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호] 솔방울 커먼즈

송현(松峴)은 소나무가 있는 고개, 소나무 언덕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지명이다. 여느 지방 도시에 송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역이 있을 테지만,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곳은 서울 종로에 있는 송현동뿐이다. 이 돌담을 함께 걸으며 새로운 상상을 하는 모임이 있다. 송현동을 공동의 것(commons) 내지 공유지로 상상하고 예술과 연구하는 모임인 ‘솔방울커먼즈’이다.

2019년 여름 우연한 대화를 통해 조직한 솔방울커먼즈는 페이스북에의 등장을 시작으로, 활동가, 예술가,연구자 등이 모여 문화 예술 활동과 사회적인 참여를 통해 대안적 도시 공간을 생성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솔방울-하다

동사(2019년 11월 17일 신조어)
1. 공동이 만들어낸 것의 가치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다
2. 공동이 만들어낸 것을 특정한
이들이 독점하지 않도록 부대끼다
3. 공동이 만들어낸 것을 공유하기
위해 치대다
4. 공동이 위아래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다

솔방울커먼즈는 송현동 전체를 조망하려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닌, 돌담 주위를 배회하며 일상생활의 공간에서 전술을 수행한다. 송현동 돌담의 틈새를 찾아보고, 투기적 도시를 꼬집는 부동산 광고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공유 도시와 커먼즈 관련 세미나 및 포럼에 참여하는 등 부단히 움직인다.

솔방울러는 걷는다 영상 바로가기

첫 만남부터 현재까지, 끊임없는 대화와 성찰을 통한 창발적 과정, 그 자체가 곧 솔방울커먼즈이다. 솔방울커먼즈로 모인 사람들은 커먼즈를 공부하면서 그 용어가 주는 낯섦과 어려움을 동시에 겪으며 각자 생각하는 공동의 것과 그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솔방울하다’라는 새로운 언어가 등장한다. ‘솔방울하는’ 행동은 송현동을 공동이 만들어낸 것으로 간주해 공동의 가치를 역사적으로 추적하고, 소수가 독점하지 않도록 부대끼고, 공유하기 위해 치대고, 위계 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송현동은 벌어진다”

| Open, Happen, Rupture, Crack… or Arise

솔방울커먼즈가 그동안 고민해 온 질문들을 펼쳐 보이는 전시의 장이었다. 송현동을 “리-얼 자치동”, 즉 진정한 자치동으로 상정하고 송현주민을 모아 주민센터를 개관했다. 기존의 공론장에선 시민으로 초청되어야 그 지위를 부여 받았지만, 전시장에 방문한 모두가 ‘송현 주민’이 되어 도시공간의미래를그려보았다. 이번호를 통해 솔방울커먼즈와 함께 송현동을 걸으며 이야기 나눠보자.

서울대 아시아도시사회센터, 솔방울커먼즈 인터뷰 영상


[5월호] 경의선 공유지를 걷다

경의선 공유지 시민 행동

서울 마포 공덕역 1번 출구로 나와 빌딩 숲 사이를 걷다 보면 한적한 공터가 나타난다. 경의선 철도 지상부지다. 현재는 모두 펜스로 둘러싸여 있지만 이곳을 한때나마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어간 이들이 있다. 바로 ‘경의선 공유지 시민 행동’이다. 이들은 경의선 공유지를 26번째 자치구로 선언하고 이 공간을 함께 가꾸고 다양한 공유 활동과 실험을 진행하였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난 도시 난민, 시민, 예술가, 연구자를 비롯해 이 공간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이들이 오고 갔다.

지난해 봄, 경의선 공유지를 둘러싼 개발 갈등과 정부와의 소송 분쟁으로 인해 경의선 공유지 시민 행동은 자진 퇴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공유지의 무분별한 개발과 사유화에 대한 이들의 문제 제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국공유지는 누구의 것인가? 국공유지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가?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이 우리 사회에 던진 중요한 화두다.

사진설명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The Gyeongui Line Commons Movement

경의선 공유지 팟캐스트 ‘커먼커먼커먼즈’

  • 대안적인 삶을 찾기 위한 여행

경의선 공유지 시민 행동은 <커먼커먼커먼즈>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로 ‘커먼즈 운동’을 쉽고 재밌게 풀어내기도 했다. 경의선 공유지 활동가인 새롬, 미어캣이 진행했으며 시즌 2에는 활동가 알파도 함께했다. 이들은 2018년 7월 1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시즌 1에서는 커먼즈의 가치에 기반한 대안적인 삶을 실천하는 이들을 초대하여 이야기와 고민을 나누었다. 2019년에는 <커먼커먼커먼즈> 시즌 2로 개편되었고 ‘도시’, ‘돈’, ‘온라인 플랫폼’ 등 커먼즈의 여러 주제별 전문가를 초청하여 ‘커먼즈’에 대한 심층적인 탐구를 했다.


[6월호] 흥미로운 빈공간, 동대문 DRP

동대문 drp와 작가 박찬국

비가 올 것만 같은 어스름한 평일 오후 5시의 동대문. 동대문에는 여러 표준시가 있다. 도매시장인 신발상가의 영업시간은 새벽부터 다음날 낮까지다.  그래서인지 아직 상가에는 인기척조차 없다. 복도와 계단에는 잠시 후 분주하게 돌아갈 거대한 랠리를 기다리는 선수들 같은, 짐이 한가득 쌓여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몇 층을 더 올라가면, 마침내 ‘낙원’에 도착한다.      

    

동대문옥상낙원(Dongdaemoon Rooftop Paradise, DRP)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지상과는 또 다른 시간대가 존재하는 듯 하다. 동대문 도심과 창신동 일대의 풍경을 배경으로 옥상 곳곳에는 화초와 채소, 그리고 양봉장까지 있다. 빽빽한 도시의 한가운데에서 ‘여백’을 자처하는 듯했다. 어떻게 동대문이라는 치열한 공간 사이를 비집고 이런 곳이 생겼을까? 

그곳에서 만난 박찬국 작가는 말한다. “동대문은 정말 가게 앞의 자기땅이라는 것을 구획하고 지키는 게 치열한 곳이다. 월세가 워낙 비싸긴 하지만, 가게 앞에서 얼쩡거리거나 애매한 장소에서 왔다갔다 하거나, 의자만 놓고 앉아도 앉지말라고 하고. 굉장히 상인들이 예민하다. 경쟁 속에서 자신의 상업 공간을 최적화, 효율화하려고 한다. 반면에 이곳 옥상 같은 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곳도 아니고, 상인들은 놀 시간도 없고 하니까 그저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으로 방치되고 있었다. 마침 쓸만한 옥상을 찾던 우리는 이곳이 흥미로웠고, 한동안 20여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쓰레기를 치우고 들어오게 됐다.”

   

호기심이 삶을 구한다는 것

그는 호기심이 삶을 구한다고 말한다. “인간 자체가 목적을 가지고 태어나는게 아니니, 아트는 무목적이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문명을 발생시킨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인간이 그렇게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자체가 삶의 목표가 맞나. 오히려 뭔가에 대해서 알려고 하고 관심을 가지는 게 삶에서 필수적인 조건이 아닐까. 물리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한 욕구야 우리에게 당연히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유형의 상업적인 활동에 집중하는데, 그것은 흥미롭거나 세계의 인식에 유리하거나 다른 가능성들을 만들어내는 건 아니지 않나. 아트는 호기심을 통해 삶 자체의 다양한 관점의 변화, 관계의 변화로 흥미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DRP의 양봉장에서 수집한 꿀로 만든 꿀주

DRP에서 이뤄진 다양한 실천들은 ‘노는’ 과정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아티스트들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말리는 애가 없다. 벌 키워서 양봉을 할까? 그러면 그거에 대해서 누가 말리는 사람이 없다. 진짜 하자, 이렇게 되니까 거기서 사건이 새끼를 친다.” 

예컨대 ‘홀리데이 팩토리’ 프로젝트는 옥상에서 층간소음 없이 노는 법을 고민하던 중, 춤을 개발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새처럼 날아다니는’ 모습의 춤을 구현하기 위해 커다란 모자를 만들려고 했고, 이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하다보니 봉제하는 분들과 친분이 생겼다고. 일종의 소사장제처럼 운영되는 생산과정의 특성상 봉제사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협력사와 관계를 맺기 위해 마감기한에 매인 일상을 보낸다. ‘홀리데이 팩토리’는 오더메이드에 익숙해져있는 그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자신의 ‘작업’을 하도록 한 프로젝트였다. “봉제사들은 놀랍게도 이 작은 사건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이게 뭘까? 왜 이런 생각을 할까? 이런 것을 왜 만들까?” 봉제사와 옷감의 관계가 아주 사소한 계기로 변화한 것이다.

그에게 호기심과 재미에의 열망은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럼으로써 새로운 세계, ‘잠겨있는 어마어마한 세계’를 인식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러한 탐구와 공유의 궤적 자체가 그에게는 ‘아트’다.

흥미로운 빈 공간

여러 지방도시들에 빈집이나 버려진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쇠퇴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지자체에 주어지고 있다.  그러나 부담과 흥미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그는 말한다. 늘어가는 ‘빈 공간’은 부담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흥미로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때 이러한 빈 공간에 개입하는 물질은 “부를 이루는 물질이 아니라 삶의 흥미로운 작동을 하는 물질”이다. 한 예로, 2011년  ‘nonartbutart(논아트밭아트)’ 프로젝트 는 시유지이지만 토호가 몇 대째 점유하고 있는 남양주의 한 논에서 오리 농법을 활용해 벼농사를 지으며 벌인 놀이였다. 그는 ‘진지한’ 노동의 장소인 논을 일명 ‘꼬르뷔제 오붕지’로 탈바꿈시켰다. 르꼬르뷔제의 사보아 주택을 모방한 오리집을 지은 것이다. 오리들은 이 구조물에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본의아닌 퍼포먼스를 수행했고, 이 흥미로운 광경에 동네사람들과 아이들은 하루종일 논에서 오리만 보고 있었다고. 오리가 생산성 향상의 도구에서, 함께 노는 친구의 관계로 변화한 것이다.

“문제는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 공간들을 “움켜쥐고” 산다. 그는 이러한 소유를 ‘헛소유’라고 부른다. 얼마든지 재밌게 쓸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사유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헛소유가 아닌 빈소유를 제안한다. 

 그것은 공간을 소유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쓰면서 흥미를 공유하고, 관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발전하지 말자’가 아니라, 발전한다는 게 뭘까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공유하자는 것”이 그의 자세다. “DRP 역시도 뭔가 대단한 게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빈 공간’에 가까운데, 왜 여기 오면 흥미로울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DRP는 현재 DRP+로 활동을 준비 중이다. 그들의 새로운 놀이가 기대된다. 


DRP 팔로우하기


[7·8월호] 우리가 만난 것도 커뮤니티다!

콩&요정&도넛 그리고 기선과의 대화

커뮤니티를 가능하게 하는 것에 대한 고민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거리 두기’가 중요하다는 말을요. 가족, 애인, 친구 모두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만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로 할 일을 하느라 연락이 뜸하고 독립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적당한 거리가 생길 때. 신기하게도 관계가 더 순탄하게 굴러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대일의 관계가 아닌 다수가 함께 모여 발생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어떻게 해야 ‘적당히’ ‘잘’ 관계 맺을 수 있는 걸까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지만 지독하게 혼자 있고 싶은 마음들이 모인 현대 사회에서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커뮤니티를 꿈꾸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요?

하지만 떠올려보면 우리에겐 아무 대가 없이 좋아서 자꾸만 마주치고 싶고 관계 맺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흙을 파며 해가 저물 때까지 놀았던 친구들처럼요. 어쩌면 이런 기억이 훌쩍 커버린 우리에게 또 다른 커뮤니티를 경험하고, 실험하고, 고민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콩, 요정, 도넛은 지금 어떤 ‘커뮤니티’를 꿈꾸고 또 어떤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을까요? 커뮤니티 실험자 ‘기선’을 만나기 전, 우리만의 대담이 벌어졌습니다. 


사진설명콩, 요정, 도넛의 대화

콩, 요정, 도넛의 대화

_ 커뮤니티는 ‘놀이’하는 마음에서 만들어지는걸까? 

청년 주택에서 첫 독립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살았는데 그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규칙을 정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던 경험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다시는 누군가와 같이 방을 공유하면서 살지는 말아야지 다짐했어요. 그런데 사람이 참 양가적인 게, 고등학교 졸업하니 기숙사에서 투닥거리고 살았던 일들이 너무 그리운 거예요. 결국 혼자 사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게 더 재밌겠다, 대신 기숙사처럼 모든 공간을 공유하기보다는 나만의 공간만 보장이 된다면 살아볼만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입주를 했습니다.

우리 청년 주택의 경우에는 거주자들끼리 관계 맺고 지역 사회에 환원하자는 서로의 약속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서 거주자들끼리 얼마나,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하는 게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특히 저는 본가와 청년 주택을 오고 가기 때문에 완전히 상주하는 것도 아니고요. 서로 비슷한 가치관과 지향점을 가졌지만 세세하게 보면 생활 패턴, 하는 일 등이 천차만별이거든요. 취업 준비에 학교 과제에 이미 한껏 지쳤는데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게 부담이 될 때도 있고요. 

자연스레 커뮤니티란 무엇일까? 커뮤니티가 되는 데에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고민하게 됐어요. 사실, 친구들끼리 단톡방에서 신나게 떠드는 것도 커뮤니티잖아요. 동네 친구,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오래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까 싶었어요. 찬찬히 제 삶을 돌아보니 정말 ‘커뮤니티 중심’적으로 살았더라고요. 주말마다 참석하는 동네 신문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도 모두 커뮤니티고요. 자발적이고, 재밌고, 능동적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면, 그게 꼭 대단한 게 아니더라도 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놀이’처럼요! 

요정 _ 커뮤니티 선택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하여 

어영부영 10년이 흘렀네요. 2010년 2월 서울에 올라와 집을 구하러 다녔어요. 대학교 앞 원룸을 얻어 자취를 시작했어요. 동아리, 봉사 활동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해체하기를 반복했어요. 이제는 각자의 길로 들어서며 경조사에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어느 순간엔 SNS로만 소통하게 되었죠. ‘친구 관계는 아는 사이로 결국 이렇게 흘러가는 인연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흘러가는 인연이 있음에도, 혈연관계로 얽힌 가족과는 붙잡히고 붙들린 채 지내는 거 같아요. 가족 관계를 새롭게 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가족 구성원을 만드는 방법이 결혼뿐인 건지. 그러니까, 단지 혈연이나 동거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닌 살아가는 방식을 공유하는 관계를 꿈꾸는 게 이상적인 걸까요? 어떻게 대안 가족이나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 3-4년간 새롭게 만난 동료이자 커뮤니티가 있는데, 재미 삼아 10년 뒤에 같이 사는 공동체를 이야기하곤 해요. 지난 호에 ‘빈집과 빈땅’을 살펴봤지만, 저는 지금 당장 실제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공동투자할 용기도 없고, 누구와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거든요. 그리고 삶의 실천적 지향점은 있는데, 어떻게 되어야겠다는 목표는 없어요.

오늘 주어진 일에 할 수 있는 일로, 그때그때를 살고 있어요. 더 먼 미래를 보고 있지 못하고 있을 때도 있고요. 그렇지만 지금을 사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지금 주위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방식을 보았을 때, 저는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 도시에 왔다 갔다 하면서 살 수 있는 게 필요해요. 그래서 더욱더 다 거점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이번에 전기선 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거점 커뮤니티의 경험을 듣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대가 되어요!

도넛 _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지난해 전셋집을 얻으며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됐어요. 그 이전에는 여러 곳을 떠돌며 누군가의 공간에 의탁하는 생활을 했고요. 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점점 늘어가는 짐들 때문에 내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혼자인 공간이 생기니 처음엔 좋았지만 정리 안되는 짐들로  가득 찬 집을 보며 자괴감이 늘어가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기운이 쫙 빠져 축 처진 상태로 있어요. 그러고 또 집을 나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오면 다시 방전된 상태가 되고요. 하나 둘 미뤄둔 것들이 널브러진 형태로 거실과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네요.

저에게 생활 공동체(커뮤니티)는 공간을 함께 잘 사용하는 부분이 중요한 덕목의 하나인 것 같아요. 누군가와 어울려 산다는 건 부지런해야 가능한 게 아닌가 싶고요. 정리 안 된 집 구석구석을 보며 그걸 잘 할 자신이 점점 없어지고요. 더 넓은 공간이 생기면 정리를 잘 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가도 우선 버리고 비우는 게 선행되어야지 않을까 하고 또 생각하는데 잘 버리지 못하는 몸에 밴 성격이 버리는 일을 자꾸 주저하게 만들고요. 

더 넓은 개인적인 공간을 갖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공간을 마련할 여력은 없고, 2년의 전세 계약은 곧 끝나가는데 이다음은 어떤 공간에서 살 수 있을지 막막해요. 공간을 함께 쓸 자신은 점점 없어지고, 내 공간 마련을 위한 종잣돈은 좀처럼 모이지 않고….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뭐 없을까를 고민하며 커뮤니티가 뭘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기선과의 대화


Kison キソン
Culture Interpreter / Builder 
Based in Kumamoto,Fukuoka,Tsushima,Kyoto

Q.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 <왔다갔다 프로젝트>에 대해 알려주세요!

이 프로젝트는 7년 전부터 제가 일본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 친구들이랑 같이 왔다갔다하면서 한국 친구들도 일본 왔을 때 코디네이터도 하고 안내도 하고 그랬어요. 

공동체마다 사람마다 관심이 있는 부분이나, 가는 장소나 만나는 사람도 코디네이터를 하고 기획을 계속 해왔습니다. 

단체마다 요구하는 부분들이 달라서, 예를 들면 퍼머컬처 커뮤니티에서 일본의 공동체 생활이나 퍼머컬처 하는 모습 보고싶다던지, 아니면 자연농이나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다니고 싶다든가. 아니면 음악이나 아트 쪽에서 표현하는 부분에서 한국에서도 해보고 싶다 일본에서도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이쪽에서 코디네이터도 하고. 다양하게 생활이나 문화 쪽에서 다양하게 배웠었어요.

제가 지금 다섯 개 커뮤니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커뮤니티를 왔다갔다 하면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커뮤니티 마다 색깔이 달라요. 하나는 산속에서 30년 정도 같이 살고 있는 퍼머컬처 기반으로 디자인을 하는 공동체이고, 도쿄나 교토나 도시 안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나 미래나 그런 그림을 그리면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에도 속하면서. 저 자신도 시골과 도시를 계속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Q.생활자 커뮤니티가 어떤 계기로 생겨났나요?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하나는 일본 대지진이 있었잖아요 후쿠시마에. 그 이후에 일본에서 공동체 시골쪽에 공동체가 많아졌고 그 이후 2-3년 도시에서 커뮤니티가 많이 생겼는데 하나 큰 공통점은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이 의존을 하고 있는 부분들을 작은 부분들을 볼 수 있는 생활이나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것인지를 실험하고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장소를 만들어 나가자 하는 공통점이 있어요. 

도시에서 혼자 살거나 가족끼리 살고 이 커뮤니티 감각이라는 것들의 중요성이 많이 나와있어서, 아마 도쿄나 교토 같은 경우에는 확장 가족이라는 의식이나 컨셉트를 내놓고 이제 사람들이 모여왔거든요.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되는지 실험하고 있고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의식이나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 커뮤니티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에요.

같이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어떤 커뮤니티든 여러 가지 문제는 있는데 고민도 있고. 그래도 작년에 그 대마도 커뮤니티를 하나 만들어서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저 자신은 뭐 도시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도시에서 지역으로 가는 친구들 다 똑같아요. 사람이니까. 생겨나는 고민이나 문제들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부분도 비슷하긴 한데 아무래도 도시 생활이랑 지역생활이랑 방식이 많이 달라서 사람이랑 이렇게 같이 살아가고 있다라던지 같은 산을 올라가고 있다는 감각, 커뮤니티 감각을 같이 실험을 하면서 느끼는 단계에서 도시에서 그런 커뮤니티 감각을 키울 때에 어떤 음식으로 살아가자 하는 말이 필요하거든요. 

일부러 만들어 가려는 노력들이 필요해서. 지역이나 시골쪽에서는 그런 컨셉이나 말이 없어도 같이 체감을 하는 시간들이 너무 많아서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은 금방 나온달까. 그걸 어떻게 사회로 연결을 해야 될지. 이런 고민을 하는 지역 시골 커뮤니티들이 많고 

도시 커뮤니티는 컨셉이나 의식이나 말 언어 이런 것들이 다 있는 상태에서 의식을 하면서 체감으로 이렇게 같은 선을 올라가는데 완전히 프로세스가 다르죠. 저도 그런 기반으로 지역이나 환경이나 사람들이나 그런 부분을 관찰 하면서 그런식으로 커뮤니티 디자인을 생각 하면서 장소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대마도에 커뮤니티를 만들 때 다른 커뮤니티도 비슷한데.. 저는 일단 계절 여름 가을 겨울 이런 계절을 1년을 보내고 디자인을 해야지 그냥 그 사람들이 경험을 해온 것들이나 그 사람이 보고 있는 세계나 시선들이 그냥 그 안에서의 해결 방식 밖에 못만드니까. 거기에 있는 계절이나 환경이나 사람들이나 거기에 모여 오는 사람들 이런 부분을 계속 관찰하는 시간이 필요해서. 이제 이건 사업이 아니니까, 라이프 워크 같은 거라서. 뭐 죽을 때까지 하는 직업이기도 하고 작업이기도 하고 그래서 시간 감각이 1년 2년이 아니라 5년 10년 30년. 이런 축에서 발동하다 보니까. 

처음은 모르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이 사람이 살아나가는 데에 다 똑같이 생각하는 부분이나 모든 사람들이 가치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맛있게 밥을 먹고 잘 자야 된다. 결국에는 이 산의 끝에는 사람들의 의욕은 거기 밖에 없어서. 그래서 대마도에서도 제가 시도한 것은 커뮤니티 빌딩에 있어서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철학이나 사고 이런 얘기를 안 하고 하루하루 맛있게 밥을 같이 먹는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같이 살아가고 있다든지 연결되어 있다든지 이런 마인드가 형성이 되는 것 같아요. 

Q.커뮤니티를 굴러가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는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개인들이 모여와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데. 개인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런 생각으로 모여오잖아요. 개인이 어떤 생활을 하고 싶고 이런 부분에서 모여 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내가 하고 싶었던 내가 생각하고있는 부분들이 전체적으로 개인이 아니라 전체라는 부분을 깨닫는 프로세스가 있어서 전체 속에 개인이 있다는 식으로 많이 넘어가고 있는 사례가 많아서. 그렇게 되면 그냥 그 개인이 결국 하고 싶은 것들을 그 안에서 하는 것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응원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그런 관계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개인이기도 하고 전체이기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공동체로서는 같이 가고 있고. 그런 감각들이 시간이 지나면 가장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이야기이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아도 괜찮죠. 물론 지속가능한 사회를 얘기하고는 있는데.. ‘모든 것들이 지속가능하면 좋다’라는 가치관 자체가 어떤 시대적으로 만들어진 감각에서 무의식적으로 하나의 가치라고 생각해야 되는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지속 가능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Q.공통의 감각을 만들어 내고 경험하고 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셨는데, 저도 그런 경험을 많이는 못해본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시작을 하면 좋을까요?

공동체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다 모르니까 그래서 만들고 있는 것이죠. 알고 있다면.. 안 만들어도 되는거라서. 공동체 생활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제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장소를 어떤 친구들이 같이 모여서 같이 실험을 하면 더 재밌게 실험을 할 수 있는지 상상을 하면서, 그래서 떠오르는 친구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이나 생각이나 어떤 일상에서 생활 하는지에서 그 공간의 설계나 공간의 크기나 그리고 공간이 어떤 장소 였으면 하는지 그 사람들의 반응이 일어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해서 공동체 생활 경험한 게 필요한건 없고 라이프 워크로 죽을 때 까지 실험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니까. 

생활자 형태의 커뮤니티도 있고 회사나 이런 직업의 커뮤니티 같은 것이 당연히 있고, 모든 영역의 커뮤니티가 있으니까.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각도에서. 누가 잘 알고 모르고 그런 얘기는 아니니까. 

지금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커뮤니티이지 않을까요.

Q.최근 고민하는 지점은 어떤 것일까요? 

어떤 활동을 하면 할수록 내가 인간으로서 밖에 살아갈 수 없구나 하는 고민이 있어요.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어디까지 가더라도 뭔가 사람의 영역에서 밖에 활동을 못 한달까. 그런 고민이 있어요. 내년에 전시 준비를 하고 있어요. 홍콩에서 하는데, 그 부분에서 인간이 인간으로서밖에 살아갈 수 없고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형태랄까. 인간으로 벗어나는 그냥 존재로서의 존재가 무엇인지. 인간만이 아닌 존재하는 존재가 어떤 부분에 있는 건지 이런 걸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런 고민들을 풀어갈 수 있는 환경, 리듬이 생겨서 되게 고민이었는데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어요.