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호] 빈 공간의 모험

Commons & Comment | 발행인의 한마디

공유 & Who | 흥미로운 빈 공간, DRP

공유 & How | 빈집과 빈땅 이야기

Site & Sight | 우린 터무늬 있는 집에 산다

Hot & New | <커먼즈의 도전> 북토크


COMMONS & COMMENT

발행인의 한마디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이나 맨해튼의 공원은 순수하게 구체적인 물리성 때문에 도시적 공공 공간인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주침을 가능하게 해 주는 장소이기 때문에 공적인 장소인 것이다… 우리는 그런 곳을 마주침의 공간이라 … 부를 수 있다.

앤리 메리필드 지음, 김병화 옮김. 2015. 마주침의 정치. 이후. 174쪽

공유 & WHO

흥미로운 빈 공간, 동대문 DRP를 가다

비가 올 것만 같은 어스름한 평일 오후 5시의 동대문. 동대문에는 여러 표준시가 있다. 도매시장인 신발 상가의 영업시간은 새벽부터 다음날 낮까지다.  그래서인지 아직 상가에는 인기척조차 없다. 복도와 계단에는 잠시 후 분주하게 돌아갈 거대한 랠리를 기다리는 선수들 같은, 짐이 한가득 쌓여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몇 층을 더 올라가면, 마침내 ‘낙원’에 도착한다.

동대문옥상낙원(Dongdaemoon Rooftop Paradise, DRP)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지상과는 또 다른 시간대가 존재하는 듯하다. 동대문 도심과 창신동 일대의 풍경을 배경으로 옥상 곳곳에는 화초와 채소, 그리고 양봉장까지 있다. 빽빽한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여백’을 자처하는 듯했다. 어떻게 동대문이라는 치열한 공간 사이를 비집고 이런 곳이 생겼을까?

그곳에서 만난 박찬국 작가는 말한다. “동대문은 정말 가게 앞의 자기 땅이라는 것을 구획하고 지키는 게 치열한 곳이다. 월세가 워낙 비싸긴 하지만, 가게 앞에서 얼쩡거리거나 애매한 장소에서 왔다 갔다 하거나, 의자만 놓고 앉아도 앉지 말라고 하고. 굉장히 상인들이 예민하다. 경쟁 속에서 자신의 상업 공간을 최적화, 효율화하려고 한다. 반면에 이곳 옥상 같은 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곳도 아니고, 상인들은 놀 시간도 없고 하니까 그저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으로 방치되고 있었다. 마침 쓸만한 옥상을 찾던 우리는 이곳이 흥미로웠고, 한동안 20여 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치우고 들어오게 됐다.”

호기심이 삶을 구한다는 것

그는 호기심이 삶을 구한다고 말한다. “인간 자체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니니, 아트는 무목적이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문명을 발생시킨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인간이 그렇게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자체가 삶의 목표가 맞나. 오히려 뭔가에 대해서 알려고 하고 관심을 가지는 게 삶에서 필수적인 조건이 아닐까. 물리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욕구야 우리에게 당연히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유형의 상업적인 활동에 집중하는데, 그것은 흥미롭거나 세계의 인식에 유리하거나 다른 가능성들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지 않나. 아트는 호기심을 통해 삶 자체의 다양한 관점의 변화, 관계의 변화로 흥미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DRP에서 이뤄진 다양한 실천들은 ‘노는’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아티스트들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말리는 애가 없다. 벌 키워서 양봉을 할까? 그러면 그거에 대해서 누가 말리는 사람이 없다. 진짜 하자, 이렇게 되니까 거기서 사건이 새끼를 친다.”

예컨대 ‘홀리데이 팩토리’ 프로젝트는 옥상에서 층간 소음 없이 노는 법을 고민하던 중, 춤을 개발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새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의 춤을 구현하기 위해 커다란 모자를 만들려고 했고, 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하다 보니 봉제하는 분들과 친분이 생겼다고. 일종의 소사장제처럼 운영되는 생산과정의 특성상 봉제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협력사와 관계를 맺기 위해 마감기한에 매인 일상을 보낸다. ‘홀리데이 팩토리’는 오더메이드에 익숙해져 있는 그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자신의 ‘작업’을 하도록 한 프로젝트였다. “봉제사들은 놀랍게도 이 작은 사건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이게 뭘까?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이런 것을 왜 만들까?” 봉제사와 옷감의 관계가 아주 사소한 계기로 변화한 것이다. 그에게 호기심과 재미에의 열망은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세계, ‘잠겨있는 어마어마한 세계’를 인식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탐구와 공유의 궤적 자체가 그에게는 ‘아트’다.


흥미로운 빈 공간

여러 지방 도시들에 빈집이나 버려진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쇠퇴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지자체에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부담과 흥미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그는 말한다. 늘어가는 ‘빈 공간’은 부담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때 이러한 빈 공간에 개입하는 물질은 “부를 이루는 물질이 아니라 삶의 흥미로운 작동을 하는 물질”이다. 한 예로, 2011년  ‘nonartbutart(논아트밭아트)’ 프로젝트 는 시유지이지만 토호가 몇 대째 점유하고 있는 남양주의 한 논에서 오리 농법을 활용해 벼농사를 지으며 벌인 놀이였다. 그는 ‘진지한’ 노동의 장소인 논을 일명 ‘꼬르뷔제 오붕지’로 탈바꿈시켰다. 르꼬르뷔제의 사보아 주택을 모방한 오리집을 지은 것이다. 오리들은 이 구조물에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본의 아닌 퍼포먼스를 수행했고, 이 흥미로운 광경에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은 하루 종일 논에서 오리만 보고 있었다고. 오리가 생산성 향상의 도구에서, 함께 노는 친구의 관계로 변화한 것이다.

사진설명동대문 옥상낙원(DRP) 전경, 직접 촬영

“문제는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 공간들을 “움켜쥐고” 산다. 그는 이러한 소유를 ‘헛소유’라고 부른다. 얼마든지 재밌게 쓸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사유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헛소유가 아닌 빈소유를 제안한다.

그것은 공간을 소유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쓰면서 흥미를 공유하고, 관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발전하지 말자’가 아니라, 발전한다는 게 뭘까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유하자는 것”이 그의 자세다. “DRP 역시도 뭔가 대단한 게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빈 공간’에 가까운데, 왜 여기 오면 흥미로울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라고 그는 말한다.

DRP는 현재 DRP+로 활동을 준비 중이다. 그들의 새로운 놀이가 기대된다.


공유 & HOW

유·자치·환대의 공간, 빈집과 빈땅 이야기

2008년 해방촌에서는 공유에 기초한 새로운 주거 공동체가 등장하였다. 손님들이 주인이 된다는 의미의 ‘게스츠하우스(guests’ house)’를 표방하는 빈집 공동체가 시작된 것이다. 기존의 ‘게스트하우스(guesthouse)’가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는 상업적 공간이었다면, 빈집은 누구나 손님이자 주인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주인/손님들은 주거비를 함께 부담할 뿐만 아니라, 살림 살이도 함께 공유하였다. 주거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주거와는 달리, 빈집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극단적 개방성과 환대의 윤리를 특징으로 한다. 처음 온 사람도 빈집의 공간과 자본을 공유하며, 빈집에 머무는 사람은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

이처럼 공유, 자치, 환대의 가치에 기초한 빈집은 방 세 개 짜리의 가정집에서 출발하여, 곧 여러 개의 빈집으로 이루어진 빈 마을로 확장되었다. 2009년 빈 마을 회의를 시작하였으며, 2010년에는 빈 가게가 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확장의 과정에서 재정, 마을 운영 등에 있어서의 복잡한 이슈들이 제기되었다. 특히 집의 보증금과 소유권은 주요한 논의 주제로 부상하였고, 빈집 공동체 구성원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 6월 ‘빈마을 금고’인 ‘우주(宇宙)살림협동조합 빈고’를 설립한다. 빈고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출자금을 모아 각 집의 보증금을 대출해 주었으며, 이로써 구성원의 변동과 집들의 계약 및 해지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빈고의 출자자들은 출자금액과 상관없이 모두 주인으로서 같은 권리를 갖는다. 이처럼 자발적인 출자를 통해 형성된 공동의 자본은 공동의 공간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며,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이 공간은 더욱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빈고는 한 발 더 나아가 빈집과 공동체에 돌아오는 수익을 만인과 전면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공동체 은행’으로 발전하였다. 2014년 빈고는 우주살림협동조합에서 공동체은행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출자와 출자금을 이용하는 활동을 통해 형성된 수입을 다른 공동체와의 연대와 공유지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공유지를 확장하기 위해 빈고는 2015년 빈땅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2017년 빈땅 사회적 협동조합을 창립하였다. 빈땅 협동조합은 출자금을 이용해 공유지를 조성 및 확장하며, 출자자들은 해당 공유지를 자유롭게 활용한다. 2017년 홍성에 첫 빈땅이 조성되었으며,  2018년 홍성 빈땅에는 홍성 빈집 키키가 들어섰다. 2021년 현재 빈땅 협동조합은 빈집, 빈 마을과 마찬가지로 공유, 자치, 환대의 가치를 바탕으로 빈땅의 확장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SITE & SIGHT

터무늬 없는 집값! 그래서, 우린 ‘터무늬 있는 집’에 산다

성북구 정릉동. 뽀송뽀송한 섬유 유연제 향기가 나는 빨래방을 지나, 아기와 할머니가 눈 맞추며 ‘곤지곤지’ 하고 있는 대문을 거쳐 오래된 계량기와 녹슨 자전거가 세워진 골목길을 굽이굽이 지나오면 ‘성북청년시민회’라고 적혀있는 큰 문패가 보인다. 이 집은 성북청년시민회가 운영하고 있는 ‘터무늬 있는 집’이다.

사진설명성북청년시민회, 직접 촬영

터무니없는 집세! 열악한 주거 현실!

터무늬 있는 집은 여러 사람의 손때가 묻은, 색다른 시도로 만들어진 청년 주택이다. ‘보증금 없음, 월세 10만 원(+@)’이라는 조건만 들어도 ‘헉’소리가 난다. 어떻게 이런 파격적인 시도가 가능한 것일까. 나는 성북청년시민회 사무국장이자 내게 터무늬 5호 집 거주 ‘바통’을  넘겨줬던 이혜민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터무늬 있는 집’ 사업은 청년 주거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시작된 사업이에요. 이후 SH공사와 북서울 신협이 가담한 거고요. SH에서도 ‘빈집 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라는 걸 하고 있었어요. 그 사업의 일환으로 터무늬 있는 희망 아지트에 빈집 활용 주택을 제공하고 리모델링을 지원하게 됐어요. 북서울신협에서는 ‘터무늬있는소셜예금’ 상품을 운영해요. 시민출자자들이 북서울 신협을 통해 출자를 하는 거죠. 3년 동안 8억에 가까운 금액이 출자됐어요. 이 출자금은 모두 터무늬 있는 집 보증금으로 사용돼요. 현재 서울, 경기에 걸쳐 열한 채가 운영되고 있고 제각각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달라요.”

  • 사회적으로 이바지 하는 청년. 미래의 출자자

“사실상 청년들은 시민출자자들의 도움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고 거주할 수 있다는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죠. 터무늬 있는 집에는 청년 단체로만 입주가 가능한데, 청년들이 이곳에 살면서 청년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역 사회와 교류하고 환원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보면 이 청년들이 나중에 또 다른 청년들을 위해 출자를 하게 될 수도 있고요.”

  • 나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줄 수 있는 든든한 시니어 그룹이 있다는 것

“이 집의 가치 중에 가장 공감을 했던 건 청년의 문제를 진심으로 고민해 주는 시니어 그룹 이라고 생각했어요. 성과 공유회에 가면 다양한 시니어 그룹을 만날 수 있거든요. 끊임없이 질문하고 소통하려고 해요. 덕분에 외롭지 않다, 고립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투자 지원재단에서도 말해요. 아직 이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금 서울 청년이 300만 명이잖아요. 앞으로 터무니 있는 집을 비롯해서 다양한 모델의 청년 주택이 더 많이 생겨야겠죠.”


터무늬 있는 집 5호 집에는 현재 세 명의 청년(모경, 주니, 콩)들이 거주하고 있다. 각자 방을 하나씩 사용하고 거실과 부엌을 공유한다. 나는 ‘혜민’의 뒤를 이어 이 집에 들어온 지 6개월, 두 명의 하우스메이트는 1년이 됐다. 바빴던 하루를 정리하며 부엌에 앉아 ‘터무늬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갑작스러운 ‘인터뷰 톤’에 쑥스러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함께 나눈 대화를 재구성했다.

CHAPTER1. 첫인상

  • #성북구 정릉동

모경 : 저는 어렸을 때 정릉이랑 되게 비슷한 동네에서 자랐어요. 정릉은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네예요. 골목길이 많으니까 차가 안 들어와서 좋더라고요. 이런 보행자 친화 도시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주니 : 여기 골목 구조가 좀 특이한 것 같아요. 신도시는 좌회전, 우회전, 직진, 차가 들어가기 편리한 길로 되어 있잖아요. 이곳은 골목골목에서 현관에 방충망 내려놓고 혹은 집 앞 의자에 앉아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이야기하며 계시는 모습을 봤어요. 신도시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되게 새롭게 느껴지는 경험이었어요.

모경 : 초등학교가 되게 많은 것도 특이한 지점이었어요. 그만큼 ‘정상가족’이 많이 살고 있다는 뜻이겠죠. 

주니 : 아이들이 있으면 좀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바로 앞이고 어린이 공원도 뒤에 있고. 원래 여기 초등학교가 있다는 거 알고 아이들 웃음소리 들을 생각에 좀 설렜는데 등교를 안 할 때가 더 많았으니.. 아쉬웠어요.

  • #골목길 끝, 청년 주택

콩 : 이 집이 골목길 끝에 있어서 처음엔 되게 무서웠어요. 올라올 때 괜히 뒤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요즘 골목길 범죄도 많이 일어나잖아요. 사실 빈집을 재생했다는 말 그 자체는 너무 아름다운데 한 편으로는 얼마나 외졌으면 빈집이 되었을까? 그런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니 : 고양시에도 사회적 주택이 생겼는데 되게 열받았던 게..(웃음) 그 집 옆에 쓰레기장이 있더라고요. 외지고 확실히 안 쓰고,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그런 곳에 주택을 지은 거예요. 물론 대안으로 역세권 청년 주택이 있긴 하지만 너무 비싸고 ‘원룸 쪼개기’잖아요. 그러면서 ‘공동체 성’까지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 집은 정말 살 만하다. 이런 생각이. (웃음) 어쨌든 성북이라는 지역은 청년에게 열려 있잖아요. 청년 관련 정책을 만들려고 하는 단체가 있고. 그런 게 이 집에 사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런데 요즘 ‘사업’으로 청년 주택을 만드니까. 중심이 청년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CHAPTER2. 느슨한 연대 새로운 가족

모경 : 이런 집에 살지 않았다가 이 집에 오니까 이것도 해보고 싶다 저것도 해보고 싶다 생각해요. 주니에게 듣는 정보도 많고 콩이 얘기해 주는 것도 그렇고 서로가 서로한테 얻는 시너지가 되게 많거든요. 그게 제 일에도 도움이 돼요. 셰어하우스의 진짜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정말 다양한 걸 해 보고 싶어요. 계속 재밌는 상상을 해 보게 돼요. 

주니 : 작년에는 플리마켓을 계획했잖아요. 결국 코로나 때문에 못했지만. 

콩 : 사실 ‘새로운 가족’을 만든다는 게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져요.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이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땐 서로의 사생활이 전혀 없었거든요. 작은방에 다섯 명이서 자고. 지금은 서로 더 많이 존중하고, 캘린더에 일정을 공유하는 규칙도 있고요. 사실 우리끼리도 같이 사는 건 처음이다 보니까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게 단숨에 되리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 이 첫 독립의 시간이 나 스스로에 대한 실험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가족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모경 : 우리는 같이 사니 언제든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고 또 문제가 생기면 같이 해결할 수 있잖아요. 거실이든 부엌이든 자유롭게 회의하고 소통하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자유로워서 그동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싶은 것도 이야기하고요. (웃음)


CHAPTER3. 아쉬움

  • #쓰레기 에너지 문제

콩 : 나는 자취를 하면 요리를 엄청 잘 해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처참히 안 해 먹더라고요. 내가 해먹으면 생각보다 맛이 너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고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같이 밥해 먹는 문화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주니 : 맞아요. 차라리 돈을 더 주고 맛있고 제대로 된 음식을 사 먹자. 들이는 에너지는 큰데 맛은 별로니까 잘 안 해먹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플라스틱 용기가 되게 많아지고. 우리가 그래도 다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니까(웃음) 이 부분에 대해서 같이 조율을 해봐요. 

모경 : 지난겨울에 난방비도 꽤 많이 나왔는데 처음이라서 우리가 좀 실수를 했던 것 같아요. 중앙난방 체제다 보니까. 이번 겨울은 줄일 수 있는 건 줄이면서 집 관리를 해보고 싶어요. 

  • #주거랑 일터랑 한 공간?

주니 : 원래 SH에서 이 사업을 하면서 내건 조건이 이 집을 ‘주거+사무실’ 두 가지 기능으로 사용하자는 건데 그게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저는 주거와 일터를 분리하고 싶거든요. 층간 분리가 된다거나 공간 분리가 되면 괜찮은데 우리 집은 단층이고. 청년 단체라도 사실 싸울 수 있잖아. (웃음) “왜 청년들을 지원해 줘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청년 문제, 주거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죠. 

모경 : 청년 주택에 예산을 많이 들이고 있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자기 집’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관에서 실사를 자주 나오고 민관 단체와 협의를 해서 문제를 좁혀 나가야 하는 거죠. 이 집에 살아야 하는 청년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점들이 좀 안타까운 것 같아요.


CHAPTER4. 터무니있는 내일을 위하여

콩 : 사실 신문이나 언론에서 보는 ‘주거 난민’ 수준으로 주거난을 겪고 있진 않았거든요. 계속 부모님 집에서 학교에 다녔고. 물론 4시간이나 통학했지만. 그런 기사들을 보면 무서워서 독립을 못하겠더라고요. 여기 들어오니까 오히려 우리나라 청년의 주거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고 공감했어요. 한편으로는 내가 아닌 그들이 여기서 살아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했어요. 내가 ‘당사자성’을 느껴도 되나? 하는 거죠. 주거난을 겪는 청년임에도 불구하고요.

주니 : 공감하지만 조금 의견이 달라요. 그러니까 부모님의 소득, 내 소득이라는 표면적인 수치 안에 다양한 맥락들이 있다는 거죠. 모든 사람들의 가정사가 다 다르잖아요. 당장 먹고산다고 해서 주거 빈곤에서 벗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거 빈곤 청년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함부로 재단할 순 없는 것 같아요.  

모경 : 저도 비슷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혜택을 받는 이상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에 대해 질문하고 계속 답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 #thanks to… 

주니 : 공동체 생활이나 단독주택 사는 것, 터무늬 라는 특이한 케이스, 성북 이런 것들 사이에서 되게 많은 걸 발견하게 돼요. 이 기회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증금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서울에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값진 경험이죠.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지만! 그건 작은 부분이고요. (웃음) 사회 지향적인 것들, 공동체 지향적인 것들을 받았을 때 내가 당장 베풀 순 없더라도 어떻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 같아요. 모경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우리가 지역에서의 소비를 하려고 한다거나. 

모경 : 기회가 된다면 직접 시니어 그룹을 만나보고도 싶어요. 저는 마을에 좋은 어른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세대 차이를 무시할 순 없지만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인사이트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청년 상황에 공감을 하고 자기 재산을 출자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터무늬가 시니어 세대와 많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장이 되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반대할 수도 있지만. (웃음) 그리고 집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청년들이 이렇게 서로 교류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늘었으면 좋겠어요.


하재영 작가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라는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삶의 배경을 선택하는 일이다. 삶의 배경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한 사람이 만들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청년들이 자신의 살 곳, 새로운 고향을 결정하고, 집의 크기와 모양을 고르고, 자기의 편리에 맞는 가구를 선택하는 과정은 유튜브와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꿈의 한 장면일 뿐이다. 대신, 청년을 기다리는 건 ‘닭장’ 같은 방이다. 보통의 ‘살 궁리’ ‘먹을 궁리’ ‘놀 궁리’ 들이 가능한 세상을 꿈꿔본다. 언젠가 청년들이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살 곳을 고를 수 있는 그날까지. 터무니 있는 집값과 터무니 있는 일상을 만나게 될 때까지. 


HOT & NEW

니은서점 하이엔드 북토크: 커먼즈의 도전

  • 니은서점 하이엔드 북토크: 커먼즈의 도전 | 7.20(화) 오후 7시 30분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최희진, 송지우, 상덕, 홍지수, 홍다솜, 이혜원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1년 6월 25일

*2017년도 정부재원(교육부)으로 한국연구재단 한국사회과학연구사업(SSK)의 지원을 받음(NRF-2017S1A3A2066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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