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호] 최고의 연금술사를 찾아라!

2021 보궐선거.

2021년의 서울. 투기적 사유화로 인한 공간적 불평등, 팬데믹으로 생태적·사회경제적 위기가 여실히 드러난 시공간이다. 다가오는 4월 7일 치러질 서울특별시장 보궐선거의 각 후보들은 ‘공유도시’에 대한 문제의식을 얼마나 가지고 있으며, 어떤 구체적 방안들을 내놓았을까. ‘공유 도시’에 대한 후보 15명의 의지와 정책적 입장을 알아보았다. 정책 비교 및 분석은 각 후보의 공약 자료집과 질의서 답변(질의서 원문보기)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후보명1.박영선2.오세훈6.신지혜7.허경영
답변여부XXOO
후보명8.오태양9.이수봉10.배영규11.김진아
답변여부XXXO
후보명12.송명숙13.정동희14.이도엽15.신지예
답변여부XXXX

연금술.

금이 아닌 것에서 금을 만들겠다는 맹랑한 발상이다. 그러나 중세 유럽의 연금술사들의 이 맹랑한 상상, 그리고 끈기 있는 실험은 결국 근대 화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혔다. 2021, 현재 우리에게도 천만 도시 서울의 공유적·포용적 전환을 상상하고, 탐색하고, 실험하는 연금술사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도시문제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공유’를 주목해왔다. 2012년 9월 공유도시 선언을 기점으로 ‘공유도시 1,2기 기본계획’을 추진했고, 공간, 교통, 물건, 정보 등의 공유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리고 최근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시행될 ‘공유도시 3기 계획’을 수립했다.(서울시 공유서울 3기 기본계획.pdf) 그렇다면 ‘공유’란 무엇일까. 이때 공유는 “필요한 자원을 정부와 시민이 함께 협력하여 공동으로 생산하고, 이러한 유무형의 공동 생산물(재화, 지식, 정보, 관계, 가치, 자연의 보존 등)을 모든 사람들이 함께 공정하게 분배하고, 바람직하게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활동(생산, 분배, 활용)을 포함한다.

<월간 공유도시>는 서울시 시장 후보들이 내놓은 재료들을 ‘공유’의 프리즘으로 관찰하고 검토하고자 한다. 정책 분류를 위한 틀로서 Hess(2008)의 도시 공유자원 분류에 약간의 수정을 가해 활용했다. 이에 따르면 공유 정책은 문화, 보건 의료, 지식 정보 등의 분야뿐 아니라 근린, 도시, 글로벌 차원 등 다양한 층위에서 실행될 수 있다. 즉 공유 정책의 핵심은 그 대상이 되는 자원의 종류가 무엇인지 보다도 지속 가능성, 공공성, 협력, 연대, 호혜와 같은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에 있다.

문화적 커먼즈기반 커먼즈
공공미술, 비영리 민간단체, 거버넌스교통, 인터넷 기반,                   무선 통신, 주차
지식 커먼즈보건의료 커먼즈
디지털 격차, 교육, 지적재산권공중보건의료, 병원
주거·도시 커먼즈글로벌·환경 커먼즈
주택, 주거 공동체, 생활환경대기, 탄소 배출, 오염
(*출처: C. Hess, 2008;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2020)에서 재구성

후보별 공약

편집진은 생태·공유적 발전과 사회적 연대의 관점에서 각 서울시장 후보의 공약을 평가하고 정책적 입장을 확인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간 2파전으로 진행 중이지만, ‘공유’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군소 후보들의 공약들이 눈에 띄었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디지털 취약 계층 지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유 정책은 주로 소수정당 후보의 공약집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박영선 “기후·환경 위주의 공유 정책”= 박영선 후보의 세 번째 공약인 ‘기후와 환경, 교통 대전환’ 부분을 보면 △에너지 제로 건물 확대 △학교 절반을 그린 스마트 스쿨로 전환 △녹색길 조성 △수직정원 도시, 미세먼지 차단 숲, 바람길 숲, 한강 숲 조성 확대 등이 명기됐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 탄소중립도시로서의 서울을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작은 도서관 확대’, ‘학교 및 체육시설의 공유’ 등 공유 거점을 확대하겠다는 정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공공 주택 30만 호 공급한다”는 것 외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유 정책은 보이지 않았다.

오세훈 “개발지향 공유 정책”= 오세훈 후보의 선거 공약집을 보면, 공유 관련 정책을 찾기 어렵다. ‘서울 시내에 저이용되고 있는 민간 소유 토지를 임차하여 SH공사 등 공공에서 주택을 건설해 공급하는 민간토지임차형 공공 주택 정책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있다. 다만  “서울시 도시계획 규제 혁파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정상화하겠다”라는 공약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사회적 배제와 불평등 문제를 오히려 심화시키는 정책안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지혜 “주거 공유부터 지식 공유까지”= 기본소득당의 신지혜 후보는 공유 정책에 대한 의지가 단연 돋보였다. 주택 및 주거 공유 정책에 있어서는 △현행 주택에 한정되어 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확장 △토지세와 연계된 기본소득 실시 △공공토지임대제 기반 토지임대부 주택, 상가 건설 △공공임대주택 확대 △최저주거기준 상향 및 순환형 임대주택 공급 등을 내놓았다. 거대 정당 후보들의  개발 중심의 공약에 비해 주거 불안 해소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포용성이 높은 정책들이지만, 한편으로는 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서울시가 매입하기로 한 송현동 부지 48-9 번지 일대(37,141㎡)의 사용계획에 대해서는 “공유 마을의 시범지구로 선정하겠다”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환경 커먼즈를 위한 정책도 눈에 띄었다. 신 후보의 공약과 답변서를 종합해볼 때, △탄소중립을 위해 여의도 국회 부지를 녹색미래 클러스터로 활용 △그린 모빌리티 지원 △태양광 발전 설비 확보 및 태양광 협동조합 모델 육성 △나눔카 전기차 확대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재활용 정거장 설치 △ 재생 용기 보급 및 세척사업 등이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편집진의 질의에 대해 △저상버스 확대 및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를 통한 장애인 이동권 개선 등을 통해 도시의 공유 기반 시설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사회적 경제 기업 활성화와 사회적 금융 활성화 △공유 활동 가치 평가 및 측정 가이드 마련을 통해 사회적 경제와 공유 생태계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외에도 △무상 생리대 △여성전문 공공병원 등의 ‘보건 의료 공유 정책’과 △저소득층 무료 와이파이 이용에 대한 찾아가는 교육 실시와 같은 ‘정보 공유 정책’도 제시했다. 

허경영 “배리어 프리 교통 환경”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는 공유의 방법으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 △이동 구간별 장애물 제거 작업 △서울시 공유 촉진 조례 개정을 제시했다.

오태양 “환경·정보 공유 정책”= 미래당의 오태양 후보의 공약은 ‘청년특별청’, ’여성청’, ’탄소제로청’, ‘행복시민청’ 등, 다양한 의제별로 ‘청’을 설립하겠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오 후보의 의제 중 공유 정책으로 주목해볼 수 있는 것은  △수도권 통합 녹색교통카드제 도입 △탄소제로청 신설 △2030 서울 녹지율 50% 추진 △도시 텃밭 쿼터 의무화 △재생에너지 녹색건축 인센티브제 도입 등의 글로벌·환경 공약이다. 

오 후보는 청년정책의 일환으로 △ 청년 참여 거버넌스를 확대 및 강화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를 본격적인 공유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라도, 민과 관의 협력과 소통이 중요한 공유 활동에 있어 의미 있는 공약이라 할 수 있다. 

△서울 시립대를 무상 서울시민대학으로 전환해 무상 공유 대학으로 운영한다는 지식 정보 공유 정책 역시 눈에 띄는 공약 중 하나이다. 

그밖에 주 4일 제 근무, 기본소득, 공유 공간 확대를 연계해 ‘일-소득-생활공간’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오 후보의 ‘공유 공간’과 노동, 복지 의제를 결합시킨 공약은 독특하지만 구체성이 부족했고, 주거 불안정 해소를 위한 주거·주택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수봉 “데이터 가치 공유”= 이수봉 민생당 후보는 세 번째 공약으로 ‘서울형 기본소득 실현’을 제시했다. △데이터가 만들어내는 가치가 기업으로만 흘러가는 것을 막고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데이터 주권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통한 △데이터 기금을 마련해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혀다.  또한 △생애 기본소득 청구권을 통해 “진정한 기본소득의 취지와 정신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서울의 쓰레기를 50% 감축”해 서울의 활력을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배영규 “문화공원 조성”= 배영규 신자유민주연합 후보자는 △에덴동산 문화예술공원 조성을 공약했다.

김진아 “여성 정책 중심”= 김진아 여성의당 후보자는 △친환경 전기차 택시 보급 △여성 노인 건강 클리닉 조성 △여성 노인대학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송명숙 “집의 개념을 투기에서 주거로”= 송명숙 진보당 후보는 “집을 소유와 투기의 대상이 아닌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양도, 증여, 매매가 불가한 공공임대주택을 무주택자에게 공급 △재개발·재건축 공공임대주택 공급 의무 비율 상향을 제시했다.

송 후보는 “2030년까지 탄소제로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약했다. △탄소 배출 제로 구역 설정 △배출 제로 교 통인프라 확대 등 글로벌·환경 커먼즈의 정책을 제안했다.

그 외 △도시 미관 재구성 위주의 전시행정사업 폐기 △노점 생존권 보장 등의 공약을 내놨다.

정동희 “?”= 정동희 무소속 후보의 5대 공약에서는 공유 관련 정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도엽 “탄소중립 정책 제시” 이도엽 무소속 후보는 △수소차·전기차 보조금 증액 △건물 태양열 발전 설비 설치 등 글로벌 커먼즈 관련 정책을 제시했다.

신지예 “임대주택 비중 확대”= 신지예 무소속 후보는 △상업건물 재생에너지 비율 상향 △기존주택 활용한 임대주택 확보 △재개발·재건축 총량제 실시를 약속했다.

공유도시를 위하여

‘공유도시’가 세계적으로 생태위기, 불평등, 투기적 도시화와 지역 불균등 발전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서울 시민의 삶이 공유에 익숙해 가는 것에 비해, 서울시장 후보들의 이에 대한 인식은 편차가 심해
아쉬움이 컸다.

‘공유도시’ 운동이 공공재의 회복과 민주적 공동관리로 사회적 약자 보호, 젠더평등, 환경 및 건강권을 위한 종합적 도시전환 실천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향후 어느 후보가 시장이 되든, 서울시 모든 정책을 공유의 가치로 연결해야 할 것이다.


*전체 후보별 공유·커먼즈 공약에 대한 비교 정리공유/커먼즈 공약 비교 스프레드를 클릭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7 재보선 후보자들의 5대 공약과 선거공약서 전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 알리미 사이트(policy.nec.g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5월호] 경의선 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

우리는 쫓겨났다.
그들은 우리의 오랜 가게가, 집이, 거리가, 세상이
자신들의 것이라 말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쫓겨난 가게에서는 새로운 간판이 오르고
망가진 집 위엔 낯선 아파트가 세워지고
파괴된 포장마차 위에는 화분이 들어섰다.
그렇게 흔적을 지워버리면 우리의 아픈 삶도
지워질 것이라 믿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은 착각했다.우리는 우리를 지우려 하는
이 도시에 지워지지 않는 화인을 남길 것이다.
우리는 모이고 살아가고, 투쟁하며 웃을 것이다.
이 곳에 더 많은 시민들을 초대한다.
도처에 뿌리 뽑힌 이들은 이 곳으로 오라
우리는 웃으면서 분노할 것이고
우리의 삶을 걸고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26번째 자치구는 그들이 포기한 자치와 연대,
그리고 희망을 말하는 진짜 자치구가 될 것이다.
오늘부터 명령하고 빼앗던 어제의 서울과 작별한다.
26번째 자치구 만세!

2016. 11. 27 경의선 공유지 26번째 자치구 선언


[6월호] 터무늬 없는 집값! 그래서, 우린 ‘터무늬 있는 집’에 산다

성북구 정릉동. 뽀송뽀송한 섬유유연제 향기가 나는 빨래방을 지나, 아기와 할머니가 눈 맞추며 ‘곤지곤지’ 하고 있는 대문을 거쳐 오래된 계량기와 녹슨 자전거가 세워진 골목길을 굽이굽이 지나오면 ‘성북청년시민회’라고 적혀있는 큰 문패가 보인다. 

이 집은 성북청년시민회가 운영하고 있는 ‘터무늬 있는 집’이다. 

터무니없는 집세! 열악한 주거 현실! 

터무늬 있는 집은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은, 색다른 시도로 만들어진 청년 주택이다. ‘보증금 없음, 월세 10만원(+@)’이라는 조건만 들어도 ‘헉’소리가 난다. 어떻게 이런 파격적인 시도가 가능한 것일까. 나는 성북청년시민회 사무국장이자 내게 터무늬 5호집 거주 ‘바톤’을  넘겨줬던 이혜민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터무늬 있는 집’ 사업은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했던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시작된 사업이에요. 이후 SH공사와 북서울신협이 가담한 거고요. SH에서도 ‘빈집활용도시재생프로젝트’라는 걸 하고 있었어요. 그 사업의 일환으로 터무늬 있는 희망아지트에 빈집활용 주택을 제공하고 리모델링을 지원하게 됐어요. 북서울신협에서는 ‘터무늬있는소셜예금’ 상품을 운영해요. 시민출자자들이 북서울신협을 통해 출자를 하는 거죠. 3년 동안 8억에 가까운 금액이 출자됐어요. 이 출자금은 모두 터무늬 있는 집 보증금으로 사용돼요. 현재 서울, 경기에 걸쳐 열 한 채가 운영되고 있고 제각각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달라요.” 

사회적으로 이바지 하는 청년. 미래의 출자자

“사실상 청년들은 시민출자자들의 도움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거주할 수 있다는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죠. 터무늬 있는 집에는 청년 단체로만 입주가 가능한데, 청년들이 이곳에 살면서 청년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역 사회와 교류하고 환원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보면 이 청년들이 나중에 또 다른 청년들을 위해 출자를 하게 될 수도 있고요.”

나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줄 수 있는 든든한 시니어그룹이 있다는 것

“이 집의 가치 중에 가장 공감을 했던 건 청년의 문제를 진심으로 고민해주는 시니어그룹 이라고 생각했어요. 성과 공유회에 가면 다양한 시니어그룹을 만날 수 있거든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소통하려고 해요. 덕분에 외롭지 않다, 고립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도 말해요. 아직 이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금 서울 청년이 300만명이잖아요. 앞으로 터무니 있는 집을 비롯해서 다양한 모델의 청년 주택이 더 많이 생겨야 겠죠.” 

터무늬 있는 집 5호집에는 현재 세 명의 청년(모경, 주니, 콩)들이 거주 하고 있다. 각자 방을 하나씩 사용하고 거실과 부엌을 공유한다. 나는 ‘혜민’의 뒤를 이어 이 집에 들어온 지 6개월, 두 명의 하우스메이트는 1년이 됐다. 바빴던 하루를 정리하며 부엌에 앉아 ‘터무늬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갑작스러운 ‘인터뷰 톤’에 쑥쓰러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함께 나눈 대화를 재구성했다. 

CHAPTER1. 첫인상 

#성북구 정릉동

모경 저는 어렸을 때 정릉이랑 되게 비슷한 동네에서 자랐어요. 정릉은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네예요. 골목길이 많으니까 차가 안 들어와서 좋더라고요. 이런 보행자 친화 도시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주니 : 여기 골목 구조가 좀 특이한 것 같아요. 신도시는 좌회전, 우회전, 직진, 차가 들어가기 편리한 길로 되어 있잖아요. 이곳은 골목골목에서 현관에 방충망 내려놓고 혹은 집 앞 의자에 앉아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야기하며 계시는 모습을 봤어요. 신도시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되게 새롭게 느껴지는 경험이었어요.

모경 : 초등학교가 되게 많은 것도 특이한 지점이었어요. 그만큼 ‘정상가족’이 많이 살고 있다는 뜻이겠죠. 

주니 : 아이들이 있으면 좀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바로 앞이고 어린이 공원도 뒤에 있고. 원래 여기 초등학교가 있다는 거 알고 아이들 웃음소리 들을 생각에 좀 설렜는데 등교를 안 할 때가 더 많았으니.. 아쉬웠어요. 

#골목길 끝, 청년 주택

: 이 집이 골목길 끝에 있어서 처음엔 되게 무서웠어요. 올라올 때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요즘 골목길 범죄도 많이 일어나잖아요. 사실 빈집을 재생했다는 말 그 자체는 너무 아름다운데 한 편으로는 얼마나 외졌으면 빈집이 되었을까? 그런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니 : 고양시에도 사회적 주택이 생겼는데 되게 열 받았던 게..(웃음) 그 집 옆에 쓰레기장이 있더라고요. 외지고 확실히 안 쓰고,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그런 곳에 주택을 지은 거예요. 물론 대안으로 역세권 청년 주택이 있긴 하지만 너무 비싸고 ‘원룸 쪼개기’ 잖아요. 그러면서 ‘공동체 성’까지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 집은 정말 살 만 하다. 이런 생각이. (웃음) 어쨌든 성북이라는 지역은 청년에게 열려 있잖아요. 청년 관련 정책을 만들려고 하는 단체가 있고. 그런 게 이 집에 사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 ‘사업’으로 청년 주택을 만드니까. 중심이 청년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CHAPTER2. 느슨한 연대 새로운 가족

모경 : 이런 집에 살지 않았다가 이 집에 오니까 이것도 해보고 싶다 저것도 해보고 싶다 생각해요. 주니에게 듣는 정보도 많고 콩이 얘기해주는 것도 그렇고 서로가 서로한테 얻는 시너지가 되게 많거든요. 그게 제 일에도 도움이 돼요. 쉐어하우스의 진짜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걸 해 보고 싶어요. 계속 재밌는 상상을 해 보게 돼요. 

주니 : 작년에는 플리마켓을 계획했잖아요. 결국 코로나 때문에 못했지만. 

: 사실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는 게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져요.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이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 땐 서로의 사생활이 전혀 없었거든요. 작은 방에 다섯 명이서 자고. 지금은 서로 더 많이 존중하고, 캘린더에 일정을 공유하는 규칙도 있고요. 사실 우리끼리도 같이 사는 건 처음이다 보니까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게 단숨에 되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 이 첫 독립의 시간이 나 스스로에 대한 실험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모경 : 우리는 같이 사니 언제든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고 또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할 수 있잖아요. 거실이든 부엌이든 자유롭게 회의 하고 소통하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자유로워서 그동안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 싶은 것도 이야기 하고요. (웃음) 

CHAPTER3. 아쉬움 

#쓰레기 에너지 문제

: 나는 자취를 하면 요리를 엄청 잘 해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처참히 안 해 먹더라고요. 내가 해먹으면 생각보다 맛이 너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고요. 한달에 한번이라도 같이 밥 해먹는 문화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주니 : 맞아요. 차라리 돈을 더 주고 맛있고 제대로 된 음식을 사 먹자. 들이는 에너지는 큰데 맛은 별로니까 잘 안 해먹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플라스틱 용기가 되게 많아지고. 우리가 그래도 다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니까(웃음) 이 부분에 대해서 같이 조율을 해봐요. 

모경 : 지난겨울에 난방비도 꽤 많이 나왔는데 처음이라서 우리가 좀 실수를 했던 것 같아요. 중앙난방 체제다 보니까. 이번 겨울은 줄일 수 있는 건 줄이면서 집 관리를 해보고 싶어요. 

#주거랑 일터랑 한 공간? 

주니 : 원래 SH에서 이 사업을 하면서 내건 조건이 이 집을 ‘주거+사무실’ 두 가지 기능으로 사용하자는 건데 그게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저는 주거와 일터를 분리 하고 싶거든요. 층간 분리가 된다거나 공간 분리가 되면 괜찮은데 우리 집은 단층이고. 청년단체라도 사실 싸울 수 있잖아. (웃음) “왜 청년들을 지원해줘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청년 문제, 주거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죠. 

모경 : 청년 주택에 예산을 많이 들이고 있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자기 집’ 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관에서 실사를 자주 나오고 민관 단체와 협의를 해서 문제를 좁혀 나가야 하는 거죠. 이 집에 살아야 하는 청년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점들이 좀 안타까운 것 같아요. 

CHAPTER4. 터무니있는 내일을 위하여

: 사실 신문이나 언론에서 보는 ‘주거 난민’ 수준으로 주거 난을 겪고 있진 않았거든요. 계속 부모님 집에서 학교에 다녔고. 물론 4시간이나 통학했지만. 그런 기사들을 보면 무서워서 독립을 못하겠더라고요. 여기 들어오니까 오히려 우리나라 청년의 주거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고 공감했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아닌 그들이 여기서 살아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했어요. 내가 ‘당사자성’을 느껴도 되나? 하는 거죠. 주거 난을 겪는 청년임에도 불구하고요.

주니 : 공감하지만 조금 의견이 달라요. 그러니까 부모님의 소득, 내 소득이라는 표면적인 수치 안에 다양한 맥락들이 있다는 거죠. 모든 사람들의 가정사가 다 다르잖아요. 당장 먹고 산다고 해서 주거 빈곤에서 벗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거 빈곤 청년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함부로 재단할 순 없는 것 같아요.  

모경 : 저도 비슷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혜택을 받는 이상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에 대해 질문하고 계속 답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thanks to… 

주니 : 공동체 생활이나 단독주택 사는 것, 터무늬 라는 특이한 케이스, 성북 이런 것들 사이에서 되게 많은 걸 발견하게 돼요. 이 기회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증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서울에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값진 경험이죠.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지만! 그건 작은 부분이고요. (웃음) 사회 지향적인 것들, 공동체 지향적인 것들을 받았을 때 내가 당장 베풀 순 없더라도 어떻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 같아요. 모경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우리가 지역에서의 소비를 하려고 한다거나. 

모경 : 기회가 된다면 직접 시니어 그룹을 만나보고도 싶어요. 저는 마을에 좋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세대 차이를 무시할 순 없지만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인사이트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청년 상황에 공감을 하고 자기 재산을 출자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터무늬가 시니어 세대와 많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장이 되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반대할 수도 있지만. (웃음) 그리고 집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청년들이 이렇게 서로 교류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하재영 작가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라는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 삶의 배경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살 곳, 새로운 고향을 결정하고, 집의 크기와 모양을 고르고, 자기의 편리에 맞는 가구를 선택하는 과정은 유튜브와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꿈의 한 장면일 뿐이다. 대신, 청년을 기다리는 건 ‘닭장’ 같은 방이다. 보통의 ‘살궁리’ ‘먹을궁리’ ‘놀궁리’ 들이 가능한 세상을 꿈꿔본다. 언젠가 청년들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살 곳을 고를 수 있는 그 날까지. 터무니있는 집값과 터무니있는 일상을 만나게 될 때 까지. 

터무늬있는집 팔로우하기


[7·8월호] COVID-19 시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도시 워크숍

지난 8월 19-20일, 제10회 동아시아포용도시네트워크 워크숍이 ‘COVID-19 시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도시’를 주제로 온라인에서 열렸습니다. 8월 Site & Sight은 워크숍의 현장과 함께  동아시아포용도시네트워크가 제안하는 포스트 COVID-19 시대의 포용도시를 위한 시각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동아시아포용도시네트워크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국가의 연구자와 활동가, 공무원과 결성한 글로벌 협력 플랫폼입니다. 이들 도시는 포용도시의 실현을 위해 오랜 기간 실천을 이어왔으며, 각 도시들을 상호 간 끝없는 경쟁에 밀어 넣었던 기존의 관습을 지양하고 도시 간 협력을 바탕으로 포용도시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연대합니다. 그리고 동아시아포용도시네트워크는 삶의 기회와 인권을 보장하고,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규명하는 연구를 지향합니다.

동아시아포용도시네트워크는 2011년 3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회 국제 워크숍을 시작으로 매해 국제 워크숍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 포용도시네트워크의 주관으로 제10회 워크숍이 온라인에서 열렸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COVID-19 시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도시”로, COVID-19 위기가 드러낸 도시의 문제들을 되짚어보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포용도시를 확장할 수 있는 실천적 수단들을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 홍콩의 연구자, 활동가, 공무원 등이 모여 총 4개의 세션에 걸쳐 COVID-19시대 동아시아 도시와 사회적 약자들의 현황, 공공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논의하였습니다. 그리고 10주년 기념 특별 세션에서는 COVID-19시대 동아시아 도시와 홈리스의 현실, 과제, 그리고 이에 대항한 다양한 도시들의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양한 동아시아 도시들의 사례는 사회 경제적 조건에 따라 COVID-19 위기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들은 바로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COVID-19은 도시에 배태된 불평등의 논리와 문제점들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전면에 드러냈습니다. 수많은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투기적 도시화와 공간 상품화의 문제입니다. 이윤 추구에 따른 투기적 도시화는 주거비 상승,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문제를 초래해왔으며, 이와 같은 문제들은 COVID-19 이후 더욱 악화되어 사회적 약자들을 도시 공간에서 내몰고 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COVID-19 이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시공간의 차별과 배제가 더욱 가혹해지는 현실을 조명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포용도시를 더욱 확장하는 방안을 다루었습니다.


사진설명제10회 동아시아포용도시네트워크 워크숍 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