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 상상은 현실이 되었는가? | 엄관용 전 서울혁신센터 기반증강실장, 더가능연구소 수석연구원

5월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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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 상상은 현실이 되었는가?

엄관용 (전 서울혁신센터 기반증강실장, 더가능연구소 수석연구원)


1. 서울혁신파크, 상상의 시작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수천 가지 이야기

2023년 12월 31일 자로 물리적 공간을 기반 실험이 종료되는 서울혁신파크를 한 동안 상징했던 문구이다. 내가 근무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문구이기도 하다. 2015년 4월 서울혁신센터의 개소와 함께 시작된 서울혁신파크는 이제 9년을 채우지 못하고 공식적으로는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현재 서울혁신파크의 개발을 반대하는 흐름이 있고, 서울혁신파크 2년 연장 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공유, 협업, 재생, 재미로 상징되는 서울혁신파크의 실험은 일단락을 고할 것이 거의 명확해 보인다.

서울혁신파크는 1960년대부터 국립보건원, 식품의약품안전처(청),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사용되던 공간이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오송으로 이전하면서 비어 있던 공간에 2013년부터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청년허브, 서울시인생이모작지원센터(현 50플러스 서부캠퍼스)가 활동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정을 상징하는 혁신과 협치의 실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이어 서울혁신파크 조성이 조례 제정으로 본격화되었다. 2015년 4월 서울혁신파크를 운영하는 서울혁신센터의 개소, 그해 여름 대규모 혁신단체 입주 공모인 제1차 전대미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서울시에 근거를 두고 활동하는 혁신단체의 대표 클러스터가 되었다. 이어 2016년 제2차 전대미문 프로젝트, 2017년 상상청, 공유동, 연수동 리모델링과 2018년 또 한 번의 대규모 혁신단체 입주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이르게 되었다.

서울혁신파크는 자타공인 서울시 사회혁신 공간을 대표하는 집적단지였다. 임야까지 포함하여 전체 면적은 100,000㎡로 평수로는 3만 3천 평에 이르고, 실제 가용 건물은 미래청, 상상청, 청년청으로 대표되는 3청과 참여동, 공유동, 연수동, 홍보관, 연결동, 목공동, 제작동, 맛동, 재생동, 예술동, 극장동, SeMA 창고가 있다. 여기에 50플러스서부캠퍼스와 서울기록원 건물까지 합쳐 거대한 규모의 외형을 갖추고 있었다.

입주단체의 수는 시기마다 증감이 있었으나, 가장 수가 많았을 때 250여 개 단체에 이르렀다. 이른바 중간지원조직이라 통칭되는 서울시 민간위탁 기관만 해도 서울혁신센터를 비롯해서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서울시청년허브,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서울시성평등활동지원센터, 서울시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 서울시립 은평청소년 미래진로센터 등이 병존했다. 서울시 주요 사회혁신 정책을 민관협력의 방식으로 풀어 나가는 협치의 중심지라 칭할 만했다.

서울시 서북부 3만 3천 평의 공간에서 진행된 실험은 종료되더라도 서울혁신파크 모델은 현재 그 유용성과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 정부 국정과제로 춘천, 전주, 대전, 제주, 천안, 군산, 밀양, 청도 등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이 전국적으로 서울혁신파크 모델을 지역 특성에 맞게 확산되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공간 기반 실험 역시 적어도 정책 타당성 검토의 사례로 서울혁신파크를 우회할 수 없다. 설혹 이제 성공 사례의 벤치마킹 대상은 아니더라도, 실패의 과정에서 반면교사의 대상은 될 수 있을 법하다.

2. 서울혁신파크, 지속 가능의 조건

서울혁신파크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강력한 정책 의지 때문에 조성된 공간이다. 사회혁신이라는 개념도, 그에 기초하여 공모로 모인 혁신단체라 칭하는 단체와 활동가들도 이전의 활동력을 부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새롭게 호명된 질서에서 새롭게 발견되었다. 새로운 공간의 대규모 공급과 개방이 새로운 수요와 활동을 창출한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 대한 간명한 고찰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책 의지에 따라 공간 폐쇄에 따른 공급 중단의 역설적 결과에 새로 발견되고 결집된 혁신 주체가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서울혁신파크에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재직하면서 때로는 입주단체 모집과 활동 지원을, 때로는 공간 운영과 활성화의 업무를 담당해 왔다. 그 과정에서 국내외에서 서울혁신파크의 운영 사례를 알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00회 이상 브리핑을 한 바 있다. 이때 항상 나오는 단골 질문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후 서울혁신파크의 지속 가능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였다. 그에 대한 답은 서울혁신센터 직원 내부적으로는 합의된 바 없었다. 사실 답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서로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바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혁신파크가 장기 지속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에 대한 나의 주관적 답변은 항상 동일했다. 서울혁신파크에서 타임지 1면에 실릴 정도의 영향력 있는 대표 혁신 활동 성과가 창출되거나, 시민들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체 공간의 조성비까지 포함한 투입 예산의 총규모에 대해서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최소 1천억 원 이상이 투입된 공간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입주단체 혁신 활동의 대표 성공 사례 창출은 무리한 목표는 아니었다고 본다. 현재 누구도 이것이 대표 성공 사례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첫 번째 목표는 실패했다고 진단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음으로 시민들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서울혁신파크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는 서울혁신파크의 미래 할인율을 높이는 가장 큰 제도적 요인이다. 실제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서울시장이 누구인가에 따라 서울혁신파크의 미래 할인율은 결정되었다. 그러나 역으로 서울혁신파크와 같은 공간이 장기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의 특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관점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서울 시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은평구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서울혁신파크 공간의 현상 유지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면 오세훈 시장이든 누구든 서울혁신파크의 공간 구조 변형을 선거의 의제로 삼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서울혁신파크를 유지하고 하는 혁신 주체는 국민의힘 계열이든, 민주당 계열이든 어떤 정당의 어떤 정치 지도자에게도 서울혁신파크의 현상 유지가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서울혁신파크가 물리적으로 폐쇄될 위기에 처한 현재 상황의 핵심 원인은 정치인에게 내세울 만큼 시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 본다.

3. 서울혁신파크, 주요 쟁점과 평가

2020년 12월 31일자로 서울혁신센터를 퇴사했으니 그 이후 현재까지 서울혁신파크 운영에 대해서는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그 이전 서울혁신파크 운영 관련 주요 이슈 진단을 시민의 지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다.

첫째, 서울혁신파크는 입주단체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입주 모집에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입주단체 활동의 연결과 홍보 전략은 미흡했고, 그를 위한 사업 추진 의지도 부족했다. 나를 포함해서 입주단체가 우리의 주요 서비스 대상이라는 점에 대한 확고한 공통 인식이 부족했다. 입주단체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 체계는 결국 입주단체의 활동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한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 혁신 활동의 성과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둘째, 서울혁신파크는 혁신단체 지원, 공간 운영, 시설 관리, 시민 참여 등의 과제가 중첩되었고, 이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했다. 상상청 등 리모델링, 미래청 외벽 공사, 야외 공간 잔디 조성, 다양한 이미지 메이킹 사업으로 공간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점에서도 누가 봐도 관리가 되지 않는 서울혁신파크라는 일상적 비판에 속 시원한 답을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서울혁신파크의 혁신 활동을 알리고 공간의 자유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제대로 들어서지 못했다. 우리에게 시민은 다른 과제에 밀려 항상 후 순위였다.

셋째, 서울시 예산에 대한 높은 심리적 의존도이다. 서울혁신센터가 인건비와 운영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업비를 집행했던 시기는 2017년으로 대략 33억 원이다. 그 이후 사업비 규모는 계속 낮아졌고, 아마도 2023년 현재는 2017년 대비 10분의 1 규모의 사업비 정도만 집행하는 수준이다. 인력의 규모는 변화가 없는데 사업비 규모가 10분의 1이라면 업무와 활동의 내용이 달라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초기 대규모 사업비 집행 시기와 대비하여 현재 사업비 축소와 맞물려 다른 부분의 서비스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사업비가 부족해도 대규모 공간의 힘을 가진 서울혁신파크의 강점을 살려 시민 대상 외부 프로그램 유치, 적극적인 대관 활동 사업에 집중했어야 한다. 사업이 입주단체와 시민에 대한 지원의 관점이 아니라 자기 사업의 집행이 되어 버린 주객전도의 상황과 더불어, 사업비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는 서울시 예산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가 시민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하나의 원인이다.

넷째, 지역사회와의 탄탄한 연대가 부족했다. 서울혁신파크가 자리 한 은평구는 지역사회단체의 활동이 비교적 왕성하고 탄탄한 동네이다. 은평구 지역사회단체 입장에서는 서울혁신파크의 조성으로 상당한 기대가 있었을 법하지만, 실제 지역사회단체와의 연대 활동은 매년 진행되는 은평상상컨퍼런스의 소극적 지원에 국한되었다. 서울시민의지지 확인은 실제적으로 은평구 주민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은평구 지역사회단체와의 연대 활동 부족은 뼈아픈 지점이다.

예산을 통해 집행되는 사업은 어쩔 수 없이 정량적 성과에 대해 명확한 평가가 필요하다. 새로운 실험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정량적 평가를 받기 싫다면 예산 지원을 받지 않으면 된다. 아니면 많은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정성적 평가의 기술 능력이라도 갖춰야 한다. 더구나 10년에 가까운 공간 운영 사업이라면 서울혁신파크의 성과에 대해 이제는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서울혁신파크의 성과를 시민의 관점에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수천 가지 이야기가 있는 서울혁신파크에서 우리는 오늘의 현실을 수천 가지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지고 있는가?

서울혁신파크 개발 반대를 위한 활동을 하든, 서울혁신파크의 한시적 연장 운영을 주장하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질문을 던질 수는 있다. 다만 상기 질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각론적인 답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서울혁신파크의 상상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가 현재까지 이룬 현실에 대해 일정 부분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 | 엄관용


발행인 | 박배균

편집장 | 이승원

편집 위원 | 문지석, 홍지수, 심여은, 김석준

발행처 | 서울대학교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시ᆞ시ᆞ한 연구소

발행일 | 2023년 5월 31일

*2021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음(NRF-2021S1A5C2A0308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