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청년 도시커먼즈 공모전] 마을이 키운 아이들 : 도시커먼즈와 돌봄공동체 | 글 부문 최우수상 이유정

1월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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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에서 동네 꼬마로

5살 무렵, 처음 ‘이사’라는 것을 해 본 나는 새로운 동네가 낯설어 한동안 적응하지 못했다. 친한 친구 한 명 없고, 어디 가서 무얼 할지 몰라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중 장난감을 빌리러 가자는 엄마의 말에 신이 나 따라나섰다.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한 ‘웃는 책 작은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도서관이라 하기에는 조금 규모가 작은, 놀이방에 가까운 공간이 있었다. 한 달에 만 원을 지불하면 자유롭게 책과 장난감 대여가 가능한 것은 물론 또래 아이들과 함께 놀이 수업, 그림 수업, 외국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날부터 갈 곳 없던 7살 꼬마는 거의 매일 도서관 출석 도장을 찍는 단골 회원이 되었다. 맞벌이 부모님께서 집을 비우는 날에는 도서관 선생님과 아주머니들이 나의 엄마가 되어 주셨고, 새롭게 사귄 친구들과 놀이터를 뛰놀며 동네에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저녁 즈음 집에 돌아갈 때 품에 가득 안은 책가지와 장난감은 창의력의 자양분이 되었다. 작은 도서관은 회비 보다는 이용자들이 기부한 책과 장난감으로 운영되고 점점 풍요로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기부’라는 이름 아랫집에 있던 각자의 놀이감을 꺼내 왔고, 이웃과 공유할수록 그 쓰임과 재미는 배가 되었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은 비단 책을 빌리는 공간을 넘어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부모들에게는 돌봄 품앗이의 역할을 해낸 것이다.

도시는 사회적 커먼즈가 필요하다

아프리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한 명의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오직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라,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뜻일 테다. 과거의 농경사회에서는 두레나 품앗이처럼 이웃이 서로의 아이를 함께 돌보는 문화가 존재했으나 현대 도시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육아기의 아이들과 노인은 지역사회와 교류할 길을 잃었다.

현재의 도시 커먼즈는 이러한 지역공동체의 와해를 다시 결합하는 접착제가 되어야 한다.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오늘의 공유가 아닌 내일의 공유 –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공유의 시대> 공유 정책포럼에서 사회적-생태적 이행에서 도시커먼즈가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지 설명한다. 시장에 기초한 자본주의가 지배적 위치를 점하게 되면서 생계수단으로부터 분리된 사회 구성원들의 삶은 취약해졌다. 이에 따라 자연 자원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형태의 커먼즈, 즉 취약계층의 리스크를 상호화하고 집단의 힘을 강화시키는 사회적 차원의 커먼즈가 더욱 중요해진다. 이러한 사회적 차원의 커먼즈는 경제적 자립 능력이 부족하고, 이웃과 사회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아동을 공동체 안으로 들여오는 데 필수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아이들의 돌봄을 지원하고 지역 사회의 결집을 촉구하는 돌봄공동체 관련 사업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 동네 돌봄공동체’ 사업

이러한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는 ‘우리동네 돌봄공동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틈새 돌봄을 책임짐으로써 지역사회의 공동체 돌봄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우리동네 돌봄공동체’는 육아기 부모와 주민자치회, 노인회 등 마을의 지역주민으로 구성되어 지역 아동에게 맞춤형 돌봄을 실시한다. 

돌봄 공동체 유형은 총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품앗이형>에는 지역의 공동육아나눔터 등을 기반으로 조성되어 돌봄 활동을 하는 부모 자조 모임 및 품앗이 그룹이 해당된다. 둘째 <마을 공동체형>은 부모 및 지역주민이 북 카페, 마을 카페, 마을농장, 쉼터 등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을 기반으로 돌봄 활동과 돌봄을 매개로 한 지역 사회 활동을 하는 공동체 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주민 경제 조직형>에는 돌봄 활동을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협동조합, 마을 기업, 자활기업, (예비) 사회적 기업 등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 등이 해당된다. 

‘우리동네 돌봄공동체’에서는 만 0세에서 만 12세 이하의 돌봄이 필요한 모든 아동을 지원 대상으로, 지역별 · 구성원별 틈새 돌봄 시간에 따라 주중과 주말에 자유롭게 운영된다. 돌봄 장소에도 엄격한 제한이 없다. 공동육아 나눔터부터 마을 카페, 경로당, 마을 회관, 아파트 유휴공간은 물론이고 마을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까지 지역 주민이 함께 육아에 참여할 수 있다면 그 공간은 어디든 돌봄 장소가 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학습·놀이·체험과 등하교 지원, 급식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우리동네 돌봄공동체’ 온라인 사이트는 간편하게 거주지역 근처의 돌봄 공동체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국의 돌봄공동체 총 211곳 중, 원하는 지역을 검색하면 해당 도시의 돌봄 공동체를 한눈에 정렬해 주고, 상세 보기 탭을 클릭하면 각 공동체의 돌봄대 상 연령대와 현대 돌봄 아동 및 주최자의 인원 등 더욱 자세한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공동체 측에서 작성한 소개 문구와 현재 운영방식 및 앞으로의 계획을 상세히 안내해 주기에 근방의 돌봄 공동체를 객관적으로 비교하여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공동체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출처: 우리동네 돌봄공동체 홈페이지

경기도형 아동돌봄공동체 공모

경기도는 오는 20일까지 돌봄 공동체를 공모하여,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틈새 돌봄을 책임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 사업비를 지원하는 ‘경기도형 아동돌봄공동체 조성사업’을 실시한다. 한 곳에 최대 1억 1천만 원을 지원하며, 올해부터 돌봄 강사비의 한도를 상향하고 안전보험료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마을 주민이 돌봄 공동체를 ‘자발적으로’ 구성하고, 돌봄 활동을 ‘직접’ 계획 및 실행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해당 사업을 통해 부모의 육아부담 감소와 함께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문화를 조성하고자 하며, 주민 주도 프로그램을 강화해 기존의 관 주도의 공적 돌봄 한계를 보완한다는 목적성을 띤다. 

경기도는 2021년 공동체 51곳을 지원했고, 추진성과를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전체 공동체 구성원 중 아빠들의 돌봄 참여가 전년대비 20%가량 증가해 관심을 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비대면 활동 전개와 아동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돌봄 운영과 같은 노력이 눈에 띄는 성과이다.  

경기도 뉴스 포털에 따르면 도 관계자는 “돌봄 공동체 네트워크 구축 및 정보제공, 교육 및 컨설팅 지원을 위해 내년부터 신규 사업으로 ‘경기도형 아동돌봄공동체 역량 강화 지원 사업’ 전문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경기도는 마을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돌봄 공동체의 안정적 운영 및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출처: 경기도 뉴스포털

마을이 키운 아이들

 안전과 돌봄, 적절한 교육과 동네 친구는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이다. 2022년의 도시는 이웃과 사회가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더 나아가 ‘공유’의 가치를 실천하는 이상적인 공간이 될 수 있을까. 돌봄 공동체가 활성화될수록, 각자의 수고로움을 나눠 가질수록 마을이 키운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커질 것이다.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홍지수, 홍다솜, 송지우, 심여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2년 01월 30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