 기억도 재미있었고, 그다음에 인천 배다리 마을이나 경의선 공유지에서의 행사들도 재미있었고. 아까 2022년도에 북한산 밑에 우이동 자락에서 행사했었던 것도 그렇고요. 당시에 그 장소가 동북권역 마을배움터(품청소년문화공동체) 청소년들의 활동 단체가 운영하는 장소였는데 서울시에서 예산이 끊기고 없어지게 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곳이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 이 상황을 지금 당장 우리가 같이 긴급하게 문제 해결을 해주진 못하더라도 연대하는 마음이 생겨났었던 것도 재미있었고.

이번 행사에서도 춘천사회혁신센터라는 곳을 알게 되고,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활동하시는 분들이랑 관계 맺게 된 그런 것들이 저는 제일 기억에 남고 중요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다음 행사는 또 어디서 할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커먼즈네트워크에서 파생된 연구팀, <커먼센스 인 커먼즈>

Q. 저 역시 기대됩니다. 커먼즈네트워크에서 파생된 ‘커먼센스 인 커먼즈’ 팀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고, 실제로 뭔가 그렇게 재구성하게 된 ‘공통의 감각’이라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최희진: 사실은 세대로 봤을 때 밀레니얼 세대일 것 같고, 나이는 사실 80년대 90년대 생들인 것 같아요. 만약에 나이로 본다면 그 세대들이 사실 학생 운동을 직접 겪은 세대는 또 아니잖아요. 민주화 운동을 겪은 그런 세대는 아니고 그러니까. 사회 운동이라는 차원에서 과거의 민주화 운동의 방식, 학생 운동 방식과는 다른 것들을 겪은 세대가 아닐까 싶어요. 그 속에서의 어떤 사회 운동과 정치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는 게 가장 큰 것 같고요.

왜냐하면 ‘전복’, ‘체제 혁명’이라는 걸 얘기했을 때, 저는 어떻게 보면 그거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지, 어떻게 체감해서 확 사회가 바뀐다는 건 사실 잘 모르겠거든요. 거기서는 제가 회의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기에, 그런 감각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지혜: 저는 그 사회 운동의 차원에서라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연결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네트워크가 추구해야 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생각했을 때, 공통의 관심사와 공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진 것을 더 확산하고 그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으로 둘지, 아니면 우리가 지금 다 뜻이 같다고 만났는데 그 뜻이 과연 같은가에 대해서 질문하는 모임인가, 약간 그 지향점이 달랐던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여기에서 우리가 “좋은 게 좋은 거지 비슷한 것이 다 같은 거야” 이렇게 보기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봐보자. 우리가 뭐가 같고 다른지 봐보자”라고 생각했던 게 커먼센스 그룹에서 했던 프로젝트였던 거예요. 그래서 그 ‘커먼센스(공통감각)’라고 하는 것도 되게 역설적인 거죠. 사실 공통감각이라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없는데 만들어 가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계속 뭔가 어긋나는 지점들이 무엇인지 보고 싶었던 거 같아요. 커먼즈네트워크 안에서 하위 그룹이 나온 것 자체가 처음인 것 같은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까 다른 커먼즈네트워크 선생님들께서 많이 배려해 주신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얘네들 뭔가 해보려고 하네. 더 말해봐라”라고 해 주셨던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소유권과 재산권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논할 수 있어야”

Q. 커먼즈에 관해서 연구하는 젊은 학자로서 커먼즈 네트워크에서 지향하는 가치나 그런 활동들이 더 확산이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주변에도 커먼즈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들 말고, 커먼즈를 새로 접하는 사람들은 이미 ‘소유권’, ‘재산권’같은 법과 제도적인 개념들에 익숙해져 있거든요. 그래서 이 개념에 대해 되게 어색하고 불편하고 “왜 그렇게까지 해야 돼?” 혹은 “공유하다가 내 걸 보호받지 못하면 어떡해” 이런 식으로 해석하고서 못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게 학술적인 부분이랑 실제 일상에서 제 친구들이 이해하는 감각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 혹은 이 세계로 초대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들거든요. 이런 지점에 있어서 선생님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으셨고, 그리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려고 시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희진: 이 세계로의 초대라는 말이 너무 흥미로운 말이었어요. 저도 공감이 많이 돼요. 왜냐하면 도시계획이나 어떤 이런 걸 공부했을 때 부동산 문제 등에 직접적으로 묶여 있잖아요. 소유권이나 재산권 문제에 있어서 소유권을 침해하자는 얘기는 아니지만, 뭐랄까 신자유주의 경제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개인들은 공동의 무언가를 들었을 때 자신의 권리나 사유권, 재산권을 침해받는다고 생각하는 게 강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지점에서 그들과 어떻게 부딪히면서 대화하고 설득할 것인가는 사실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한데요. 제가 생각했을 땐 한 번쯤 직접 경험해 보면서 커먼즈에 대한 감각을 늘려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쉽게 실천하기에는 사실 저도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하기도 하고. 제가 많이 바뀌었던 계기는 경의선 공유지 활동을 옆에서 봤을 때라든지, 앞서 언급한 공동체 은행 빈고를 만나면서 많이 변했었던 것 같아요. 빈고에서 말하는 것도 ‘사양의 행위’라든지 이런 것들을 한번 해보면 체감할 수 있는 건데, 그렇지 않고 “나만의 성을 구축하면서 내가 더 잘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면 못 할 것 같아요. 이거 설명하기 어렵네요.

김지혜: 저도 되게 어려운데요. 왜냐하면 정말 이게 세계가 다른 문제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는 진짜로 큰 문제고 제 연구 관심사이기도 하거든요. 어떻게 소통 불가한 사람들이 같이 사는가.

그러니까 커먼즈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혹은 커먼즈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공유하지 않잖아요. 커먼즈가 “우리 집 항상 열어놓고 살아야 돼 이런 얘기가 아니다”라는 게 일단은 필요한 거고. 더 나아가려면 우리가 “이 소유권이라는 게 여러 방식 권리로서 있다. 땅과 물건, 돈 중에서 무엇을 어떻게 소유할지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는 문제다”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현대 사회에서 이를 직접 다루기란 매우 어려운 장이잖아요. 그러니까 어려우면서 복잡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고 힘든 것이 현실적으로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계속 연결하는 작업을 하긴 해야 될 것 같아요. 작년 커먼즈네트워크 포럼 중 ‘커먼즈의 균열점들’ 세션에서 나온 이야기 중에 “이게 누구의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어보게 하는 게 커먼즈의 미덕이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있는데, 되게 중요한 질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도 “이게 꼭 너의 것이어야 될 필요도 없고, 국가의 것이어야 될 필요도 없다. 그렇지 않냐”라고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커먼즈네트워크’ 활동에 푹 빠지게 된 계기는

Q. 두 분께서는 어떤 계기로 커먼즈네트워크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동료로서, 친구로서, 같이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관계인지도 궁금합니다.

최희진: 저하고 지혜쌤하고 같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소속 연구실은 달라서 이전에는 잘 몰랐어요. 그러다가 2017년도에 한국공간환경학회라는 학회에서 제가 편집 간사였고, 김지혜 선생님은 총무 간사를 맡으면서 자주 뵙다 보니 친해졌어요.

김지혜: 덧붙여서, 희진쌤하고 저하고 같이 알고 지내는 겹치는 친구들이 몇몇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매주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더 친해졌고, 앞서 언급했던 ‘솔방울커먼즈’와 관련해서 희진쌤이 과거에 그 동네(000동-확인 필요)에 살아서 그런지 더욱더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면 “여기 000동(혹은 마을)에서 에서 활동을 같이 해보자”라고 해서 같이 활동하기도 했죠. 제가 막연하게 “이런 거 같이 해보자”라고 한 건데, 희진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어해서 너무 좋았습니다. 또, 같이 하다 보니 저희 둘 간에 시너지가 많이 나는 거 같더라고요.

최희진: 방금 지혜 선생님 말씀하신 것 중에 “같이 하면 일의 시너지가 난다”고 했잖아요. 제가 항상 일을 잘 벌려요. 이게 되든 안 되든, 추상적이든 구체적이든 일을 벌리고 그것을 같이 실현해 나갈 동료들을 찾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에 보면 옆에 동료들이 항상 있어요. ‘커먼센스(Commonsense In Commons)’에서 같이 만난 김지혜 선생님과 함께, 이태영/현우식(제주대 사회학과), 홍지은(충북대 사회학과) 친구들이 대표적인데요.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모두의 노력으로 하나가 된 2024년 커먼즈 네트워크 포럼, 좋았던 점과 개선할 점은?

Q. 해마다 열리는 커먼즈네트워크 포럼.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1월에 춘천에서 열렸죠. 3일 동안 참석한 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최희진: 일단 지난해 여름부터 별도의 준비팀을 꾸려서 포럼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세션 제안도 받고, 발표자도 섭외하는 등 전반적인 행사 구성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밑그림을 같이 그려갈 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또한, 행사 전반적인 진행이나 구성에 있어서는 춘천사회혁신센터의 안나리 실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여러 선생님들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성대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고기앤마늘 밴드의 공연도 너무 좋았고, 매끼 식사도 다채롭게 잘 나와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3일차 맨 마지막 시간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서 그룹 회의를 했잖아요. 저는 그렇게 정리 회의를 하면서 각자의 생각을 진솔하게 듣는 시간, 평가 회의를 하는 시간이 꽤 흥미로웠던 거 같아요.

김지혜: 우선, 춘천사회혁신센터에서 단순히 공간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서 밤을 새워서 고생하신 게 느껴져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세션 하나하나가 다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섹션은 아무래도 저희가 조직했던 ‘균열점’들이 저한테는 제일 흥미로웠고 배운 것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커먼센스’ 코너도 저희로서는 기억에 많이 남네요. ‘역시 이렇게 모일 때 서로 힘을 얻는구나’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Q. 커먼즈네트워크 포럼과 관련해서 향후 개선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희진: 우리 커먼즈 네트워크 자체가 매해 공동기금을 모은다고는 하지만, 확보된 예산이 많지 않다 보니 향후 운영에 있어서 예산과 관련된 부분을 같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지혜: 사실 준비 과정에 있어서 누가 의사결정을 주도하느냐는 문제가 조금 아쉬웠긴 합니다. 왜냐하면 뭔가 민주적 의사결정인 듯하면서도, 어떤 의미에서는 계속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일이 몇 차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정된 사람에게 권한과 책임을 더 주는 것이 어떨까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먼즈를 잘 모르는 시민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Q. 춘천에서 진행된 커먼즈네트워크 포럼이다보니 춘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 구성이 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 단계에서 이걸 바라는 것은 욕심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종합하자면, 커먼즈네트워크가 대중친화적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김지혜: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초기부터 논의 대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주 타켓층을 어디로 둘 것인가’에 관해서, 커먼즈네트워크 내부에서는 ‘1년에 한 번 만나는 자리인만큼 우리 구성원끼리 더 많이 알아가고 이전보다 더 발전된 담론을 논하는 시간이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다른 한 축으로는 ‘그래도 이 행사가 춘천에서 하는 것인만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유입할 수 있는 장으로 구성할 필요도 있지 않나’하는 것 또한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어떤 세션은 확실히 더 쉽게 다가오는 세션이 있어서 그러한 세션에서는 커먼즈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런 게 대략적으로 커먼즈인가 보다’하고 느꼈을 테고, 반대로 다른 부분에서는 많이 어렵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 해에는 매 세션 옆에 별 표시를 해서 별이 세 개면 심화된 논의를 하는 장, 한 개라면 가벼운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 등으로 구분하면 좋을 거 같아요.

최희진: 저 역시 수진쌤, 지혜쌤 두분 말씀에 공감이 됩니다. 쉬운 세션도 있고 어려운 세션도 있었을 텐데요, 일단, 지난해 커먼즈네트워크 포럼을 같이 준비하고 참여했던 사람들이 한두 개라도 얻어가고 즐거웠다면 저는 그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학회에 갔을 때에도 내부 소통이 얼마나 잘 됐고 반응이 좋은지는 여러 세션 중에서 ‘토론이 얼마나 잘 됐는지’로 확인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지난해 커먼즈네트워크 포럼에서 그 부분에 있어서는 올해 준비할 때는 보다 더 많은 대상의 참가자들이 모여서 열띤 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확실히 쉬운 작업은 아닌 거 같아요. 커먼즈네트워크에 연구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활동가나 행정당국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분들도 많이 계시기 때문에 향후 여러 집단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지속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커먼즈네트워크가 나아갈 방향과 가치를 고민하다

Q. 두 분께서는 커먼즈네트워크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김지혜: 가늘고 길게 지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열정적으로 하다가 훅 꺼져버리는 것보다는 커먼즈네트워크 구성원들이 얕게라도 만날 수 있으면 그걸로도 좋은 네트워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최희진: 도시재생을 비롯해서 지역의 문제들에 대해 더욱더 커먼즈 관점에서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커먼즈네트워크 포럼에서는 저마다의 관심사를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세션들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Q. 두 선생님께서 앞으로 커먼즈네트워크 활동이나 커먼즈 연구 등을 함에 있어 지향하는 지점이나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지혜: 과거에 잠시 커먼즈라는 것에 애증을 가진 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커먼즈라는 게 하면 할수록 실체가 명확하게 있는 건지, 다소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그렇지만 커먼즈에 관심이 있고 관련한 연구에 뜻이 있는 희진쌤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이 계셔서 지금까지 할 수 있던 거 같아요. 7, 8년 동안 커먼즈 관련 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것은 ‘서로 단절되어 있는 두 집단, 사회, 세계를 서로 이어주는 매개물이 커먼즈이지 않을까’라는 것입니다. 즉, 제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개인 간에도 공통적으로 여기는 가치,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 있을 것이란 말이죠. 이러한 연결의 힘을 동력으로 삼아 연구와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최희진: 저는 지금까지 커먼즈 연구나 활동을 하면서 커먼즈네트워크와 관련된 활동을 했었던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예술 활동 기획자나 작가 동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 친구들의 고민도 사실 커먼즈라는 언어가 가지는 매력을 많이 발견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점점 더 연결되고 확장되었으면 합니다. 누구한테나 쓰일 수 있는 게 커먼즈라면, 동시에 일상에서 커먼즈 담론을 실천할 방법도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혼란의 시대, 커먼즈가 할 수 있는 역할은?

Q. 마무리 질문입니다. 근래의 사회적 혼돈 속에서 커먼즈가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급합니다.

최희진: ‘광장’이라는 도시 공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흐름을 열면서 형성된 곳이잖아요. 그런 것에 있어서 이것도 커먼즈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응원봉 집회나 K-pop 문화가 도시 공간과 어우러지면서 형성된 커먼즈적 요소를 비롯해서 커먼즈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싶습니다. 

김지혜: 요즘 같은 혼돈의 시대에서 사람들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은 생존주의로 가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의 커먼즈가 할 역할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한 가능성의 영역에서 많은 시민들이 안식처이자 피난처로서 커먼즈를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 윤수진, 송민석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송민석, 심여은, 윤수진, 한승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5년 5월 31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